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지 앵커>
얼마 안 있으면 철거될 빈집과 허름한 담벼락 이런 재개발 현장에서 미술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광주에서는 이런 곳에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색다른 전시가 열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현장을, 김남순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남순 국민기자>
(달뫼마을 / 광주시 남구)
도심 속 달동네인 광주의 달뫼마을.
비탈진 언덕에 좁다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요.
빈집이 많아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인 이곳,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 미술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남기고 간 물건을 모아 만든 작품이 전봇대에 걸려 있습니다.
이 마을에 아이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구상으로 버려진 장난감을 작품 소재로 썼습니다.
이 마을의 캐릭터인 달팽이 그림과 함께 글씨를 써놓아 마을의 이정표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철거도 수리도 원하지 않아 흉물처럼 방치된 집이 전시장으로 변신하기도 했는데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한 천장, 축 처진 벽지.
철거 현장에서 물건을 뒤지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 영상 작품을 벽면에 비추고, 주민들이 버린 물건들로 과거 이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인터뷰> 정선주 / 광주시 남구
"다 모아서 이웃집들도 다정스럽고 다 행복하다고 해요."
또 다른 마을 한편, 재활용 골판지를 이용해 월산동의 풍경을 연출한 작품도 보입니다.
빈 집 일부만 남은 공간에도 설치 미술 작품이 선보였는데요.
주민들이 사용했던 절구나 곰방대 등으로 기억 속의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경로당 마당에는 '엄마의 방'이라는 전시 공간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곳에 살았던 주민들의 약혼식과 결혼식 사진 등으로 이른바 주민 생애사 전시회를 연 겁니다.
현장음>
"결혼 사진이랑 다 있네 여기."
인터뷰> 유삼순 / 광주시 남구
"여태 살아온 기억을 더듬어서 여기에 붙여놓으니까 좋죠."
인터뷰> 김소진 / 월산부르스 전시기획자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사진을 보고 촬영도 하고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수집된 자료들을 모아서 생애사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기존의 마을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곳,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가 큽니다.
인터뷰> 오여명 / 달뫼마을 문화적 도시재생사업단
"예전에 이런 것을 사용했던 옛 추억도 생각해보고 내가 썼던 거 저기 있네 하시며 좋아하시고 가볍게 보고 갈 수 있는 전시공간입니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으로 아름다운 벽화로 단장되기도 한 이곳 마을.
현장음>
"포토존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설치미술 작품 전시까지 열리자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동주 / 광주시 달뫼마을 주민협의회위원장
"우리 동네가 청년들이 찾아오는 동네가 되는 게 보람이거든요. 그것만 됐으면 (하는 게) 제 소원입니다."
실험적인 작품 전시장이 된 도심 재개발 현장.
경계가 따로 없는 예술의 색다른 시도가 신선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국민리포트 김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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