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음악이 흐르는 세상>시간입니다.
오늘은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을 해설과 함께 만나보는 시간이죠.
매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고 있는데요.
이달에는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네, 오늘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함께 해주실 유정우 클래식평론가,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을 통해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명작 오페라들을 만나봤는데요.
Q1> 오늘 작품은 조금 낯섭니다. 어떤 작품입니까?
A1> 오페fp타로 큰 성공을 거둔 오펜바흐가 마지막으로 시도한 단 한편의 오페라이다. 일부를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으나 친구 기로오(Ernest Guiraud)가 전 작품을 관현악화하면서 대사도 레치타티보로 고쳐 작곡했다. 초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기로오는 비제의 <카르멘>을 그랜드오페라로 고쳐 일약 유명해진 사람이기도 하다) 본래 바르비에와 까레(Barbier & Carre)가 합작한 대본은 연극으로 이름을 떨친 작품이며 독일 낭만파의 작가인 동시에 직접 작곡도 하고 있던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환상적인 괴기 단편소설 3편을 각색하고 여기에 그의 다른 작품에서 소재를 빌어다 짜 넣어 옴니버스 식으로 나열한 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붙여, 마치 호프만 자신이 겪은 것처럼 꾸민 이야기이다.
현실과 공상이 교차하는 아리송한 환각의 세계에 관객을 끌고 들어가는 이 오페라는 여러 가지 다른 악보 때문에 언제나 문제가 일어난다. 우선 1970년에 슈당스 출판사가 낸 뒤 거의 반세기 동안 관용적으로 사용되어온 판본이 있다. 바로 기로오가 전면적으로 고친 초판이다. 대사를 레치타티보로 옮긴 것 말고도 제2막과 제3막의 순서를 바꾸는 등 작곡가 자신의 의도를 너무 왜곡했다고 하여 1950년대에 이르러 작곡가 자신의 구상을 살린 발터/펜젠슈타인의 유명한 TV오페라가 나왔고 1977년에는 프리츠 에저(Frirz Oeser)가 알코어 출판사에서 간행한 판본이 그 종점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오펜바흐는 우리가 클래식 작곡가를 떠올렸을 때, 먼저 손가락에 꼽게 되는 작곡가는 아닌데요.
Q2> 오펜바흐는 어떤 작곡가인가요?
A2> 그는 프랑스 극장의 지휘자가 되어 경쾌하고 재미있는 오페라를 많이 발표하여 '프랑스 오페레타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작품으로 <호프만의 이야기> <천국과 지옥> 등 100여 편이 있다. 근대 뮤지컬 코미디의 전신인 오페레타 형식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많은 그의 작품들이 현재까지 공연 레퍼토리로 남아있다. 대표작품으로는《호프만의 이야기》, 《지옥의 오르페우스》, 《아름다운 헬레네》등이 있다.
이제 <호프만의 이야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해설과 함께 만나볼 텐데요.
Q3> 첫 번째 소개해주실 장면은 어떤 부분인가요?
A3> 뉘른베르크의 오페라하우스 옆에 있는 학생들이 많이 가는 식당 겸 선술집 루테르에 학생들이 목을 축이러 들어온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술에 절어 사는 알코올 중독자인 시인 호프만을 발견한다. 학생들은 호프만에게 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이에 호프만은 자신이 경험했던 세 번의 연애담을 시작한다. 이것이 3막의 세 가지 이야기이다.
그의 첫사랑의 상대는 그의 스승이자 과학자인 스팔란자니의 딸 올림피아다. 사실 올림피아는 사람이 아니라 스팔란자니가 만든 로보트. 하지만 스팔란자니의 파트너이자 약장수 잡상인 같은 코펠리우스가 호프만에게 판 마술 안경 때문에 호프만은 그녀가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사랑에 빠진다. 연회자리에서 스팔란자니는 자신의 딸 올림피아를 손님들에게 공개하고 올림피아는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한눈에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인공적인 외모와 기교적 목소리, 기계적인 춤 (게다가 도중에 그녀의 나사가 풀리는 바람에 나사를 조이느라 공연이 수차례 중단된다) 이지만 마술안경을 쓴 호프만은 이를 보지 못한다. 결국 그의 눈먼 첫사랑은 스팔란자니에게 속임을 당해 화가 난 약장수 동업자 코펠리우스가 올림피아를 산산히 해체해서 연회장에 들고 들어오면서 끝이 난다.
