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지 앵커>
요즘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꽤 많은데요.
평소 배우고 익힌 글로 시를 쓰고 낭송까지 하는 섬마을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시라 더욱 감동을 주고 있는데요.
이 섬마을에 김남순 국민기자가 찾아가 봤습니다.
김남순 국민기자>
전남 완도를 출발한 여객선, 바다를 달린 지 40여 분 만에 다다른 곳은 노화도.
섬마을에 들어서자 손에 책을 들고, 또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가시는 어르신들이 보입니다.
섬마을 어르신 10여 명이 모인 이곳은 완도군이 위탁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 거리두기 강화로 중단됐다가 오랜만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현장음>
"집에서 공부하시느라고 너무 지루했죠? (네.)"
오늘은 글자 위에 색칠을 해보는 시간, 또박또박 글을 읽으며 '글 한 걸음', '소통 두 걸음', '희망 세 걸음'이라는 글에 색칠해나갑니다.
어릴 적 가난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어르신들, 한글교실에서 배운 글솜씨로 시를 낭송합니다.
낭독>
글자 캐러 가세 / 고정례
못 배운 건 우리 죄가 아니라고
아직 늦지 않았어
어서 빨리 와!
글자도 캐고 글도 캐서
새 세상을 만나보자!
인터뷰> 고정례 / 전남 완도군
"갯벌에서 석화를 캐고 그랬어요. 꼬막도 캐고 그래서 제가 글자에 비유했어요."
이곳은 대파로 유명한 섬 자은도,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교실'이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되자 한 어르신이 답답한 마음을 시로 표현합니다.
낭독>
희망학교 인생 공부 / 강금단
노인당 공부하는 시간은 즐거운데
코로나19 때문에
언제나 노인당에 우리 식구들 만나서
시끌시끌 공부할까나?
보고 싶다 친구들아!
인터뷰> 강금단 / 전남 신안군
"코로나19 빨리 물러나고 모여서 공부를 재미있게 할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섬마을 어르신도 코로나19 때문에 글공부가 중단된 안타까움을 시로 썼습니다.
낭독>
코로나 / 박정자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공부를 할 텐데...
얼마 후
코로나도 멀리 가면
마음 놓고
공부하는 날이 오겠지요.
전남지역은 고령 인구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이 많은데요.
코로나19를 향해 물러가라는 자작시를 지은 분도 있습니다.
낭독>
코로나 물러가라 / 최선례
무법자 새들이 와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비파 쪼아 놓고
우리나라, 세계 정원,
무법자 코로나 와서
우리나라, 세계 쪼아 놓고
나도 맛 좀 보자
훠이 훠이 물렀거라
섬을 다니면서 한글을 가르치는 지도 강사는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인터뷰> 김정숙 / 섬사랑 평생교육원 문해교육강사
"다들 한결같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고 (전염병이) 빨리 물러갈 수 있느냐고 염려하면서..."
섬마을 어르신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응원의 목소리도 보냅니다.
인터뷰> 최재덕 / 전남 신안군
"벌떡 일어나라, 대한민국. 의사, 병원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배움의 열정이 뜨거운 섬마을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게 해 준 한글교실.
'평생교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고, 또 소중한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현장음>
"코로나19 물렀거라!"
국민리포트 김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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