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으로 경기도 분도의 반대론자들은 반복적으로 광역화의 필요성을 역설하
고 있지만 행정지역의 규모와 경계는 역사적, 지리적 필요에 따라 결정되
는 것이지 어떤 불변의 지배적 원리가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가령 옛날
의 '경기도 서울시'에서 서울시가 따로 '서울특별시'로 승격될 필요가 있었
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서 역사적이라 함은 지리적이라는 말과 대별되
는 의미로서 역사적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 '역사적'이라고 하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서울특별시의 경우처럼 한 도시 단위
의 행정은 그 도시의 규모가 커질 때 통치적, 경제적 이유로서 도와 분리하
여 취급할 필요가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적이라고 할 때
벌써 여기서 통치적 요소와 재정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통치적
요소에는 인구 수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도시환경 등 다른 문제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경기도의 문제로 돌아가서 생각건대 경기도는 서울특별시가 생기
기 전, 인천광역시가 생기기 전부터 있던 그 경기도인데 이렇게 서울특별시
가 생기고 인천광역시가 생기도록 경기도는 여전히 아무런 문제 없이 그대
로 하나의 행정단위로 존재해도 좋을만큼 그런 형편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
아야 한다. 인천광역시를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경기도 인천시'였다가 인
천직할시로 승격하고 그 후에 인천광역시로 확대되었다. 인천이 그렇게 된
것은 인위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효율성
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지리적, 역사적으로 볼 때 과연 경기도가 그대로 하나의 행
정단위로 방치되어도 좋을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경기도에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큰 문제가 이미 관찰되고 있다. 그것은 무
엇인가? 그것은 경기도 북부지역 사람들이 경제적, 지리적으로 많은 소외감
과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이미 거대한 서
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가 경기도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지리적, 행정적으
로 격리시켜 놓고 있어서 도무지 두 지역이 하나의 지리적 단위로 통합될
수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청 분청을 비롯하여 자꾸만
낭비적(?)으로 여러 기관이 복수로 들어서고 있는 데서도 그 지리적으로 하
나 될 수 없는 행정단위의 부자연스러움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리적으로 두 지역이 격리되어 있다고 해서 왜 남부지역은 개발이
집중되고 북부지역은 소외되고 있는가? 사실은 이 문제가 지리적으로 격리
되어 있는 문제 못지 않게 두 지역이 각기 독립된 행정단위로 존재해야 될
큰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같은 두 지역의 개발적 격차는 두 지역의 입지조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
이다. 두 지역의 입지조건의 차이란 남과 북이라는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행정, 정치, 교육,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과의 관계에 있어
서 경기도 북부지역은 서울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방이 될 수밖에
없는 입지적 조건에 있는 반면 남부지역은 이른바 수도권이라고 하는 아주
유리한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남부지역은 남한
의 여러 지방에서 서울에 이르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러 국책사업이
경기도 남부지역을 통과하게 되어 있고 지리적으로 편리하여 여러 지방으
로 물류가 편리하게 이루어지므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에
경기도 북부지역은 이런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경기도 북부만
의 지역을 가진 접경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더 나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곧 국경에 부딪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남북의 대치상
황에서 여러가지 안보적 이유로 더더욱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수도권 과밀화 방지 차원에서의 규제 이외의 또 하나의 덤으
로 뒤집어 쓴 규제인 것이다.
그러면 경기도 북부지역이 독립하면 더 발전할 개연성이 생기는가? 생긴
다. 왠가? 역사적 요인이 있다. 지금은 남북 화해 교류의 시대이다. 그러므
로 수도권 과밀화 방지 규제로 묶인 경기도 북부지역이 독립된 행정단위로
따로 섬으로써 남부지역과는 달리 그 규제에서 풀릴 수가 있고 그리고 안보
적 이유로 묶였던 여러가지 규제도 시대변화에 발맞춰 풀릴 수가 있기 때문
이다. 더구나 이제는 남북의 교류와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오히려 접경지대에 큰 프로젝트의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도 옳
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과 같이 말이다. 경기도 남부지역은 과밀화 되었으
니 북부지역에 개발하기 얼마나 좋은가? 그러면 남북교류와 화해, 그리고
통일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경기도 북부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