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배너 닫기
비상진료에 따른 병·의원 이용안내 페이지로 바로가기 의대 증원 필요성과 의사 집단행동 관련 영상보기
본문

KTV 국민방송

내 삶을 바꾸는 '워라벨'이란? [한 눈에 보이는 정책]

KTV 대한뉴스 월~금요일 19시 00분

내 삶을 바꾸는 '워라벨'이란? [한 눈에 보이는 정책]

등록일 : 2018.06.29

계속해서 이슈를 알기 쉽고 깊이 있게 들여 다 보는 <한 눈에 보이는 정책> 순서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신조어죠.
Work and life balance, 1970년대 영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고, 이렇게‘워라밸’, 세 글자의 우리말로 자리잡았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길게 일합니다.
그러는 사이, 작년 한국의 워라밸 지수는 35위, 이건 OECD 38개국 중 순위입니다.
정부는‘주 52시간 노동’을 제도화해 뒤처진 노동관행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2.5일의 야근을 합니다.
대다수는 이런 초과노동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일과 여가의 균형에 대한 욕구는 커지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녹취> 장세진 (23) 학생
“(쉬는 시간은) 한 네다섯 시간 정도? 그정도 되는 것 같아요.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그렇게 보내는 편이에요.”
녹취> 김예광 (26) 프리랜서
“영화를 본다든지 미드를 본다든지 게임을 한다든지”
녹취> 이루미나 (24) 회사원
“일에 대한 비중이 크다는 생각은 확실히 저도 있고요.”
녹취> 서준 (20) 학생
“한국인들 특성이 그거 아니겠어요. 한번 맡은 일 있으면 끝까지 해야 되고.”
녹취> 김예광 (26) 프리랜서
“치열한 경쟁구도의 폐허 같은 거 아닐까요. 경쟁해야 살아남으니까.”
녹취> 장세진 (23) 학생
“불필요하게 일을 많이 한다고 해야 하나 인력을 너무 많이 혹사시키는 것 같아요.”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은 것은 부족한 돈과 시간입니다.
법정 주 68시간,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에서는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포함해야만 일정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저임금을 보완하는 구조.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는 양립하기가 힘들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가 부분 도입됩니다.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치며 공공기업과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우선적으로 시행될 예정인데요.
이와 더불어 정부는 노동시간은 줄이고, 여가시간은 늘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나섰습니다.
초과근무를 한 시간만큼을 단축근무나 연가의 형태로 돌려주는 초과근무 저축연가제.
쉬는 시간을 보장한 관리자에게 인사성과를 주는 휴식성과제 등이 우선 공공부문에 도입됩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기업에도 지원이 주어집니다.
여가 친화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인센티브 등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주 52시간 노동제의 연착륙을 노리는 정부, 직장 내 휴가실태를 국가통계로 관리하고, 여가활성화를 위한 공휴일 확대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 여가를 위한 공간도 늘어나야겠죠.
이를 위해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수요자 중심의 여가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여가를 누릴 여유가 없었던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는 맞춤형 공공서비스를 준비합니다.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전 국민의 워라밸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당장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기도 하죠.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녹취> 허재준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사의 생산성 증가력이 한 1%p 성장률 증가로 이어진다면 적어도 한 6~7만 명 조금 더 한 7~8만 명 정도의 고용증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저는 예상을 하고요.
이거는 항구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1년 단위로 수십 만 개의 일자리 창출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큰 효과를 갖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이 말은 여가는 돈과 시간을 써서 없애는 게 아니라는 뜻이겠죠.
핵심은 내수경제입니다.
여가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새 일자리가 늘고 돈이 돌면서, 내수 중심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납니다.
일찌감치 워라밸에 주목한 선진국들에선, 국내 여가산업을 키워 내수 돌파구를 만들었는데요.
1990년대 노동개혁에 나선 독일은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노동시간을 줄이는데요.
이때부터 휴양산업과 각종 서비스업이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소득감소 효과보다 워라밸을 누리려는 소비심리가 더 강했던 겁니다.
노동시간을 줄여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난 성공모델입니다.
일본 역시 이 길을 앞서 걷고 있습니다.
이미 1980년대, 엔고로 수출위기에 빠진 일본은 여가 관광 산업 발전에 사활을 걸었는데요.
그 결과 2006년, 일본의 관광 레저산업은 무려 535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여가의 경제학, 사실은 미지의 영역이 아닌 것이죠.

국내에서도 이미 워라밸을 앞서 실천한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찾아 나섰습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인 중소기업 휴넷.
게임러닝 같은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 직장인 대상 온라인 교육 컨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19년차 강소기업입니다.
올해는 야심찬 기획으로 국내 최초, 고용노동부가 인정하는 '스마트훈련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는데요.
오랫동안 300여 명의 견실한 직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일찌감치 도입한 여가 친화 정책입니다.
인터뷰> (인사담당자) 문주희 / 휴넷 인재경영실 실장
“직원들이 자유롭게 유연하게 근무시간도 조정할 수 있고 또 휴가도 저희가 무제한으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니까 직원들이 정말 회사생활에 만족도도 높아지고 행복한 회사생활을 더 하는 것 같고요. 또 그로 인해서 저희가 좋은 직원들도 더 많이 채용하게 되고 퇴직율도 훨씬 더 많이 줄어들고요.”
워라밸 불모지에서 벗어나 휴넷 경영진은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는데요.
직원들이 원하는 출퇴근 시간을 정하게 하고, 심지어 휴가 일수도 무제한으로 허용되죠.
인터뷰> 문주희 / 휴넷 인재경영실 실장
“워라밸을 한다고 해서 회사의 성과가 낮거나 직원들이 일을 덜 하거나 이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훨씬 더 직원들의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일에 대한 몰입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개인과 회사 모두에 더 도움이 되는 주요한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휴넷의 '행복 경영'은 순진한 기대로 끝나지 않았죠.
직원 개개인의 삶을 보듬는 다양한 직장 내 복지는 인적 역량과 실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워라밸 정책에 대한 기대도 남다릅니다.
인터뷰> 문주희 / 휴넷 인재경영실 실장
“젊은 세대들이 훨씬 더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나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고요. 워라밸이 잘되면서 훨씬 더 양쪽의 일과 가정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개인들마다 혹은 기업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조화롭게 개인과 일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가는 제도나 문화, 인식 개선, 이런 것들이 더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정치권은 ‘저녁이 있는 삶’을 약속했습니다.
우리 국민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을 묵묵히 견뎌왔기 때문이겠죠.
우리 삶의 경로는 이제라도 더 낫게 바뀔 수 있을까요.
평범한 시민들의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예광 (26) 프리랜서
“바쁘다 보면 사람이 생각하고 사고할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거기서부터 사회가 많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녹취> 이루미나 (24) 회사원
“앞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에게 쏟아야 할 시간이 더 많다면, 그런 시간도 회사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정도의 워라밸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녹취> 장세진 (23) 학생
“일 할 때는 일만 하고 놀 때는 노는 생각만 할 수 있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녹취> 서준 (20) 학생
“일을 7. 여가생활을 3으로 뒀으면 좋겠어요.”
녹취> 장세진 (23) 학생
“6:4 정도?”
녹취> 이루미나 (24) 회사원
“6:4 정도가 이상적인 것 같아요.”
녹취> 김예광 (26) 프리랜서
“일이 6이면 적어도 4는 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은 신성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동의 본질은 고통이기도 합니다.
노동으로 나의 삶을 일군다고 해도,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되는 것이겠죠.
지금까지 <한 눈에 보이는 정책>이었습니다.

 

 

( KTV 국민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