교육시설이 많은 도시와는 달리 농촌은 교통문제 등으로 뒤늦게나마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움에 목말라하는 농촌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신영 국민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세종시의 한 농촌 마을, 재능 기부자인 권수정 씨가 발길을 재촉해 마을회관으로 들어섭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무궁화 초등학교입니다”
숨돌릴 틈도 없이 권 씨가 한글 교육을 시작합니다.
“나물”
“나물”
“불고기”
“그렇지요. 불고기”
“여기도 쓰고 옆에도 밥”
한글을 배우는 7·80대 마을 어르신들, 과거 어렸을 적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기에 열심 또 열심입니다.
인터뷰> 송풍자 / 세종시 금남면
“초등학교 좀 다니다 말았죠. 옛날에 형편이 안 좋으니까요.”
인터뷰> 유숙자 / 세종시 금남면
“옛날에 난 학교를 안 다녔어요. 근데 선생님이 이렇게 가르쳐주시고 음료수도 사주고 어떤 때는 아이스크림도 사다 주고..”
권 씨가 한글을 가르치는 어르신은 10여 명, 한글 공부를 시작한 지 여섯 달이 지나면서 이젠 술술 문장을 읽어내려갑니다.
“읽어 보세요.”
“나는 학생입니다.”
권수정 씨는 한글을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문해교육사 양성 과정을 마쳤는데요. 한 달에 네 차례씩 이곳을 찾아 한 번에 2시간 동안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수정 / 문해교육 재능기부자
“내가 옛날에 많이 배웠더라면, 아니면 글이라도 쓸 줄 안다 그러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이 늘 가슴에 와 닿았었는데..”
권 씨는 어르신들을 위해 미술 지도까지 합니다.
어르신들이 떨리는 손으로 교재에 보석 모양의 장식품을 붙입니다.
권 씨가 직접 마련해 온 색칠 공부 교재 어르신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인터뷰> 이영자 / 세종시 금남면
“어머님 그리라고 하면서 그림책을 사다 줬어요. 이렇게 다 사다 줬어요 며느리가..”
인터뷰> 남영석 / 세종 용포1리 마을회관 사무국장
“전에는 누워서 남들 험담이나 하시고 (했는데) 이거를 와서 열심히 하시다 보니까 어떤 그런 것을 다 잊어버리고..”
어르신들이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지만 학습 여건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분주 / 세종시 금남면
“책상이 없어서 상을 펴서 계속하잖아. 책상을 좀 보조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권수정 / 문해교육 재능기부자
“이런 교재 같은 게 없어서 공부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면 단위든 시 단위든 그런 지원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르신 학생들을 위해 선뜻 재능기부에 나선 권수정 씨 학습 환경이 좋지 않아 어르신들의 학구열이 식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데요. 기부 천사의 선행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기대해 봅니다.
국민리포트 최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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