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눈을 높이는 시간, 독립영화를 만나볼 순서입니다.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
Q1>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 등 상반기 영화계를 달구었던 독립영화 열풍이 9월 극장가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9월에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독립영화들이 많지요?
A1> 네, 9월 중에만 네(4) 편의 독립영화가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상업영화도 한 달에 네 편은 적은 숫자가 아니죠.
이 영화들 모두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 솜씨를 갖춘 작품들이 인데다가.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의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처럼 다시 한 번 독립영화의 흥행신화에 도전하는 작품들입니다.
그 작품들 모두 이 시간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Q2> 오늘 소개해주실 작품은 어떤 영화인가요?
A2> 오늘 보실 영화 역시 지금 극장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인데요. 이 작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물론, 칸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이뤘고요. 평단과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미국 전역에서 먼저 정식 개봉이 되었고요. 지금까지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이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5개국 이상에 판권이 판매 돼 주목할만한 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어른들의 온전한 보호 없이, 조금씩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해가는 두 자매의 이야기인데요. 자칫 신파로 비춰질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의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매가 전하는 진실한 감동이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는 영화입니다.
말씀 듣고 나니까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김소영 감독의 영화 ‘나무 없는 산’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Q3>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서 친척집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하는 데요.
그래도 눈물보다는 아이들을 한번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A3> 영화를 본 누군가 “아이들은 울지 않는데 나는 계속 운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죠.
그게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자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영화 속 두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지방에 사는 고모 집에서, 시골에 사는 할머니 집을 전전하며 친척들에게는 짐만 됩니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누구라도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릴’ 상황인데요. 하지만 이 영화는 아이들을 불쌍해하거나 동정하는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음악 하나 없이 자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천천히 두 자매의 모습을 훑어가는데요. 어쩌면 건조하다고 느낄 만큼, 감독은 이 아이들을 조용히 응시합니다. 가슴은 아프지만 이 이야기는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슬픈 현실이라고 얘기하는 것이죠.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지만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한 ‘진과 빈’ 자매가, 희망을 안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두 자매의 모습을 아련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Q4> 김소영 감독님이 아무래도 여자 감독님이셔서, 더 섬세하게 표현을 하신 것 같아요.
A4> 김소영 감독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소녀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첫 장편 데뷔작 ‘방황의 날들’로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대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무 없는 산’은 보낸 감독 본인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감독님 역시도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고요. 그 때를 떠올리며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의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Q5-1> 김소영 감독님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아쉽게도 감독님께서 미국에 거주중이시죠?
A5-1> 네, 이 영화의 촬영 때만 잠시 한국에 머무셨고요.
감독님뿐만 아니라 사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와 촬영, 편집에 참여한 상당수의 스태프가 해외에서 와서 작업을 했죠.
Q5-2> 미국에 계신 김소영 감독님을 대신해, 함께 작업하신 프로듀서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영화들을 접하다보면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Q6> ‘나무 없는 산’이라는 제목이 참 인상적입니다.
A6> ‘나무 없는 산’은 영화의 이미지와 주제를 탁월하게 압축한 제목입니다. 산에 나무가 없다면 그것은 산이 라고 할 수 없겠죠. 마찬가지로 부모, 좀 더 좁게는 엄마가 없는 집은 집이 아니라는 의미일 텐데요. 그래도 소녀들은 이 나무 없는 산에서 살아가는 법을 담담하게 배워갑니다.
그래도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무래도 ‘진’과 ‘빈’, 어린 자매의 모습일 텐데요.
Q7> 이 아이들이 전혀 연기 경험이 없다면서요?
A7> 1996년의 프랑스 영화 ‘뽀네뜨’나 2006년의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두 영화 모두 연기 경험이 없는 ‘비(非) 전문배우’ 아이들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 영화죠. 당시에 베니스 영화제(뽀네뜨)와 칸 국제영화제(아무도 모른다)에서 주연상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나무 없는 산’ 역시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두 아역배우가
화제 되고 있습니다. 두 어린이를 만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캐스팅
과정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엄마가 돼지 저금통을 주고 떠날 때, 울지도 않고
저금통을 만져보던 아이의 얼굴이 참 감동적이었는데요.
Q8> 영화 속에서
두 자매에게 엄마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의 상징이었던, 돼지 저금통도 기억에 남네요.
A8> 빨간 돼지저금통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추억이 담긴 물건이죠. 허리띠 졸라매고 근검절약을 부르짖던 시절에, 빨간 돼지저금통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약속이었는데요. 저금통을 다 채우면 돌아온다는 엄마 말을 믿었던 아이들은 저금통이 다 차도록 오지 않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일종의 성장통이 되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두 아이가 결국은 스스로 저금통을 깨게 되는데요. 이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없이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소녀들의 성장통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아물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하고요.
영화 속에서는 이 ‘빨간 돼지 저금통’말고도 인상적인 장면이 더 있는데요.
아이들이 엄마를 떠나 고모 집으로, 그리고 외갓집으로 또 넘겨지는 데요.
Q9> 영화 속에서 결국 아이들을 감싸 안는 것은 여성들인 것 같아요.
A9> ‘워낭소리’가 자식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를 기억하고 감사를 바치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어머니를 기억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모에게 버려진 외로움과 막막함을 극복해가는 아이들 자신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와 원망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자매를 길러준 어머니들의 다양한 모습이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따스하게 그려지는데요. 엄마, 고모, 외할머니는 얼굴만 바꾼 어머니의 다른 모습들로, 이 어머니들은 어떻게든 자매를 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어린 소녀들이 버려졌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원망을 넘어서게 해주는 것 역시 이 어머니들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보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Q10>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나무 없는 산’ 말고도) 또 있다면서요?
A10> 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매월 주제를 정한 후 서울 지역 극장을 순회하며 무료 상영하는 정기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번 9월의 주제는 ‘세계가 선택한 우리 애니’입니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열리는 세계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초청한, 한국의 최신 단편애니메이션 작품 10편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을 시작으로 매주 한 회씩 상영 되니까요. 홈페이지에서 일시와 장소 확인해보시면 아이들과 좋은 시간 보내실 수 있겠습니다.
네, 오늘 다양한 영화 소식 들려주신 맹수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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