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 최대의 매물로 여겨져 온 진로의 매각업체가 드디어 하이트맥
주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의 매각이니 한숨을 놓을 수 있어 한
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하이트맥주가 진로인수비용으로 제시한 인수금액이 3조억
에 이른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글로벌 세계적 은행, 골드만 삭스가 진로의
평가 가치에 3조6,000억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매겼을때, 국내 기업들
은 ‘턱도 없는 금액이다.’ ‘나라 경제를 흔들 생각이냐,’ ‘진로의 터무니없는
가치평가 금액은 국내 기업들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라며 심한 반말
을 보였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반발을 보이던 기업 중의 하나인 하이트
맥주가 국고 유출이 어떻든 간에, 일단 먹고 보자는 식으로 3조억원에 이르
는 금액을 제시, 진로의 인수권을 따 낸 것입니다.
이는 기업의 두 얼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쪽으로는 나라를 경제하는 척
하더니, 다른 한 쪽으로는 과감히 국내 술 시장의 모든 이권을 차지하겠다
는 잇속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이는 참으로 개
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이트 맥주가 진로를 인수함으로써 우리나라 술 시장은 맥주시장 뿐 아니
라 소주시장에 이르기까지 하이트 맥주에 잠식당하게 됩니다. 주류업계의1
위라는 명실공히 눈부신 타이틀지만, 대한민국의 술시장 독점과 매점매석
이라는 부작용을 낫지 않을거라는 장담 또한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소주시장에서 전국 시장 점유율이 55% 이지만 수도권에서는 93%를 차지
할 정도로 수도권 지역 유통망이 확고한 진로와 하이트 맥주가 만났으니 하
이트 맥주가 술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은 뻔할 뻔자입니다. 아직 영남에서
만 90%의 매출만을 기록할 뿐, 수도권에서는 60%의 매출을 보이며 오비맥
주에 밀리고 있는 하이트 맥주가 당연히 진로의 유통망을 이용, 맥주시장까
지 잠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우리 앞길을 당할 자 누가 있을쏘냐?’ 이
젠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하이트 맥주의 술시장 독점이 심히 우려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하이트 맥주가 출혈까지 감당해 내며 3조원이 넘는 인
수 금액을 써낸 것도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높게 평가한 까닭이겠죠.
이 술집에서도, 저 술집에서도, 이제 하이트 맥주만 보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공정한 경쟁이 공정한 국가 경제를 만들고, 경쟁이 있어야 품
질도 향상 된다는 사실,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하이트 맥주의
술시장 독점, 불황인 나라의 경제를 다시한번 흔들게 되는 것은 아닐지. 오
늘도 나라 경제로 잠 못 이루는 밤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