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림 앵커>
우리 전통문화 가운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올벼심니'라는 추수 감사 의례인데요.
가장 먼저 수확한 벼로 밥을 지어
조상에게 예를 갖춰 올리면서 감사를 드리는 농경문화입니다.
전남의 한 산촌마을에서 재현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김남순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김남순 국민기자>
(전남 광양시)
전남 광양의 한 산자락에 있는 마을.
오늘은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추수 감사 의례인 올벼심니를 재현하는 날인데요.
코로나19가 길어진 탓에 뒤늦게 열렸습니다.
인터뷰> 김경식 / 올벼심니 전통문화 이어가기 추진위원장
“추수 감사 행사로 함께 농사지었던 이웃 간 나눔의 행사고 농가가 풍년이라는 것에 대한 감사의 행사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외지에서 온 체험객 등 100여 명이 함께 했는데요.
너른 마당에는 멍석에 말린 낟알이 있고, 볏단이 세워져 있습니다.
먼저 벼를 한 줌 쥐고 홀태에 훑어내는데요.
조상들의 힘들었던 농사일을 온몸으로 느끼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인터뷰> 허태호 / 초등학생
“재미있고 힘들고요. 손이 아파요.”
이번에는 낟알 껍질을 벗기기 위해 절구통에 방아를 찧습니다.
절구질이 끝나자 바닥에 쌀이 보이는데요.
인터뷰> 김시우 / 전남 장흥군
“이렇게 쌀이 나와서 너무 신기해요.”
인터뷰> 최미라 / 전남 장흥군
“체험할 경우가 없는데 이렇게 와서 해 보니까 남다르고 색다르네요.”
이어 체험객이 키에 쌀을 올려놓고 낟알에 섞여 있는 잡티를 날려보는데요.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거듭니다.
현장음>
"알은 안으로 하고 껍데기는 날리는 방법으로 해야 돼요."
키질을 한 뒤 말끔해진 모습의 생쌀을 먹어보기도 하는데요.
이제 추수 감사를 위한 제사 순서, 마을 어르신이 촛불을 켜고, 여느 제사상과 같은 과일이며 음식에 올벼 쌀로 지은 밥을 듬뿍 올립니다.
제사를 이끄는 어르신이 예를 갖춥니다.
현장음>
"천하만복 지지인 옥룡 뜰에서 재배한 올벼로 정성껏 올벼 밥을 지어 예를 올리니..."
어르신이 수확에 감사하는 뜻으로 머리 숙여 절을 합니다.
정성스럽게 술잔을 올리는데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현장음>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부터 해제됨은 물론 건강과 행운을 주시옵기를 기원의 예를 갖추어..."
한 해 동안 땀 흘린 농부는 풍작의 기쁨을 하늘의 도움으로 여깁니다.
인터뷰> 정현식 / 전남 광양시
“기후조건이 좋아서 올해에는 아주 대풍이었습니다. 어쨌든 하늘이 농사를 잘해 줘서 대풍이 든 겁니다.”
'올벼심니' 재현 행사는 전라남도와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가 마련한 것,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의미도 큽니다.
인터뷰> 정회기 /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
“먼저 벼를 수확해서 찌고 말려 올벼심니(올벼)를 만들어서 주위에 어려운 배고픈 사람들과 나눠 먹는 그런 공동체 행사입니다.”
올벼로 지은 밥을 참가자들 모두 다 함께 나눠 먹는 시간, 올벼 밥을 퍼주는 주민은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립니다.
인터뷰> 김욱자 / 전남 광양시
“옛날엔 쌀이 귀했잖아요. 명절이 돌아왔을 때 햅쌀밥을 해내야 하는데 이것(올벼)을 엄마가 손으로 논에 가서 훑어와 찌고 찧어서 만든 것을 차례상에 올렸어요.”
전통문화를 처음 접해본 귀촌 주민은 느낌이 남다릅니다.
인터뷰> 김원애 / 전남 광양시
“이런 지역 공동체 문화를 오늘 처음 접해 봤거든요. 접해 보니까 좋고, 여기서 사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모두가 올벼밥을 함께하는 모습에서 쌀 한 톨이라도 나눠 먹었던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운 옛 정서를 보는 듯합니다.
전통 추수감사 의례인 '올벼심니'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어 관심을 끌었는데요.
가치 있는 농경문화를 재현하고 결심의 기쁨을 함께 나눈 의미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국민리포트 김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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