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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국민방송

용암이 빚어낸 보물섬, 비밀을 품다

-청명한 하늘 위로 갈매기 떼가 소란스레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른 바다.

유채꽃 만발한 봄의 길목은 진노랑의 비장함을 품고 있습니다.

자연의 빛깔로 제주의 봄은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흑빛 용암 대지에 무수한 세월이 덮이고 강인한 생명력이 빚어낸 신비의 땅.

찬란한 자연의 빛깔과 향기로운 삶의 이야기가 머무는 곳, 제주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봅니다.

사방으로 팔 벌린 한라산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봄이 느껴집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시작해 남쪽 서귀포까지 이어지는 하천의 종점, 효돈천의 끝자락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제주가 꽁꽁 숨겨놓았던 비경이 펼쳐지는데요.

사람들이 비밀의 호수라 말하는 쇠소깍입니다.

에메랄드색 물빛이 안겨주는 강렬한 첫 인상.

그 물길을 따라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숲의 황홀한 조합.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절경의 끝은 어느덧 바다에 닿아 있습니다.


-제주의 어부들이 고기를 잡던 전통통나무배 테우.

쇠소깍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마을청년회가 나서 테우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쇠소깍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마을 토박이, 테우선장을 만나야 진짜 쇠소깍의 매력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배에는 흔한 모터조차 달지 않았습니다.


-테우선장의 구수한 입담이 쇠소깍을 만나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데요.

도시의 속도전에 젖어 있던 사람들도 줄을 당겨가며 천천히 움직이는 전통배의 느림과 자연의 여유로움에 어느새 빠져듭니다.

바위틈으로 솟구치는 용천수.

이곳의 투명한 물빛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입니다.

그리고 갖가지 형상을 한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솟아올라 물길을 감싸안고 있는데요.

자연이 빚어낸 사자의 형상, 보이시나요?

배는 어느덧 바다 반대편 물길의 끝으로 향해갑니다.

민물이 유입되는 효돈천의 바다, 기이한 모양의 잿빛 조면암질 현무암도 용암이 빚어낸 작품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용왕의 전설이 깃든 신성한 곳으로, 여행자들에게는 신비로운 자연의 선물로 민물과 바다, 바닷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천수가 합을 이룬 비밀의 호수.

쇠소깍의 물빛은 여전히 수많은 비밀을 품은 모습입니다.

물과 불이 빚어낸 화산섬 제주는 수많은 산봉우리를 품은 오름의 왕국으로 불리곤 하죠.

그중에 단연 으뜸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한 거문오름입니다.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이곳의 자연에서 뿜어나오는 옹골찬 기운에 초입부터 단단히 기선을 제압당합니다.

바위 틈으로 나무줄기로 끈질기게 솟아오르는 생명력.

한겨울에도 언제나 초록을 품에 안고 있다는 신비의 숲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요.

거문오름 속, 원시의 숲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거문오름이 품은 독특한 지형은 이곳의 가치를 한눈에 느끼게 합니다.

분화구에서 흘러내려간 용암이 만들어낸 협곡.

그 옛날에는 바람이 샘솟는 풍혈을 두고 사람들은 용의 입김이 나오는 곳이라며 신비로워했습니다.

이어지는 삼나무숲에 들어서자 마치 방금 전과는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왠지 모를 긴장감마저 감돕니다.

이렇게 숲은 한없이 깊어집니다.

온통 푸른 이끼로 뒤덮인 바위와 그 어디에서도 쉬이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의 원시림. 그 음습한 바위틈으로 형형색색의 생명들이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거문오름이 품고 있는 마을 선흘리는 해발 200m 고지의 중산간마을입니다.

마을 들녘은 이미 초록빛으로 물든 지 오래인데요.

제주의 드센 바람이 쉼 없이 계절을 실어나르기 때문이겠죠.

오전 내내 거문오름 탐방 안내를 했던 마을부녀회장 현경숙 씨네 집.

제주의 봄맛을 보여준다더니. 

부산스레 멀리 나갈 것도 없습니다.

마당 가득 나물이 지천입니다.


-봄꽃도 빠지지 않는 식재료.

보라색 유채에 겨울에 심은 배추의 연한 꽃대는 제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물입니다.


-텃밭에서 뽑아올린 재료들이 어느새 바구니에 가득 찼습니다.

과연 제주의 봄나물로 어떤 밥상이 차려질까요?

동지나물을 넣은 구수한 된장국이 보글보글,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방아잎부침개까지.

더하고 덜함도 없는 이곳 사람들의 평범한 한 끼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새삼 요란스레 손을 추켜세울 맛은 아니라는데요.

늘 먹는 건강한 재료들은 이곳의 자연이 내어주는 최고의 선물이죠.


-거문오름의 발원과 함께 형성된 선흘곶자왈.

이곳의 중심에서 동백동산을 만났습니다.

애잔한 정열을 품은 붉은 꽃망울.

정열로 피어낸 꽃망울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무상하게 자신을 비워냅니다.

하지만 이곳 동백동산의 본 매력은 바로 곶자왈만의 독특한 생태계입니다.

그 핵심은 바로 화산활동으로 인한 용암에 있는데요.

흙이 아닌 화산암의 습기를 머금고 돌 위에 피어난 생명들.

곶자왈은 제주만의 독특한 식생과 사람들의 삶을 투영합니다.

원시의 생태를 그대로 간직한 제주의 허파, 곶자왈의 학술적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적당한 습도와 바위 틈에서 샘솟는 땅속의 온기로 곶자왈은 지금 버섯 천국입니다.

그리고 봄향기를 뿜어내는 갖가지 꽃나무들.

여기에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더해져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시간여행을 온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동백동산을 자신의 집보다 더 아낀다는 마을 이장님을 만났는데요.

이곳에 꼭 보여줄 게 있다고 하십니다.

바로 멸종위기종의 하나인 제주고사리삼입니다.


-동백동산에는 여러 개의 습지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이곳 먼물깍입니다.

수많은 수생식물이 자라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면서 지금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옛날 사람들에게는 말이나 소에게 물을 먹이던 생활의 터전이었죠.

곶자왈은 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는데요.

1960년대까지 숯을 만드는 일이 흔해 이곳 동백동산 곳곳에는 과거 숯가마를 만들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또 곳곳의 천연동굴은 절체절명의 순간 마을 사람들에게 생존의 수단이기도 했죠.

제주 4.3사건 당시 기르던 가축과 가을걷이 곡식들을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었던 마을 주민들의 임시피난처였습니다.

베어내면 다시 자라고 흙이 없으면 바위를 움켜쥐고 뿌리를 뻗는 곶자왈의 나무처럼 혹독한 시절 씨앗 뿌려진 그 자리에는 치열했던 제주인들의 삶이 스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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