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수강료가 백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을 아십니까?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고 합니다.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네, 물론 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일텐데요.
하지만 5살배기 아이까지 유치원과 학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은 씁쓸함을 안겨줍니다.
오늘 '현장포커스'에서는 이같은 육아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최근 발표된 정부의 유아교육선진화방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관 기자, 어렸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밖에서 뛰어놀고 말썽도 좀 피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옛날 얘긴가봐요.
네,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고달픈 시대인 거 같습니다.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영어회화 교육에 노래나 춤 같은 예능교육까지 다 소화를 해야하는데요.
최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고소득층 학부모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속칭 '영어유치원'을 찾아가봤습니다.
평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일대입니다.
빼곡히 들어선 대학입시학원 틈 사이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립 학원들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속칭 '영어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5살에서 7살 사이의 학원생들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법 상 정식 유치원에서는 영어를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영어유치원들은 사실상 영어학원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단계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하고 싶은 학부모들이 많다보니 어린이 영어학원이 유치원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어린이 영어학원 교사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영어학원을 다니는데,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와 안 나온 아이를 반을 나눠서 구성을 하게 되니까 아예 (유치원)시작부터 편하게 해주자고 영어유치원 보내는 부모님들이 있다.”
어린이 영어학원의 한달 수강료는 평균 100만원 내외.
1년이면 1200만원 수준으로, 웬만한 대학교 등록금보다 비쌉니다.
학원은 교포출신이나 외국인 강사가 외국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영어를 가르친다고 광고합니다.
어린이 영어학원 교사
“한국 교포 선생님이나 원어민 선생님이 파트너를 이뤄서 한 반을 맡고, 그래서 교포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다든지 알림장을 매일매일 관리하면서 가르치고 있다.”
같은 날 저녁, 서울의 한 대학 부속 유치원에서는 내년도 유치원 신입생을 뽑는 추첨식이 열렸습니다.
총 118명이 지원했지만 입학이 가능한 인원은 절반에 못 미치는 54명.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던 부모들은 추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대학 부속 유치원 등 사립 유치원들의 한달 평균 학비는 약 67만원 수준.
1백만원이 넘는 어린이 영어학원보다는 싸지만 한달에 3,4만원 수준인 공립유치원에 비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입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을 찾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다시말해, 학비가 좀 비싸더라도 보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양질의 시설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을 찾고 있는 겁니다.
네, 그런데 속칭 영어유치원 가면 영어를 조기교육시킬 수 있고 사립유치원 가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한달에 1백만원이나 6,70만원 하는 학비.
부모들이 버는 웬만한 월급 갖고는 감당하기 쉽지 않겠는걸요.
네, 물론 학비도 싸고 정부의 지원금도 나오는 공립유치원들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에 비해 학급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입학을 위한 경쟁률도 훨씬 치열한데요.
심지어 서울시내 외국어고등학교 입학경쟁률보다도 높았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겠습니다.
서울시내 어린이 영어학원과 사립유치원 그리고 공립유치원의 1달 학비입니다.
어린이 영어학원의 경우 1달에 112만원, 사립유치원의 경우 67만원이지만 공립유치원은 가장 비싼 반이 7만3천원입니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 5만7천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부모가 내는 학비는 1만6천원입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이 공립유치원 역시 저렴한 학비가 학부모들이 몰리게 된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공립유치원을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합니다.
이 유치원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는 총 213명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그 가운데 56명이 추첨돼 내년 입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2:1 수준인 사립유치원에 비해 2배 이상 치열한 수준입니다.
박수정 / 학부모(공립유치원 자녀)
“비싼 학비가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은 공립유치원을 찾게 마련이지만, 사립유치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학급수 때문에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긴 힘든 현실입니다.”
강남 대치동에서는 고액의 어린이 영어학원이 성행하고, 일반 학부모들은 비좁은 공립유치원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애간장을 태워야하는 현실.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을텐데요.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교육양극화 현상이 유치원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징후인데요.
다행히 정부가 최근 이같은 부작용을 막고 유아교육 전반의 선진화를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2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아교육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유아학비의 부담은 줄이고, 유아교육의 질은 높이겠다는 목표로 25개 핵심과제를 선정했습니다.
교과부는 당장 내년부터 소득하위 70%이하 가정의 경우, 둘째 아이부터는 유아학비 지원액의 10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소득수준이나 자녀들의 연령에 따라 까다롭게 적용되던 지원 기준을 대폭 완화해 보다 많은 학부모들의 유아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 유치원 교육과정을 초등학교 교육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기존의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교사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유치원 교사에 대해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우수교사는 적극적으로 발굴해 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부족했던 도시지역의 공립유치원을 확충하기 위해 앞으로 신설되는 초등학교에는 학교마다 3학급 이상의 병설유치원을 설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과부는 또 영어유치원을 가장한 고액의 어린이 영어학원들의 탈법적 영업에 대한 단속과 제도개선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선 영어나 특기 교육에 있어서 우리 아이가 남들에 비해 뒤쳐질까 걱정이 되기도 할텐데요.
하지만 동시에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이라도 아이들이 마음껏 흙속에서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 역시 부모들 마음 아닐까요.
네, 프랑스의 교육철학자 몽테뉴는 '어린이 교육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흥미를 북돋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 무척 절실한 말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가 유아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정말 아이들이 아이들 답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됐으면 합니다.
김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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