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자동문이 아니다 10월27일 월요일 2003년
요즘 웬만한 큰 빌딩에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문이 열립니다.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여러분이 이끌어 갈 시대에는 가치를 창조하며 감성이 풍부한 사람다운 사
람, 세계라는 이웃을 혼자서라도 기꺼이 찾아 나설 수 있으며 최첨단 컴퓨
터 앞에서도 머뭇거리지 않는 실력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들은 하루 아침에 갖출 수는 없습니다.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의 죽계천에는 옛 선비들에게 좌우명이 될 붉은 글씨의
´경(敬)´자를 새긴 바위가 있습니다.
이 곳을 찾는 이들마다 바위에 새긴 ´경´ 자는 읽지만 그뜻을 헤아리거나 알
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은가 봅니다.
이 글자의 뜻은 일반적인 ´공경(恭敬)´의 의미보다는 학문을 하는 젊은이들
은 ´항상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공부에 몰두하라.´는 것
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정신을 집중하여 꾸준히 해 나간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는 교훈도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음식도 내가 먹어야, 내 목 안으로 넘어가야 제 맛을 알 수 있고, 걸음도 내
힘으로 걸어야 내 다리가 튼튼해지듯이, 공부도 스스로 하려는 마음을 갖
고 열심히 노력할 때에 비로소 능률이 오릅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우리의 자동문이 되어 줄 것 같지만, 공부란 우리
가 스스로 열어야 열리는 그런 문인 것입니다.
분별 없는 행동에 게으름부리고 남에게 의지하려고만 들면서 공부마저도
대충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이들의 착각이며 불쌍한 모습입니
다.
성현들이 조용한 산 중에 들어가 학문에 공을 들이며 전념했듯이 우리 자신
도 칼날 위에 선 마음으로 자신 앞에 놓인 문을 열어 가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비록 힘이 든다 하더라도 공부도 행동도, 그리고 태도도 정신을 집
중할 때만이 이룰 수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들의 그림자에는 위대함만큼이나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의 발자
취가 새겨져 있듯이 여러분 또한 배우고 익히는 일에 집중한다면 반드시 각
자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희망찬 미래가 환하게 빛을 발하며 여러분을 반길 것입
니다.
박윤호/대구 계성 초등학교교장 소년한국일보/논/단/ 애독자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