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앙기가 널리 보급돼 손모내기가 사라진지 오래됐는데요.
서울시내 도심에서 토종벼를 손모내기로 심는 행사가 열려 화제입니다.
박세정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도심 속 한 조그만 논입니다.
120여 평의 논에서 20여 명이 자갈을 골라내고 논바닥을 다지는 논고르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모내기에 앞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생명의 논학교 수강생들과 두레 체험 온 시민들입니다.
새참 시간을 맞아 수박과 참외, 한잔의 막걸리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추억의 옛날 모내기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물을 조금 빼기 위해 물꼬를 트고 쇠스랑으로 논바닥을 편편하게 써레질하면서 논고르기작업은 마무리됩니다.
오늘 도심 속 모내기가 눈길을 끄는 것은 이곳에 심을 벼품종의 주류가 토종벼이기 때문입니다.
이앙기가 아닌 손 모내기로 심을 토종벼는 자광도, 아가벼, 올벼, 흑갱 등을 비롯해 일본 도입종인 은방주, 다마금 등 모두 12 품종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양쪽에서 잡고 있는 못줄에 간격에 맞춰 한 번에 모 3 ~4개 씩 뜯어 논바닥에 꽂습니다.
인터뷰> 송 철 / '생명의 논학교' 촌장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많은 분들은 우리 손으로 우리 손으로 우리가 생산한 것을 먹어보자 라고 하는데, 사실 벼는, 쌀은 힘들잖아요. 그런 경험을 가지기가.... 자급은 불가능 하겠지만 상징적으로 이런 걸 한번 시도해보고..."
못줄을 이동할 때마다 줄잡이가 외치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토종 품종인 자광도는 임금님 수라상에만 올려졌던 귀한 품종으로 중국에서 들여 온 품종입니다.
품종이 바뀔 때마다 나무푯말로 표시합니다.
허리를 굽히고 못줄의 눈금에 맞춰 모를 내는 작업이 처음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손에 익숙해집니다.
인터뷰> 윤 엘리스 / 재미교포
“도시 중심에서 농사 짓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인 것 같아서 오고 싶었어요. ”
인터뷰> 서상원 / 서울 갈현초교 6학년
“이건 진짜 해 본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 있어요. 진짜 재미있어요.”
모가 심어진 논은 어느새 올챙이와 소금쟁이의 놀이터가 됩니다.
추억의 손모내기 작업을 마친 참가자들은 논을 바라보며 자신이 심은 모가 튼튼하게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도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토종벼 손모내기 작업은 토종벼의 가치와 우리 선조들의 농사숨결을 느끼게 하는 좋은 자리가 됐습니다.
국민리포트 박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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