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메뉴바로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본문

시청자의견

도심 속에 일당잡부

글자확대 글자축소
작성자 : 남규원(남규원**)
등록일 : 2006.05.07 21:57



도심 속에 일당잡부
남 규원

1

꽃도 십자가도 없는 거대한 빌딩도
주식의 상종가도 아닌
기다림에 지쳐 전봇대에 너저분하게 붙어있는
노란 스티커에 뚜렷한 검은 글씨.
잡부 모집은
대상이 겉보기엔 분명치 않지만
도심 속에 누구에게나 엘 록 카드.

농촌, 공장, 가정에서 밀려나와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쪽방, 고시원에 전전긍긍 하며
모질게 살려고 했건만.

내가 일하면 내가 사고
내가 공치면 네가 술을 사는
도심 역 주변 뒷골목에 구차한 삶을
“그간 먹은 술로 전세방은 얻었다” 며
순수문학을 하는 인텔리는
삶을 즐긴다고도 표현했다.
“노가다 하다가 땀 흘리면 3대가 빌어먹는다.”는
말에 동의하듯.
그래 그 말도 조금은 인정하자.


꼭두새벽 人力회사는 정해지지도 않은 일자리에
팔려갈 순번을 기다리는
진풍경은 숨소리 죽이며
인력소장과 동료들의 눈빛으로만 말한다.

거기에도 능률급이 적용되어 선택받아
일 나가는 사람은
허탕 치는 날의 해장술 고배를 너무도 잘 알기에
먹을 것과 잠자리의
시름을 쓰레기 비질하듯 되씹고.
그 순간만큼은 생기 있는
새벽을 가르는 발걸음이 힘차다.

지하철에 등산가방 메고
모자 꾹 눌러쓴 그대는
이 땅에 도심 속에 일당잡부여.
많은 사람들 중
노가다는 노가다를 알아봐 회피하며
오늘도 해방 역 닿을 때까지 가는
지하철에 몸을 태웠는가.

작업복 갈아입을 곳 없어
구석진 곳에 공짜신문 깔고.
기공들이 하기 싫은 일 뒤 치 닥 거리를
고슴도치처럼 기다보면
어느새 이사회
하중을 온몸으로 버팅 기고.
그저 시키는 일만 군소리 없이
담배도 눈치 보고 피며
조건 없는 똘만이가 되어야만 좋아해
하루를 바쁜 몸놀림으로
비유를 맞추며
장시간 노동을 억지로 때운다.

비누도 없이 낫 짝만
대충 찬물로 몇 번 비벼 씻고.
땀 내 음 풍기며 지하철을 타면
시민의 눈초리는 가늠하기는 하는지.
아니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배웠건만
“현장에서 비누, 수건은 안 준다”는
더럽고 치사한 사실에도
분노하지 못하고

삭막한 현장 생각하기조차도 싫다.
노가다니까.

2

노가다가 노가다를 恨---- 없이 죽 인다.
어떤 고된 일도 참고 견딜 수 있는데
한마디 말도 더럽게 하는
현장 감독자와 오야지의 위용을 보면
눈알에 가시를 꽂고 일을 해야 한다.
일의 순서도 설명 안 하면서
“이것, 저것 생각나는 대로 마구 시 킨다”
그 지시는 “인간 취급을 안 한다.”는 것을 암시해
스트레스는 쌓이고.
자기가 고생해서
일머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데도.

아는 놈이 더 무섭다.
채찍만 안 들었지
더럽고, 악취 나고, 무거운 것들 모아두어
막 부려먹어도 쥐 죽은 듯 말 없는
일당잡부에게 꼭- - 옥 시킨다.
개 같은 일
그 것도 못하면 다른 용역잡부를 부르기에
눈물 꾹 참고.
벙어리 가슴 앓듯 익숙해지면
비참한
일당잡부임을 자인해야만 한다.
가끔 오야지, 현장반장과 짜고
노, 사 꾼이 되어 뒷돈 만원 받아 챙기는
일당동료 보면 정말 울고 싶다.

관절이 이완 되 욱신거리는
근육을 풀기 위해 술이 부르고.
解脫 잔에 째리면 통증은 가라앉지만
망가진 만큼 더 중독 되고.
의지할 곳 없는 재래시장
허름한 선술집에서
홀로 허무쪼가리를 안주 삼아
어설픈 희망을 망상 속에 되새김 질 하며
가자미눈으로 가지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많은 일들.
상 상속에 실컷 훔치다 보면
부자 된 기분으로 초라하지 않은 채.

3

빽 없고, 배운 것 없이
착하게 몸뚱이를 쥐어짜.
어깨가 얼리고, 쑤시고 절여도
끼니를 연명하는 기술로 무장되어
내일의 두려움을 턱걸이하는
고된 육체는 떨고 있는데.

단내 나게 뺑이 친 날은
지친 만큼
쐬주가 더 잘 받아 울컥 꿀컥.
시시콜콜한 쪽 방 냄새
태우지 못한 헛간 장작 벌레 먹듯
밤새 맥없이 흐느적거리다.
자신도 모르게 추워 울던
눈시울에
소금 끼를 고양이 낯짝 씻고,
움켜지지 않는 부은 손을
찬물로 풀어낸다.

뒤틀려 가누던 몸이 술기운이 살아 헛구역질하며
또 다시 새벽을 딛고.
혹시나 하는 횡재수의 희망도 놓지 않으려고
고개 숙여 길바닥을 쪼아댄다.
로또 한 장사지 않으면서도
로또 당첨되는 상상을 연거푸 피우듯.

처진 어깨위로 가고 있는
하루 앞에 내일을 모른 채.
일당을 소진하려 도심에
무법자가 되어
오늘도, 어제도 쓰린 잔을 들고
얄궂은 빈자의 허기진 웃음으로
현장에 굴러다니던 남이 신던
안전화 주워 신은 채.
“너희들이 노가다를 아느냐”고
이 세상 훌훌 날려 버

프로그램내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