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8월31일 방폐장 부지에 대한 지자체의 신청을 받은 결과 경북의 포항, 경주, 영덕, 그리고
전북의 군산 등 4곳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미해결상태로 남아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
를 혼란스럽게 했던 문제가 이제 해결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런 마음 금할 수 없다.
몇 년 전 어떤 분이 모 인터넷사이트에 방폐장문제의 핵심이라며 의견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공감했
던 부분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사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에 있어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부지로서의 적합성
이에 대한 판단은 매우 전문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니 만큼 전문가들의 몫이다. 비전문가인 일반국민이
부지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며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믿어야 한다. 다만 일반국민은 전문가들이 정말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치에서 판단
을 했는지, 판단결과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했는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둘째. 지역주민 의견수렴
과거 정부는 부지확보에만 집착한 나머지 필요성과 안전성만 주장했지, 실제로 이를 곁에 두고 평생
을 살아가야 할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소홀했다. 이는 밀실행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에 충분했으며 격렬한 주민반대를 불러온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민의견수렴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정부가 주민찬반투표라는 완벽하게 민주성이 담보된 방식으로 사업추진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주
민찬반투표 실시방침은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상기의 두 가지 사항이 충족된다면 어디든지 방폐장부지로 선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정부, 한수원 그리고 반핵단체는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찬성 또는 반대를 할 수 있
도록 지켜보아야 하며, 주민들은 방폐장에 대한 객관적 자료 및 정부의 지원사항에 대해 충분히 토론
해 보고 투표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반핵단체는 자신들의 존재이유가 무조건적인 반핵이기에 설사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되더라도, 또 다
른 시비거리를 들고 나올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실 방폐장은 반핵과 무관하다.
반핵단체도 원자력을 이용한 의료행위, 연구개발 등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핵 자체를 반대하더라도 이 땅에 이미 방사성폐기물이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전소, 연구기관, 병
원, 산업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킬 것인 바, 이를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폐장을
반핵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나는 오히려 반핵단체에서 기 발생된 방폐물을 더욱 안전하게 처리하게끔 조속한 방폐장 건설을 촉구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을 반핵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반핵을 위한 볼모잡기일 뿐이다.
또한 방폐장이 지금 당장 필요치 않다는 주장도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 포화되어 넘칠 때까지 기다리
자는 것인가?
반핵단체의 주장이 백퍼센트 맞다 하더라도 10년 뒤가 되었건, 20년 뒤가 되었건 간에 방폐장이 필요
하다는 결론을 부정할 순 없다.
나는 양심적인 시민단체에게 부탁하고 싶다. 반핵단체의 반대에 의례적인 동참을 해선 안 된다고...
시민단체에겐 각자 자신들의 주장하는 바가 다르지만 도덕성, 합리성, 객관성, 투명성은 공통의 기본
조건이다.
그럼에도 지금 편들어주면 나중에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혹은 조폭식 의리 때문에 몸을
빌려주는 식으로 의례적 동참을 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외부인은 방폐장 유치지역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대해 지역주민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사실
일정한 보상은 당연한 것 아닌가. 보상을 가지고 지역주민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당신이라면 보상 없이 찬성할 수 있겠는가?
고유가시대에 원자력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의료 그리고 산업 등에서 원자력 기술을 필요로 한
다면, 원자력으로부터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면 방폐장 건설에 반대해선 안된다. 방폐장은 우리의
의무이자 양심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지역주민이 스스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지
켜봐 주며 그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해 준다면, 방폐장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그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로 성큼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