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짝짝! 대한민국!" 대 "코리아 팀 파이팅"?
지난 서귀포에서 있었던 한국과 미국 대표팀의 평가전을 본 사람들은 이런
장면이 기억날것이다.
분명 모두 빨간 옷을 걸친 한국 응원단이거늘
따로따로 앉아 다른 장단에 맞추어 응원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공식응원단 붉은 악마는 '대한민국'을, KTF 응원단은 '코리아 팀 파이
팅'을 외치느라 신바람이 났다. 도대체 일반 관중들은 어느 장단에 발을 맞
추어야 하는 건지 정말 갈등이다. 정치 사상의 대립에 의한 분단을 경험하
더니, 이제 상술에 휘말려 든 분단을 경험하란다.
말이 나온 김에 '코리아 팀 파이팅'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KTF, 자신의 기업 슬로건에 딱 맞는 말을 골라내
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심지어 문법상 맞는 표현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축구'라는 이름 하에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심지어 올림픽보
다도 세계 시청률이 높다는 월드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
직까지 완벽한 콩글리쉬 '코리아 팀 파이팅!'이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쓰지만, 외국 사람들에게 파이팅, 영어의 Fighting
은 사뭇 다른 의미라는 점이 문제다. 미국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이건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인 전쟁터, 결투에서나 쓸 수 있는 호전
적이고도 전투적인 말이라는 거다. 어떻게 이 말이 한국에서 자주 쓰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많이 익숙해진 자기도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단다.
어느 기업이나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순수해야
할 응원단에게 기업 슬로건을 외치게 했던 선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
다. 국가 대표 축구단을 응원하려 했는데, KTF라는 기업을 응원하게 생겼
으니 이것은 통신회사측의 대단한 횡포가 아닐수가 없다.
월드컵은 세계인 화합의 축제다. 대한민국의 단결과 화합, 그리고 건강한
스포츠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한 이때에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보여지는 이러한 행태, 아무리 노력
을 해도 이해가 도무지 되지 않아 축구 팬으로서, 그저 화가 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