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 이제 점점 옛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서구화 된 식습관으로 쌀 소비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 식생활의 근본인 쌀이 점점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현실과 그에 대한 대책을,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여정숙 기자 어서오십시오.
여 기자, 쌀 소비가 줄어든다는 얘기,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 겁니까?
네. 요즘 식사 형태를 보면 밥심이 아닌 빵심으로 산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는 하루에 한 끼도 밥을 안 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곡인 쌀 대신 다른 음식을 먹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수지 (25, 관악구 봉천동)
"보통 다이어트 이런거 때문에 아침이나 쌀은 한끼 정도 먹고 시리얼이나 다이어트 식으로 대신하는 거 같아요."
박우재 (23, 강남구 삼성동)
"한 끼 정도 먹고 있어요. 다른 먹을 것도 있고 밥 챙겨 먹기도 번거로워서요."
실제로 쌀 소비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8.7kg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통계를 작성한 197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을 정점으로 1990년 120kg, 2005년 81kg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70kg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10년 뒤인 2022년에는 50kg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쌀 소비가 줄고 있는 건, 젊은층을 중심으로 식습관이 빠르게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밥을 대신할 수 있는 햄버거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체식품들이 늘고 있다는 얘깁니다.
네, 불과 20년 전에만 해도 100kg 넘게 먹었던 쌀을 이제는 70kg도 안 먹는다는 건데, 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은 뭐가 있을까요?
네, 우리 농업의 근간은 바로 벼 재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쌀 소비가 줄면 1차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재배 농가일 수밖에 없는데요.
20년째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경기도에서 5만평의 논에 벼 재배를 하고 있는 한무희씨.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해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올리는 것을 보람으로 알고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계속 벼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쌀을 먹지 않는 소비자가 늘면서 벼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로 바꾸는 농민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겁니다.
한무희 (수원시 호매실동)
"20년 째 벼농사 짓고 있는데 해마다 쌀 소비량이 굉장히 많이 줄고 있어서 힘도 많이 빠지고 기운도 없고 쌀 소비량을 많이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벼 재배 농가는 꾸준히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2000년 107만호에 달하던 농가수가 2010년에는 77만7천호로 줄었는데요.
전체 농가의 78%를 차지하던 벼 재배농가의 비중이 66%까지 떨어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줄어드는 농가 수만큼 쌀 생산량이 줄어야 하지만, 재배기술 향상 등으로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쌀의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쌀 시장의 완전개방이 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리는 해마다 2만 톤 정도의 쌀을 추가 수입해, 2015년에는 41만 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들여와야 합니다.
41만 톤은 국내 쌀 생산농가 6만 천 가구가 1년간 생산하는 양과 맞먹습니다.
결국, 쌀 소비가 지금처럼 계속 줄어든다면 공급 과잉은 더 심각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쌀이 100%지만, 나머지 품목은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쌀 소비가 줄어든다는 건 그 만큼 수입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결국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연결되는 겁니다.
네. 그렇다면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할 텐데, 정부는 어떤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나요?
정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밥 먹기 운동 등 밥쌀 소비 촉진을 위해 힘쓴다고 하더라도, 이미 서구화되고 있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한 빵집입니다.
보기엔 여느 빵집과 비슷하지만 이 곳의 빵은 조금 특별한데요.
바로 빵에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00% 국산 햅쌀가루로 만들어지는 이곳의 빵에는, 방부제와 화학첨가물 또한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은창 대표 ('P' 베이커리)
"밀가루로 빵을 만들게 되면 거기에 이스트라든가 여러가지 화학재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비해서는 쌀가루는 기본적인 재료 이외에는 별로 안들어갑니다."
기존의 빵은 밀가루로 만들어져 쌀보다 소화가 더딘 데다, 화학첨가물 때문에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100% 쌀로 만드는 쌀빵의 경우는 소화가 잘 되고, 특히 밥을 대신해 식사대용으로 쌀을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최남숙 (남양주시 화도읍)
“밀가루 빵은 먹고 나면 더부룩하고 그런 것이 있는데 쌀빵은 맛있으면서 먹고 나서도 전혀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아서 자주 찾고 있습니다.”
왕순복 (남양주시 화도읍)
“밀가루가 아니고 쌀인 데도 굉장히 부드럽고 감촉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빠도 맛있다 그래서 잘 먹거든요.”
정부는 2009년부터 쌀 가공산업 활성화에 힘 쓰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쌀 가공시장도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2008년 1조 8억원이던 시장은 재작년 2조 1억원으로 증가했고 정부는 2014년까지 쌀 가공시장 규모를 4조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가공용 품종 개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쌀 품종으로는 가공용 식품 개발이 쉽지않은 만큼, 쌀 가공 품종을 따로 개발하고 있는 건데요.
예를 들면 고아미벼의 경우는 아밀로스 함량이 높아 면용으로 적합하고 향남과 미향은 구수한 향이 있어 식혜와 떡 가공용으로 적합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이런 기능성 특수미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입니다.
최임수 박사 (농촌진흥청 벼품질관리연구실)
“가공기능성 벼 품종들로 하여금 가공산업을 발전 시키는 쪽으로 저희들이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공업체에서 요구하는 가공 적성에 맞는 품종들을 계속적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늘려 공급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 확대로 쌀 소비를 지속적으로 촉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네, 장기적인 쌀 이용 촉진 대책이 필요하겠습니다.
여정숙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KTV 한국정책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