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눈을 높이는 시간입니다.
독립영화를 만나볼 순서죠.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
Q1> 새해 첫 ‘날아라 독립영화’로 선택하신 작품을 어떤 영화인가요?
A1>새해 시작하면서 계획들 많이 세우셨을 텐데요. 거의 뭔가를 하겠다, 달라지겠다, 나아지겠다는 내용이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며 잊고 있었던 것은 없는지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조금 삶의 템포를 늦추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태준식 감독의 <샘터분식>이라는 작품인데요. <샘터분식>은 ‘홍대’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세 사람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다른 듯 하지만 실상은 나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인물들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속에 정치도 있고, 사회도 있고, 삶도 있는 거라는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럼 태준식 감독의 '샘터분식'을함께 보시겠습니다.
네, 태준식 감독의 영화 <샘터분식> 잘 봤습니다.
Q2>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보통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A2><샘터분식>에는 ‘그들도 우리처럼’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게 되는- 어두운 세상에 희망을 주는 빛나는 사람들이나, 진창 같은 세상에서 연꽃처럼 고고히 살아가는 본받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우리’처럼, 고민과 번뇌, 그리고 생활고까지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입니다.<샘터분식>은 언제나 뜨겁고 언제나 즐거울 것 같은 홍대부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패션과 유행, 젊음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홍대 앞이 아니라. 그 한 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통 일상을 아무런 질문 없이 묵묵하게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일상을 보면 자꾸 오르는 물가와 취직 때문에 고민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잘 맞는 것인지 고민하죠. 누구라도 공감을 할 수 있을만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토익 시험을 보러 가는 제리K에게, 바쁘게 뛰어다니는 안성민씨에게, 새벽부터 묵묵히 반찬 준비하는 최영임씨에게 절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Q3> 네, 그럼 영화를 만든 태준식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 보겠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감독님께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Q4> 한 작품 안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전혀 접점이 없는 것이 특이한데요?
A3>영화에 등장하는 샘터분식 사장님이나, 젊은 힙합뮤지션, 그리고 지역활동가. 이 세 분은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홍대부근에 살고 있다는 것을 빼면 정말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죠. 물론 세 분이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요. 심지어 이 다큐멘터리가 거의 2년 가까이 촬영이 되었는데, 마지막 촬영 날에야 서로 얼굴을 보셨다고 합니다.영화 속에서도 이 세 인물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딱 한 장면 나오는데요. 다른 두 분이 샘터분식에 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에요. 각자 와서 각자 식사를 하고 나갑니다.하지만 이 장면은, 사람들은 어쨌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이 소란스런 시간,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것, 사람들의 건강한 일상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감독의 의도가 개입된 이러한 극영화적인 연출은, 있는 그대로 발생한 사건을 담아낸다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가장 소박한 상식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러한 파격을 통해서 지금까지 목소리를 낮추며 이들의 일상을 기록하던 감독은 자신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5> 이렇게 정적인 이야기가 젊음으로 역동하는거리인 ‘홍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도 독특하고요.
A5><샘터분식>에는 사실 인터뷰 영상의 배경으로 홍대 앞 거리가 조금 비춰지기는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냥 평범한 거리일 뿐입니다. <샘터분식> 속 홍대는 클럽 문화, 인디 밴드, 즐비한 카페 등 ‘홍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조금 빗나가서, 홍대의 조용한 골목을 담고 있거든요. 이 작품에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첨단유행문화에 아직 잠식되지 않은 곳, 가난한 예술가들이 꿈을 갖고 살고, 지역단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곳- 즉 사람들이 건강하게 일상을 살면서 변화해가는 공간과 그 공간에 흐르는 시간입니다.작품 전체를 보면 인물을 비추지 않을 때 카메라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거리의 풍경을 통해서 그들 주변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담고 있는데요.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거시적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람들은 작고 건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요즘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나면서 다양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샘터분식>의 경우는, Q6> (하이라이트로 보면서는 내레이션을 들었지만,)실제로 내레이션이 전혀 없는 작품이죠?
A6>네. 이런 형식을 ‘다이렉트 시네마’라고 하는데요.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내레이션이 없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이야기들에 대해 각자의 느낌을 갖고 스스로 상상할 수 있게 되죠.
감독님께 이런 방식을 택하신 이유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Q7> 친절한 내레이션에 익숙한 관객들은 조금 낯설 수도 있겠지만, 장점도 있죠?
A7>다이렉트 시네마의 장점은 감독이 사건과 인물들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하면서도 인물들의 상황 및 심리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는 주부였던 분식집 사장님이 왜 식당을 열게 됐는지, 힙합 뮤지션이 음반 출시를 앞두고 왜 굳이 토익 시험을 보러 가는지, 등등.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사연을 애써 파고들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그들을 감싸는 마포, 홍대앞 거리의 공기와 냄새, 빛, 풍경을 스케치하듯 모아놓는데요. 이 스케치가 모여서 이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자이크되어 전체적인 느낌을 완성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다지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행복과 건강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네, 맹수진 선생님.
오늘도 좋은 영화 이야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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