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앵커>
7월 27일은 6.25 전쟁 정전협정일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인데요.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이 땅에서 희생한 참전용사를 기리는 날입니다.
지난 27일에는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는데요.
전국 곳곳에는 이들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최영은 기자, 그런데 그리스 측에서 이 참전 기념비를 이전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면서요.
◆최영은 기자>
그렇습니다, 제 뒤로 보시는 게 바로 그리스 참전 기념비입니다.
지난 1974년 10월, 그리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건데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 그리스참전비가 세워진 이유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그리스 참전 용사들이 현재의 여주 인근인 381고지에서 3천여 명의 중공군을 무찌르는 대승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보니까요, 그리스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 참 아름다웠고요, 높이도 7.2미터에 달해 굉장히 웅장했습니다.
◇김현아 앵커>
그렇군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참전 기념비인데 그리스 측이 이전을 요청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최영은 기자>
네, 참전비가 위치한 장소 주변 환경의 문제였는데요.
먼저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그리스 참전비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공원이나 도심이 아니라 고속도로 위 휴게소 안에 세워져 있는데요.
현충 시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다니,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게소 안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참전비로 접근하는 길목에 흡연 장소와 화장실이 있고요.
또 주유소가 바로 앞에 있어서 차량의 이동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뒤쪽으로는 물류 창고가 들어서 있어서 소음도 심한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 년 전부터 그리스 측에서는 이전을 요청했습니다.
녹취> 이휘게니아 콘톨레온토스 /주한그리스대사
"그리스 참전비는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그리스 참전용사의 대한민국에 대한 공헌을 기리기 위해 충분했습니다. 설립 당시에는 참전비가 위치한 곳이 외딴 곳이라 주변의 유일한 건물은 참전비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한국이 발전을 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죠."
◆최영은 기자>
이런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에 그리스 참전비가 세워졌던 당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 그리스 측의 설명입니다.
◇김현아 앵커>
네, 실제로 그리스 참전용사들이 변화된 이곳의 주변 환경을 본다면 서운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최영은 기자>
아무래도 그렇겠죠.
6.25 전쟁 당시 유엔군 참전용사로 파병 온 그리스군은 5천여 명으로, 참전국 22개 나라 가운데 5번째로 많은 규모의 군인을 파병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사자는 200명, 부상자는 600명이었는데요.
마땅히 이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이들의 민원에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먼저 현충 시설을 지정하고, 담당하는 국가보훈처는 민원 내용을 파악하고, 약 2년 전부터 참전비와 부지의 소유주인 국방부, 그리고 시설 관리 주체이자 참전비 관할 지역인 여주시 측과 긴밀히 협의를 했는데요.
그런데 협의 주체가 여러 군데이다 보니 이전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 보다 예산에 대한 문제가 컸는데요.
부지를 선정하고 이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부처들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송영조 / 국가보훈처 현충시설과 사무관
"(참전비) 소유는 국방부입니다. 그래서 소유자와 협의해야 하고요, 재산이니까요. 그리고 관리자는 여주시입니다. 그래서 실제 이전 권한 가지고 있어서 그 부분을 생각해야 하는 거고요. 부지도 여주시 관할 부지입니다. 여주시에 있기 때문에 여주시와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예산 부분인데 예산 당국,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적극적으로 조정을 유도했습니다.
그리스 참전비 이전과 관련한 각 부처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한 건데요.
권익위의 조정으로 먼저, 여주시는 여주의 근린 시설인 영월공원에 이전 장소를 제공하는 것에 합의를 했습니다.
녹취> 주혜정 / 여주시 복지행정팀장
"(관계)부처 간 서로의 입장이 달라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중략)저희는 부지에 대해 제공을 하겠다는 의견 제출했습니다."
◆최영은 기자>
이전하는 부지는 영월공원이라고 불리는 여주시 내 근린공원입니다.
이곳은 시설 자체가 잘 정돈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6.25 참전 기념비, 무공수훈자공적비가 위치해 있는데요.
그리스 참전비의 새로운 보금자리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취> 장경수 /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장
"지금 있는 소나무는 옆으로 이전해서 부지를 확보해서 그 자리에 (그리스 참전비가)들어갈 거고요. 그 옆에 기존의 여주군 6.25 참전 기념비와 무공자회 기념비가 같이 조화를 이뤄서 주변 시설과도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조정 결과 보훈처는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내년까지 이곳 영월공원으로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내년이 우리나라와 그리스가 수교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데요.
내년도 참전비 이전에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현재 부지에 대한 사후 관리를 맡기로 했는데요.
아울러 향후에도 이러한 현충 시설에 대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녹취> 정석환 / 국방부 정책실장
"이번 조정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와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해서 이런 결과 이뤄냈는데요. 국방부는 향후에도 어디에 참전비가 있든지 국방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긴밀히 협의해 계속 지원할 것을 다짐합니다."
◇김현아 앵커>
정리를 해보자면 여주시는 부지를, 국가보훈처가 사업비를, 국방부가 사후 관리를 각각 지원하기로 한 거네요.
◆최영은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스 측이 최초 요청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전이 가시화된 건데요.
그리스 측은 조정 결과에 만족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녹취> 야니스 파파콘스탄티누스 / 그리스 국방무관
"그리스 참전비 이전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신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보훈처, 여주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영은 기자>
아울러 그리스는 그리스 현지 대리석 등 이전에 필요한 자재들을 본국에서 공수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현아 앵커>
네,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낯선 땅에서 희생하신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건 우리 후손들의 도리겠죠.
참전비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게 된 만큼 잘 관리되고 참전용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영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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