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눈을 높이는 시간입니다.
독립영화를 만나볼 순서죠.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
벌써 2009년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Q1> 오늘 함께 볼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A1> 몇 주 전에 송일곤 감독의 로맨틱한 쿠바이야기였죠.
다큐멘터리 <시간의 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 보실 작품 역시 쿠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정호현 감독의 <쿠바의 연인>인데요.
이 작품은 우연히 쿠바를 찾았던 한국인 여성이 쿠바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쿠바가 과연- 남은 삶을 이 남자와 함께 살아갈만한 곳인가를 침착하게 관찰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한국인 여성이 바로 영화를 찍은 정호현 감독이고요. 어떻게 보면 국경을 초월한 연인의 리얼 멜로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쿠바와 한국이라는 전혀 다른 두 나라를 어떤 환상이나 미화 없이 통찰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럼 정호현 감독의 '쿠바의 연인‘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리얼인데요.
Q2> 다큐멘터리가 감독님 본인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더 현실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A2> 캐나다에서 유학 중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날아간 쿠바에서, 정호현 감독은 쿠바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쿠바에서 ‘한인 후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을 기회가 생겼다고 해요. 그렇게 해서 다시 찾은 쿠바에서 화면에서 보신 남편 오리엘비스를 만났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인 후손에 대한 다큐멘터리’ 일을 끝내고 돌아온 뒤, 결혼을 앞두고 다시 쿠바로 날아가서 9개월여 간 그 곳에 머물며 쿠바를 직접 몸으로느끼고 체험한 과정인데요. 이미 여행자나 관찰자의 시선이 아니라 어쩌면 쿠바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생활인의 시선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쿠바라는 나라를 밑바닥까지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3> 네, 그럼 영화를 만든 정호현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 보겠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Q4>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쿠바라는 나라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A4> <쿠바의 연인>은 야구나 체게바라, 살사와 라틴음악같은 일종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쿠바의 내면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앞서 말씀드린 영화 <시간의 춤>과는 다른 느낌이죠.
한마디로 이 영화에는 철저하게 외부의 관찰자에 머물던 송일곤의 카메라와 달리, 쿠바라는 사회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 카메라가 잡아내는 쿠바의 현실이 있다. ‘시간의 춤’은 백 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쿠바로 이주했던 한인 후손들을 보여주는데요. 시작은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는 과거의 비극을 잊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들의 행복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시종일관 라틴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춤을 추고, 뜨거운 태양이 밝게 거리를 비추는 광경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쿠바의 연인’은 쿠바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겪는 부조리와 문제점까지를 귀 기울여 듣는데 중점을 두고 있죠. 영화에 등장하는 쿠바인들이 인터뷰에서 밝히듯이 외부 여행객들에게는 낭만으로 비춰지는 느린 삶의 리듬과 여유는 정작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비효율성과 무관심, 시간낭비와 지루함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하죠. 쿠바인들에게 ‘평등’이라는 혁명의 슬로건은 ‘모두가 가난한 평등’이라는 식으로 자조적으로 윤색됩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해 두 영화가 보여주는 안과 밖의 시선은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Q5> 지금은 물론 행복한 가정을 이루셨지만 두 분이 연애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A5> 쿠바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쓰는 화폐도 다르고 외국인을 위한 관광구역에는 내국인이 아예 출입금지인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도 비행기도 외국이니 타는 비행기와 내국인이 타는 비행기가 다르다고 하는데요.
정호현 감독님께 두 분의 파란만장한 연애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Q6> ‘쿠바의 연인’은 쿠바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A6> 러닝타임 50분을 기점으로 정확히 쿠바와 한국으로 나뉘는 영화의 대칭구조는 이들이 양국에서 살아보며 두 나라 가운데 어디에 정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리얼리티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를 연기하면서 그들의 삶의 장소를 선택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너무나 상반된 두 사회에 대해 이 영화가 작성한 대차대조표를 확인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정호현 감독이 오리엘비스의 가족을 비롯한 다양한 쿠바인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일상을 통해 쿠바의 현실을 진단하기 시작하죠. 여기서 경제적 빈곤과 자유의 억압이 쿠바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정호현 감독이 쿠바에서 느꼈던 문제의식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결핍과 과잉을 비추는 거꾸로 선 거울 이미지라는 것을 후반부에서 볼 수 있는데요. 후반부에 한국에 온 오리엘비스가 한국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 환경과 문화적 편견이거든요. 이렇게 영화는 두 체제의 문지방 위에서 서로를 비추는 두개의 거울 이미지를 통해 상이한 두 체제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을 만나봤습니다.
올해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움을 주었는데요.
Q7>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서요?
A7> 올해 독립영화 흥행의 원년이라고 해도 좋은 정도로 흥행을 기록한 작품들 덕분에, 독립영화의 극장 개봉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작품들이 더 많고, 최근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독립영화 상영관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이럴 때에 작지만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공동체 상영’입니다.
보고 싶지만 개봉하는 곳이 없거나, 혹은 개봉하는 곳이 너무 멀리 있을 때. 영화가 직접 관객을 찾아가는 것인데요. 모임이나 직장, 학교 등 단체에서 신청을 하면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 상영’이 가능합니다. 현재도 많은 수의 독립영화가 이런 방식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쿠바의 연인’도 영화 배급사에서 공동체 상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독립영화를 모두 함께 즐기고 싶을 때. ‘공동체 상영’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맹수진 선생님.
오늘도 좋은 영화 이야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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