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TV <퀴즈게임, 무한도전>을 제작하고 있는,
다큐코리아입니다.
먼저 저희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여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문의하신 표절에 관한 지적에 대한 제작팀의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KTV <퀴즈게임, 무한도전>과 EBS <퀴즈, 죽마고우>는
표절 관계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두 프로그램의 제작사가 같다는 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KTV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국내 최초 장애우 퀴즈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퀴즈게임, 무한도전>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50회를 넘기면서 2003년 한 해동안 2천여명에 가까운 장애우 친구
들과 그들의 가족, 선생님들을 만났고, 그 과정 속에서 장애우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과제와 사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기존 방송사들에서 제작하는 장애우 프로그램의 한계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장애우들은 비장애우들과 같이 똑같은 시청자임
에도 불구하고, 방송 참여의 기회나 권리가 상실되고, 차단되고 있다는 점.
대부분의 장애우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내용이 동정과 연민 또는 눈물과 모
금을 목적으로 하는 휴먼 다큐 내지는 성금 방송에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
다. <퀴즈게임, 무한도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처음 출발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장애우들의 밝은 모습과 방송 참여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던 초기의 목표를 꾸준히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가을, EBS 교육방송에서 장애우 퀴즈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KTV 제작을 통해 얻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애우 퀴즈 프로그램이 지향해야 하는 점과 두 방송간의 차이점을 기준으
로 새로운 프로그램 <퀴즈, 죽마고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둘째, <퀴즈게임, 무한도전>과 <퀴즈, 죽마고우>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입
니다. 우선 KTV의 <무한도전>은 장애우 친구들만을 대상으로 오엑스, 연
상, 주관식을 풀어 우승을 가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중간에 나가는 VCR도
상반기에는 장애우에 관한 정보제공이 주제였고, 후반기에는 장애우 권리
찾기라는 주제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반면 EBS <죽마고우>는 장애우와 비
장애우가 한 팀이 되는 통합 프로젝틉니다. 형식은 오엑스, 게임, 주관식으
로 가되, 중간 VCR이 없는 본격 퀴즈프로그램입니다. 두 방송의 차이는 전
자는 장애우들이 도전해서 퀴즈왕을 선발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로 장애우
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와 인식개선을 주도하는 프로그램
이라면, 후자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실력 대결보다는 협동과 게임으로 우
승을 향해 도전하는 통합 프로그램입니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지향하는 바
와 목적이 있고, 나름대로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
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
은 아닙니다. 아직도 장애우 퀴즈 프로그램에 대해 완벽한 기술과 품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족하나마 장애우 프로그램에 대한 사명
감을 갖게 되었다는 점과 장애우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은 저
희 제작팀으로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고, 그것을 지탱하는 힘이 <퀴즈게
임, 무한도전>으로부터 나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셋째, 앞으로도 장애우 프로그램의 장을 넓히고, 다양한 기회와 참여를 유
도하는 제작사로 거듭날 것입니다.
<무한도전>과 <죽마고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애우들이
자유롭게 참가하고, 즐길 수 있는 쇼오락 프로그램과 새로운 주제와 형식
의 교양프로그램에 대한 목마름들이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장애우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
다. 그것은 처음에 장애우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지점들 - 각 장
애우들의 장애에 맞춰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고, 그에 따른 의사소통 방식
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장애
를 가진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힘들거나 어려운 일보다는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일
들이 더 많았습니다. 장애우 프로그램을 어렵게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은,
기술과 도구의 문제가 아닌 의식의 문제였던 것이죠.
장애우들과 비장애우들이 어떤 프로그램서도 자유롭게 함께 참여해서
서로간의 간격을 없앨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저희가 가진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서 더 많은, 더 좋은 장애우 프로그램
을 만들어가는 것이 다큐코리아가 지향하는 제작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뛰고,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