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것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요즘, 편지 한 통이 1년 후에나 배달된다면 어떨까요?
편지를 보내면 6개월에서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 인기입니다.
김창현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창현 국민기자>
봄기운이 찾아온 도심의 공원.
산책길에 나선 심찬 씨는 엽서에 한 자 한 자 마음을 채워 넣습니다.
사랑이 가득 담긴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 손길에는 기다림과 설렘이 느껴집니다.
인터뷰> 심 찬 / 서울시 관악구
"지금 결혼 6년 차인데요. 아내에게 아내 회사로 한 번 (편지를) 보내 봤어요."
가까운 친구나 가족, 또는 본인 스스로에게 부친 느린 엽서는 1년 후에 배달되는데요.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가 우체통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인터뷰> 김연주 / 서울시 마포구
"옛날에 보냈던 편지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 완전히 잊힌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편지를 썼던) 생각도 나고.."
엽서는 인근 편의점에서 무료로 받아와 우표를 붙일 필요 없이 느린 우체통에 넣으면 됩니다.
지난해 이곳 경의선 숲길 느린 우체통에 담긴 엽서는 천 오백여 통에 이릅니다.
저도 마음을 담아 저 자신에게 편지를 써 보았는데요.
이 편지를 1년 후에 제가 받아보면 느낌이 어떨까 벌써부터 설레고 기다려집니다.
느린 우체통은 2009년 인천 영종대교 기념관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후 점점 늘어 지금은 서울 북악팔각정, 부산 감천문화마을, 해남 땅끝전망대 등 전국 270여 곳에서 운영됩니다.
추억과 여유를 배달하는 느린 엽서는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현옥 /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문화기획팀 주임
"요새는 메일이나 문자처럼 빠르게 (소식을) 주고받는 세상인데 편지를 통해서 느림의 미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받는 사람의 정성이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에 더 뜻깊지 않나 생각됩니다."
(촬영: 김석현 국민기자)
지난해 전국 느린 우체통에 담긴 소중한 마음은 만 오천여 통.
늦게 와서 좋은 엽서는 잊혀져 가는 편지의 추억도 되살려주고 있습니다.
SNS와 모바일 메신저의 발달로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느린 우체통이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국민리포트 김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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