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눈을 높이는 시간이죠.
독립영화를 만나볼 순서입니다.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
Q1> 오늘 함께 볼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A1>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을 배출해 온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졸업생들의 우수 장편 작품을 선발, 제작해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선보였던 1기 작품들이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었는데요. 이번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2기 작품들 역시 벌써 국내외 영화제에서 앞 다투어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감독들의 역량을 확인하실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은데요. 오늘은 그 가운데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상'을 수상한 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 를 만나볼 텐데요. 이 작품은 내년 60주년을 맞는 베를린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도 이미 초청이 결정된 상태입니다. 헤어진 여친의 마음을 돌리기도 전에 절친 선배가 좋아하는 여자와 엮여버린, 그래서 결국은 여자 때문에 굴욕을 겪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날카롭고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럼 소상민 감독의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만나봤습니다.
내용은 꼬여버린 애정문제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Q2> 영화를 보다보니까 진짜 곤경에 처한 게 누군가 싶은데요?
A2> 그렇습니다. 유유부단하고 아무것도 책임지기 싫어 하는 주인공 선우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면서도 자꾸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서 물론 자기 자신도 곤경에 처하지만 주변인물도 곤경에 빠뜨리게 되죠. 계속해서 선우를 도와주는 선배 승규는 선우 때문에 경찰서 신세도 지고, 급기야는 좋아하던 여자도 뺐기고요. 선우 주변의 두 여자 역시 선우보다 어느 하나 밑질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락가락하는 선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게 되죠. 백수나 다름없는 선우나 잘 나가는 선배나, 남부러울 것 없는 여자들이나. 실상 상황은 이 영화에 연루된 인물들이 들여다보면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3> 네, 그럼 영화를 만든 소상민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 보겠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주인공 선우의 캐릭터가 감독님과 비슷하다면 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하실 텐데요~
Q4> 사실 여자입장에서 보기엔 참 못난 남자거든요?
A4>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여자한테 차이고도 정신 못 차리는 무명시인에다가. 선배가 사랑하는 여자의 유혹마저 뿌리치지 못해, 주변에 아무도 안 남을 위기에 처한 남자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지도 않고, 애정을 갈구 하다가도 긴장이 조금만 풀어지면 이기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는 사람이라면. 어떤 여자도 좋아하긴 어려울 텐데요. 비겁하고 이기적이어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주인공이지만, 참 희한하게도 미워할 수가 없거든요. 그것이 아마도 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가 보여 주는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런 선우의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지면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에게도 선우처럼 책임지기 싫어하고 결정의 순간은 미루고만 싶은 면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Q5>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이 아주 자연스러운 듯 그려지는 영화는 왠지 낯익은데요?
A5>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두 감독을 떠올리게 합니다. 술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남자 주인공의 상황은 노영석 감독의 영화 <낮술>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고, 대책 없이 비루한 캐릭터 및 상황 속에서 일상의 부조리, 우스꽝스러움, 비루함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방식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데요. 그러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나 노영석 감독의 낮술은 언제나 동일한 사건이 반복되고, 인물들은 그러한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유사한 상황이 또 생겨도 또다시 어리석고 부조리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보여주죠. 결국 일상에서 극적인 반전은 일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에 급작스런 반전을 통해 환상적인 해결책을 보여주는데요. 그 과장스러움과 허풍 때문에 이러한 해피엔딩의 불가능함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드러납니다. 세 감독 모두 다른 엔딩, 다른 방식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Q6> 세 감독의 작품 모두, 인물과 상황 등으로 웃음을 주면서. 뭔가 느끼게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네요.
A6> 네, 소상민 감독님은 코미디로 연애담을 그린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감독님께 직접 들어봤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네, 오늘은 영화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만나봤습니다.
Q7> 이번 주도 유익한 영화 소식 전해주신다고요?
A7> 그동안 '날아라 독립영화' 시간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도심 속에서 쉽게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었죠.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내의 '독립예술 영화관'에서 아쉽게도 마지막 상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12월 18일에 독립영화의 흥행 기록을 최초로 세웠던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가 마지막 작품으로 상영됩니다. 독립영화만을 다루는 공간이 하나 더 줄어 든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운데요. 마지막 기회이니 만큼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네, 맹수진 선생님.
오늘도 좋은 영화 이야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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