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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리포트 월~금요일 12시 00분

철거 앞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회차 : 1231회 방송일 : 2020.01.29 재생시간 : 03:55

최유선 앵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백사마을이 얼마 안 있으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철거를 앞두고 이곳 주민들이 대부분 떠나 지금은 '휑'한 모습인데요.
서민들의 50여 년 애환이 서려있는 이곳을, 홍정의 국민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홍정의 국민기자>
(백사마을 / 서울시 노원구)

서울 불암산에 위치한 달동네인 '백사마을', 지난 1967년, 도시 개발과 함께 청계천과 영등포 등지의 판자촌에서 강제 이주된 철거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중계동 104번지에 형성되면서 동네 번지수를 따 '백사마을'로 불리는데요.
지금도 6, 70년대 주거형태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염상구 / 백사마을 40년 거주 주민
“과거에는 물과 불이 없고 아무것도 없는 산비탈에 천막 하나씩 주고 한 천막에서 일곱 세대도 들어가서 살았어요.”

취재진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봤는데요.
경사진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 슬레이트나 함석, 기와 등으로 투박하게 쌓아올린 지붕, 혹여나 날아갈세라 지붕 위에 올려놓은 타이어까지.
오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가파른 돌계단도 보이는데요.
달동네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겹고 고단했을지 짐작케 합니다.
이곳을 떠나야 할 주민은 힘들게 물을 져다 마셔야 했던 옛 시절이 떠오릅니다.

인터뷰> 염상구 / 백사마을 40년 거주 주민
“한여름에 물 한지게 지고 올라오면 아주 녹초가 됐어요. 길도 없었고 이만한 길이었었고…”

이처럼 온통 녹슬어버린 철문도 있는데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곳 달동네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골목길, 고추장, 된장 항아리가 정겨움을 주는 장독대, 빛바랜 간판만 남은 오래된 상점, 마을 구석구석 지난 세월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타고 남은 연탄재도 이처럼 동네 한구석에 쌓여 있습니다.
지난날 달동네 사람들의 어려웠던 삶, 그 자체가 쌓여있는 모습입니다.
백사마을에 살았던 주민은 모두 5백여 가구, 철거를 앞두고 이미 절반 이상 주민들이 새 둥지를 찾아 떠났는데요.
사람 냄새나는 이곳을 떠나기가 아쉬운 주민들도 많습니다.

현장음>
“여기서 살면 시골 같고 좋지. 근데 어차피 개발되니까 나가야지…”

이곳 마을 노인들을 위한 생일상 차려드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던 자원봉사자는 정이 많은 동네로 기억합니다.

인터뷰> 이병열 / 백사마을 자원봉사자
“옛날에 시골은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에요. 다정하게 살던 분들이 흩어지니까 그게 정말 아쉽고…”

지난해 재개발 정비 계획이 확정돼 철거를 앞두고 있는 백사마을, 서울시는 주민들이 남기고 간 생활물품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이들의 삶을 기록한 전시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인터뷰> 조환기 / 서울시 백사사랑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향후에 재개발이 완료되고 난 뒤에 백사마을 전시관 같은 게 계획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현재도 수집을 하고 있거든요.”

이곳 백사마을에는 대규모 아파트와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인데요.
앞으로 전시관과 함께 일부 보존하게 될 마을 공간을 통해 옛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서민들의 오랜 애환이 서려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비록 얼마 뒤면 사라지게 되지만 결코 잊지 못할 도시 역사로서 기억될 것입니다.

국민리포트 홍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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