캐서린 김은 호프만 역을 맡은 테너 ‘올랜도 빌라존’과 안토니아 역할을 맡은 ‘애나 네트레브코’ 등과 함께 공연 하게 된다. 그녀는 이로써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에 이어 메트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4번째 한인 소프라노가 되었다. <호프만의 이야기> 공연에서 관객들의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배우는 올림피아의 캐서린 킴이었다. 그녀의 앙증맞은 체구가 로봇이라는 역할에 딱 이기도 했지만 기계인형처럼 끝없이 올라가는 하이 소프라노 보이스로 로봇 같은 몸동작과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길기도 하려니와 상징적이고 내면적인 내용이 많아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오페라인데 그녀의 로봇 공연 장면은 관객들이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엔터테이닝 클라이맥스였고 캐서린 킴이 누구보다 그 장면을 잘 해냈다.
당시에 어떻게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생각해냈는지 놀랍네요.
Q4> 호프만의 첫 사랑은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끝났고요.
두 번째 사랑이야기가 궁금한데요?
A4> 그의 두 번째 사랑은 로봇과는 정반대로 끓는 감성을 가진 예술가 안토니아다.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둘은 사랑에 빠져 있다. 심한 병이 든 안토니아에게 호프만은 괴롭더라도 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말 것을 애절하게 부탁하고 안토니아는 그러마고 한다. 하지만 노래가 생명과도 같았던 안토니아는 미라클 박사 (1막에서 코펠리우스와 같은 역할이다) 덕분에 죽은 어머니의 환청을 듣게 되고, 맘껏 노래를 부르라는 어머니의 애정 넘친 격려에 노래를 부르다가 죽는다. 호프만과의 사랑보다 노래를 택한 그녀였기에 호프만의 두 번째 사랑도 이렇게 끝이 난다.
호프만의 연애담을 보면서, 관객들은 각기 다른 매력의 여주인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Q5> 호프만의 세 번째 여인은 어떤가요?
A5> 그의 세번째 여자는 환락과 퇴폐의 도시 베니스의 고급 창녀 줄리에타다. 그녀의 살롱에서 밤새 연회가 벌어지고 호프만은 육체의 사랑을 조롱하는 노래를 부른다. 사악한 다페르투도가 등장하여 줄리에타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주고 그걸로 호프만의 영혼을 훔치라고 지시한다. 줄리에타와 쾌락에 빠져 있던 호프만은 줄리에타의 애인인 슐레밀의 기습을 받고 결투를 신청한 슐레밀을 죽이지만, 쥴리에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떠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기막힌 실연을 3번이나 한 사람도 드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6> 이 작품이 호프만이 자신의 연애담을 회상해서 들려주는 내용인데요.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A6> 이야기가 끝났을 때 호프만은 만취상태. 그저 과거를 깡그리 잊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산산이 무너진 호프만의 옆에는 그를 지키고 있는 네 번째의 여인이 있다. 호프만의 사랑이 늘 비극으로 끝날 걸 알면서도 억지로 방해하거나 못하게 막는 대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반 발짝 옆에서 조용히 그를 지켜 보아준 뮤즈다.
호프만의 친구(니클라우스)의 모습을 벗고 다시 여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뮤즈는 호프만이 실연의 아픔을 예술의 미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노래를 부른다.
네, 오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만나봤습니다.
익숙지 않은 작품이라 조금 낯설게 느끼셨을 분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실 것 같은데요.
Q7> ‘호프만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A7> 호프만이라는 독일 작가의 소설에 기반을 두었지만 오펜바흐 자전적 내면 심리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잘 알려진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는 젊은 시인 호프만이 사랑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찾으려다가 실패하고 결국엔 (오펜바흐처럼) 예술에서 자신의 갈 길을 찾는다는 이야기. 한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상업적인 성공, 쾌락적인 여자 관계 등에서 그 답을 찾으려다가 실패한 오펜바흐가 그래도 그 모든 고통들은 의미가 있었다고 스스로에게 부르는 위로의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만나봤습니다.
이 작품은 오는 일요일부터 주 3회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페라의 감동을 부담 없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네, 오늘 좋은 말씀 들려주신 유정우 클래식평론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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