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이것은 소월 김정식(金廷湜)의 묘비(墓碑)에 아로새겨진 그의 유명한 시 일
부다.*
설사 이 '글발'이 새겨져 있지 않다 해도 그의 묘비 앞에서 본 사람이라면
이 통절한 노래가 스스로 귓가에 울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으리라.
일찍이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묘를 찾았던 시인 권필(權 )이 '빈 산에
나뭇잎 지고 쓸쓸히 비 내리나 선생의 노래는 귀에 상기 쟁쟁하다.'고 노래
한 바 있거니와 소월의 묘비 앞에 서니 말 그대로 그의 시가 쟁쟁한 것 같
다.
천재시인 소월의 시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잠겨 칠
현금(七絃琴)처럼 힘있게 울리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소월의 고향을 찾은 것은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을 때이다. 새 깃과 같
이 포근한 '금잔디' 위에 시인은 잠들어 있었는데 그 둘레에는 소월이 그토
록 좋아하던 아름다운 진달래가 그에게 그윽한 향기를 품어주고 있었다. 자
연은 너무나도 불행했던 시인을 따뜻이 품어 위로하는 듯 싶었다.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소월, 나 역시 그의 시를 무척 좋아했다. 그
리고 그의 시를 사랑하던 나머지 그의 아름다운 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