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림 앵커>
'공캉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공항에서 더위를 식히는 바캉스를 이르는 말인데요.
해외 여행객이 줄어 썰렁한 인천국제공항에 더위를 식히려는 '공캉스'족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색 피서 현장에, 오옥순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오옥순 국민기자>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 2터미널역.
열차에서 내린 어르신들이 공항 대합실로 향합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미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올림픽 경기를 즐깁니다.
멋진 승부와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코로나19로 우울했던 마음과 더위가 사라집니다.
인터뷰> 양병록 / 서울시 관악구
"9시경에 나와서 직접 타고 오면 10시나 11시 다 돼가요. 시간이 많으니까 여유 있게 오기 때문에 집에서는 조금 밖에 못 봐요. 날씨가 더우니까 여기 와서는 텔레비전도 보고 하루가 금방 갑니다."
폭염에 덥고 답답한 집 대신 쾌적하고 볼거리가 많은 공항 대합실은 어르신들에게 인기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전망대와 홍보관 활주로를 박차고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오옥순 국민기자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더위를 피해 공항을 찾아오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폭염이 공항의 분위기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공항 터미널의 실내 온도는 24도에서 26도.
쾌적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합실에서 책을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인터뷰> 정병준 / 서울시 서대문구
"시원해서 좋고 상쾌하고 기분도 좋아서 조금 놀다가 갑니다."
여름철 어르신들이 인천공항을 찾는 것은 몇 년 전부터인데요.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와 경로당 폐쇄 등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발길이 더 늘었습니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 1, 2터미널 역을 찾은 노인 이용객 수는 지난해 13만여 명으로 지난 6월에 비해 거의 배가량 늘었습니다.
인터뷰> 이수영 / 인천시 계양구
"방에만 여태 있다가 조심스레 와봤더니 이렇게 우리가 앉을 수 있는게 배려해 주니까 공항 측에 감사하고 나이 드신 분들이 갈 데가 없는데..."
어르신은 이전에도 더위를 피해 인천공항을 많이 찾았는데요.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아예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고 뒷자리를 정리하지 않아 관리에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인터뷰> 김정자 / 서울시 영등포구
"여기 오니까 세금도 안 받지 너무 행복해요. 많은 사람이 왔다 가는데 우리가 조금 나이가 들었으니까 나이가 든 만큼 선배들로서 많은 사람에게 본이 되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임미향 / 제2여객터미널 청소담당 직원
"어르신들이 셋, 넷 어울려서 많이 오세요. 저희는 너무 힘들죠. 간식 같은 것도 오셔서 많이 드셔서 저희가 치우기 힘들고 어르신들이 규칙도 지켜주셨으면 하는데..."
(촬영: 이홍우 국민기자)
인천공항공사는 더위 속에 어르신의 발길이 늘어면서 여객 터미널 좌석 간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해외 입국자와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등 일반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감염 예방 대책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리포트 오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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