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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수록 더 목마른 오란씨의 환상 [행복한 책읽기]

정보와이드 모닝

마실수록 더 목마른 오란씨의 환상 [행복한 책읽기]

등록일 : 2010.03.15

이번 순서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한 권의 책을 깊이 만나보는 <행복한 책읽기> 시간입니다.

네, 우리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알차고 즐겁게 행복한 책읽기로 안내해 주실 분입니다.

출판평론가 김성신씨 모셨습니다.

어서오세요.

Q1> 편안한 휴식 같은 시간입니다. <행복한 책읽기> 첫 시간인데요... 어떤 책을 소개해 주실 지 궁금합니다.

A1> 네, 지난 겨울 참 유난히 추웠습니다.

날씨의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겨울 우리 문학계도 비슷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신인 작가의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그러던 것이 새봄을 앞두고 새 순이 돋아나듯 주목받는 신인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학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첫 소설집을 발표한 한 신예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그 작가와 작품을 만나볼까 합니다.

저도 작품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었는데요.

지난 2006년 등단 후 첫 소설집<오란씨>를 낸 배지영 작가과 그 작품입니다.

화면을 통해 먼저 만나보시죠.

네, 소설집<오란씨>.. 그 저자이신 소설가 배지영씨를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Q2> 2006년 등단 후 첫 소설집을 내셨는데 반응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첫 소설집을 출간하신 소감 한 마디 안 들을 수 없는데요...

A2> 첫 소설집이니 만큼 나의 작품세계를 그려나가는 출발선이란 생각이 들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될 밑바탕일수도 있고 혹은 하나의 시놉시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Q3> 김성신씨도 이 책을 단숨에 읽으셨다고 했는데...평론가로서 보는 소설집 <오란씨>와 작가 배지영,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A3> 한동안 한국 문학에서 정교하고 묵직한 리얼리즘을 찾기 힘들었다. 이른바 칙릿소설처럼 젊은이들의 트랜드를 묘사하거나, 역사와 실존인물을 소재로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 등이 휩쓰는 틈새에서 오랜 한국문학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리즘 소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평단에서는 배지영 작가의 등장에 대해 '새로운 리얼리즘의 부활'이라고 묘사한다. 동감한다.하지만 예전의 리얼리즘 소설과는 확연히 다르다. 리얼리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진지하면서도 깊이있는 성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서사가 매우 감각적이며 흥미롭다는 것이다. 소설집 오란씨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데, 쓰레기, 시체, 창녀, 똥, 등이 한자리에 모여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 공포와 같은 인간 내명의 원초적인 면을 과감하게 드러내는데, 동물성 가득한 인간 군상의 모습은 무시무시하지만, 나중에는 그 열기와 활력으로 인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주변부, 혹은 도시의 변두리라는 창을 통해 인간의 지난한 삶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

Q4> 이번에는 작품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볼 텐데요. 제목부터가 참 익숙하면서도 신선해요. 제목인 ‘오란씨’ 어떤 의미인가요?

A4> 소설 속 오란씨의 텍스트적 의미는 두 가지. 하나는 오란씨란 이름을 가진 술집 간판이름이고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음료수 이름. 88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축제라는 시간적 현실 속에서 그와는 너무 다른 가난하고 폭력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형. 그리고 지입제 덤프 트럭 운전을 하며 가난하게 살지만 사랑에 관한한 누구보다 순수한 동생. 이 둘은 어둡고 힘든 현실 속에서 누구보다 사랑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파인향이 나는 오렌지맛 음료수처럼 인생의 반전을 원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 옛날 오란씨 광고에 나오는 노랫 가사처럼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손에 담아 사랑하는 여인에게 주고자 하는 형제의 순정을 나타내고 싶었다.

Q5>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배지영 작가의 작품은 이른바 2000년대 소설을 주도하고 있는 197,80년대생 작가들의 작풍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던데요.

최근 출판계와 신인 작가들의 동향, 어떻습니까?

A5> 백영옥 김도언 김숨 이기호 등 젊은 작가들의 의미 있는 문학작품들이 2009년도에 쏟아져 나오면서 젊은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전반적으로는 한국문학이 예전에 비해 가벼워지고, 좁아지고, 상업화에 경도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문학의 원로 현기영 선생이 계간 '실천문학' 봄 호에 세평(世評)을 기고했는데 젊의 작가들에게 보내는 신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은) 모기 다리에 털이 몇 개인가를 따지는 미시 서사로 한없이 졸아들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읽히는 것이라곤 본격 문학을 가장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업주의 문건들 "이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처럼 소비향락적 대중문화와 몸을 섞은 문학의 한국판 아류들이 지금 문학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 배지영 작가의 ‘오란씨’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오란씨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흥미진진한 글의 전개가 멋진 작품이다.

Q6> 이번엔 표제작 <오란씨> 의 내용 중 일부를 함께 들어볼 텐데요.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부분을 직접 낭독해 주셨습니다. 함께 보시죠.

"그는 형처럼 하늘을 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차창 위로 별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 오오 오란씨.‘ 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자는 자고로 오란씨 같은 거야. 이렇게 먹고 버리는 거야. 그치만 딱 한 사람한테는 별도 따 주고 모든 걸 다 주는 거야. 그게 남자야.’

그는 목이 말랐다. 왜 그날 설희가 준 오란씨는 먹으면 먹을수록 목이 말랐는지 알 것 같았다. 파인애플 향이 나는 오렌지 탄산음료 오란씨가 못 견디게 마시고 싶었다."

Q7> 아...저도 <오란씨>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요. 오란씨 말고도 여섯 편의 작품이 더 수록돼 있다고 하셨잖아요.

소설집 <오란씨>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먼저, 저자이신 배작가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A7> 소설이란 전적으로 읽는 사람의 몫이 된다. 다만, 내 소설을 읽는 동안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으면 좋겠고 다 읽고 난 뒤 모두 잊어버렸다 하더라도 가끔 소설 속 비슷한 풍경이나 인물, 혹은 그러한 감정과 막닥뜨리게 될 때. 진짜 내가 겪은 기억인지  책으로 읽은 기억인지 헷갈려 하며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 되면 좋겠다.

네, 이번엔 김성신씨 말씀해 주시죠... 조선일보의 김태훈 기자는 배지영의 소설은 “글로 찍은 사진이다.”라고 표현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일상의 디테일과 문명 속에 갇혀 사는 인간 군상의 내면까지도 마치 사진기로 찍은 것처럼 정교하게 묘사해낸다. 그러면서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녀의 글을 따라 가면서 머릿 속에 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펼쳐 놓고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라. <오란씨>라는 작품의 진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제가 이번 오란씨 수록작인 슬로셔터 연작 중 <버스>의 일부를 골라봤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문득 회사에 수없이 굴러다니던 테스트용 가스 분사기,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나왔던 전기 충격기, 가방을 바꿔 메느라 두고 나온 목걸이 형태의 호루라기 겸용 분사 용품이 떠올랐다. 하필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버스가 진로를 바꾼 바람에 도무지 이곳이 어디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점도 나의 불안을 증폭시킨 원인이었다. 도시의 낯선 도로 옆으론 불 꺼진 술집과 여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버스는 자꾸만 한적한 길로 꾸역꾸역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서울과는 멀어지는 듯했다."

'버스-슬로셔터 No.1' 中

네, 오늘은 첫 소설집<오란씨>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신예 배지영 작가와 그 작품을 만나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고요.

오늘 함께 자리해 주신 배지영 작가님, 그리고 김성신씨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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