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앵커>
건강 100세 시대로 불리는 요즘, 뒤늦게 한글을 배우려는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교실을 만들어 재능 기부를 하는 물리학 박사가 있습니다.
김남순 국민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김남순 국민기자>
(전남 장흥군)
전남 장흥군의 교촌마을.
산자락 앞에 자리 잡은 마을인데요.
오늘은 마을회관에서 한글 교실이 열리는 날, 어르신들이 강사와 인사를 나눕니다.
(교촌마을회관)
출석을 부르지만 대답을 하지 않자 한 어르신이 재치 있게 한마디를 합니다.
현장음>
"대답을 해야지..."
이곳 마을회관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은 모두 10여 명, 어릴 적 공부한 한글을 다시 새롭게 배우고 있는데요.
짧은 글을 써 온 어르신, 발표를 부탁하자 수줍은 듯이 손사래를 하기도 합니다.
한글 강사와 주민이 함께 어르신이 쓴 글을 읽어 보는데요.
현장음>
"사랑하는 연지야."
"사랑하는 연지야."
"너 병원에 잘 다니고..."
한글을 가르치는 사람은 대학원에서 30년 넘게 물리학을 가르쳤던 김종탁 박사.
퇴임한 뒤 이곳 장흥으로 귀촌했는데요.
주민들이 한글을 더 배우고 익히기 위해 인근 마을에서 살고 있는 김 박사를 한글 강사로 모신 겁니다.
현장음>
"하루 종일."
"하루 종일."
"깻잎을 땄더니."
"깻잎을 땄더니."
인터뷰> 김종탁 / 한글 교실 강사
"글을 모르는 분들한테 제가 아는 걸 가르쳐 드린다는 게 너무 좋았고 특히 배우신 분 중에 시를 만들어 온 걸 보고 정말 너무나도 뿌듯했습니다."
현장음>
"농협에 갔다."
"농협에 갔다."
"이제 나도."
"인자 나도."
"한글 배운다."
어르신들께 공감할 수 있는 시를 들려주며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 주는 강사.
어르신들은 귀 기울여 들으며 열심히 따라 하는데요.
한글을 배우면서 글씨도 쓸 수 있게 된 어르신은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방말려 / 전남 장흥군
"글씨도 써 보라고 하고, 읽어보기도 하라고 하니까 좋아요. 생전 안 하고 묻혀 있다가..."
책과 강사비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비로 해결하는데요.
매주 1시간씩 진행되는 한글 교실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는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인터뷰> 방철원 / 전남 장흥군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요. 노인들이 참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방정자 / 전남 장흥군
"공부하니까 좋아요. 모르니까 배우니까. 하나씩 하나씩 배우니까 좋죠."
어르신들은 좋아하는 민요 구절을 읽어보기도 합니다.
현장음>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엔 희망도 많다."
현장음>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났네."
한글 교실이 생긴 지 어느새 두 달째, 거침없이 술술 읽어 내려가는 주민도 있는데요.
주로 시를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인터뷰> 변광표 / 교촌마을 이장
"자음, 모음 이렇게 해서 글씨가 되고 낱말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한글 교실을 함으로써, 배움으로써 많은 보람이 됐습니다."
현장음>
"종이 꺼내 놓고 연필로 내가 생각나는 말,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런 말을 그냥 쓰시면 됩니다."
어르신들에게 우리 글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물리학 박사, 자신의 조그만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김종탁 / 한글 교실 강사
"기회가 닿는 대로 모르시는 분들에게 글을 알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백발의 나이에 한글을 다시 배우는 어르신들, 배움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는 모습에서 '건강 100세 시대'가 열렸음을 실감 나게 합니다.
국민리포트 김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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