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가을이 깊어갑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 앉아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봅시다.
'너 자신을 알라.'
이는 고대 그리스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다는 유명한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니며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캄캄한 마음을 밝게 비춰주기 위해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갔지만 그가 외쳤던 말은 지금도 우리가 알고 있습니
다. 그러나 정말 그 뜻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친구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부정(不正)이냐?"
"부정입니다."
"그럼, 앓고 있는 친구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부정이
냐?" "그건 부정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
냐?"
"이제 저로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자네는 지금껏 거짓말하는 것이
정의인지, 부정인지,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이와 같이 누구든지 깊이 질문해 가면 자기의 무지(無知)함을 알게 되고, 마
지막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참뜻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신을 인정하지 않고 젊은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사약을 받아 죽
어 가면서도, 이웃집에서 꾸었던 닭 한 마리를 갚아 달라고 유언을 하였던
정의로운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과연 '나'는 누구입니까? 겉으로는 정의로운 체하지만 속은 비굴한 것은 아
닌지요? 겉은 명랑하게 웃지만 속에서는 울고 있지나 않나요? 겉은 착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못된 짓을 다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도 잠시 멈춰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합니다.
정의롭고, 명랑하며, 착하게 살면서 먼 곳을 바라봅시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지나친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타고난 취미와 능력에
맞는 공부를 하고, 언제나 바른 행동을 합니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남을 헐
뜯고 비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의 잘못을 용서해줍니다.
또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입니다. 그리하여 겸손하며 인간의 가치를 귀히
여깁니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나만을 위하는 일보다는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도와줍니다. 나아가 자기를 희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입니다. 한번 시간을 내어 낙엽을 밟으며 진지하게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참뜻을 깊이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뜻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임동권/서울시교육위원 / 소년한국일보/한주일을 열며/논/단/
애독자 옮김 11.3.월.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