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순서는 생활과 문화를 심리로 읽어보는 <문화읽기>시간입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를 해주실 이철우 심리학 박사 나오셨습니다.
Q1>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져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시는 분들 많다고 하죠.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텐데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 건가요, 박사님?
A1> 네, 불쾌지수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데요.
1년 중에 부부싸움이 제일 많은 달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날씨가 가장 더운 8월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통계를 보면 부부 싸움으로 119 구급대 신세를 진 환자들이 6월에서 8월 사이에 집중되고 이혼 청구소송도 여름철에 몰린다고 하는데요.
더운 여름, 날씨에 휘둘리지 말고 그동안 들었던 심리의 법칙들 적용하면서 즐겁게 지내셔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날씨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건 아니고요.
오늘은 사람의 독특한 심리 중 하나인데, 가끔 사람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주기도하는 샤덴 프로이트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Q2> '샤덴 프로이트',어떤 인간의 심리를 말합니까?
A2> 샤덴 프로이트란 우리 심성 중에서 고약한 심성 중 하나인데요.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입니다.
평소에 좀 유감이 많았던 동료가 직장 상사에게 깨지는 모습을 본다든지, 잘난 척 하던 친구가 애인에게 차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경우에 고소해하거나 몰래 미소 지었던 경험, 아마 다들 갖고 계실 겁니다.
이런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샤덴 프로이트라고 하는데요.
간혹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아, 난 나쁜 사람’인 것 같다고 자책하는 분들도 계신데, 사실 샤덴 프로이트는 특별히 나쁜 사람만 갖는 심리가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Q3>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이런 정서(샤덴 프로이트)를 갖게 되는 건가요?
A3> 네, 심리학의 연구들을 보면 샤덴 프로이트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질투심 때문입니다.
자, 두 분도 한 번 같이 생각해 보십시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십 년 만에 동창회에 나갔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 몇 명도 오랜만에 보게 됐는데, 한 명은 부잣집 사모님이 되어 으리으리한 외제차를 타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또 한 명은 그저 평범한 전업주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에게 더 질투심을 느끼십니까? 당연히 전자 편이겠죠?
그런데 얼마 후 그 두 사람 다 결혼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여러분의 반응은 어떨까요?
물론 안됐다는 생각과 함께 전자에게는 살짝 고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왜일까요? 전자에게 더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인데요.
심리학의 여러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결국 심리학에서는 질투심이야말로 샤덴 프로이트를 생겨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4> 나보다 좋은 조건의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그 사람이 실패한 경우 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질투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도 샤덴 프로이트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그 원인은 또 뭔가요, 박사님?
A4> 네, 아마 뉴질랜드의 사회심리학자 페더의 해석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페더는 분노감을 샤덴 프로이트의 가장 큰 이유라고 봤습니다.
페더 역시 실험을 했는데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세 학생에 대한 얘기를 들려줍니다.
한 명은 평균 B학점 정도의 평범한 학생이고, 나머지 두 명은 올A학점을 받은 학생입니다.
그런데 올A를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노력했고 다른 한 명은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후 후속편으로 세 학생 다 지난 시험에서 안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결과를 들려줍니다.
그 결과 별로 공부하지 않고 A학점을 받은 학생의 실패에 가장 쾌락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사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도에 넘치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분노합니다.
또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과도한 보상을 받아도 마찬가지로 분노하게 되죠.
이러한 분노감이 상대의 실패를 보는 순간 샤덴 프로이트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꼴 같지 않은 것이 설치더니 고소하다”는 심리인데, 페더는 이러한 분노심이 샤덴 프로이트의 원인이라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분노감 보다는 질투심이 더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뇌의 선조체와 같은 보상중추가 질투대상의 불행을 들으면 더 활성화되었다고 실험 결과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Q5> 그런데 가만 보면 요즘에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인기를 끌었던 막장 드라마 같은 것도 그런 심리 중 하나 아닐까요?
A5> 네, 막장 드라마 뿐 만이 아닙니다.
사실 요즘 우리 TV를 보면 우리 사회의 샤덴 프로이트 정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연예인이 생고생 하는 프로그램이라든지, 뚱뚱하다고 모욕당하고 못 생겼다고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연예인들에게 질투심을 느끼느냐, 꼭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꼭 질투심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데요.
요즘같이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세태에서 우리 마음 한 켠에는 돈 잘 버는 연예인에 대한 시샘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샤덴 프로이트의 반대말은 무디타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인데요, 살다보면 샤덴 프로이트, 무디타 양쪽을 다 느낄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무디타 쪽을 느끼도록 마음을 써 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너그럽고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네, 샤덴 프로이트와 무디타, 우리 마음 속의 악마와 천사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였는데요.
왜 그림을 그릴 때도 같은 물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오잖아요.
일상에서도 이왕이면 좋은 쪽인 무디타 쪽으로 보고 생활해서 즐겁고 넉넉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KTV 한국정책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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