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800m가 넘는 산을 매일 오르는 발걸음. 큰 가방을 메고 산을 오르며 개미나리, 원추리, 냉이, 두릅 등 각종 산나물을 캐느라 손이 바쁘다. 힘들 법도 한데 힘든 기색 하나 없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이 산이 놀이터였다는 그녀! 바로 11년 전 귀향을 한 임정숙 씨다.
2. 봄만 되면 설레는 이 마음을 어쩌랴. 다시 돌아가자!
- 봄만 되면 마음이 호로록 산으로 달려간다는, 천생 산사람! 천생 나물꾼? 같은 모습의 정숙 씨. 하지만 어릴 땐 산에서 사는 것이 창피했단다. 학교가 있는 읍내까지 걸어서 2시간. 어린 마음에 흙투성이가 된 자기 모습이 싫어 ‘얼른 커서 이 산을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단다. 바람대로 산골을 떠났지만, 도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미용사로 성공했지만 바쁜 삶에 치어 건강이 나빠졌다. 그녀는 2014년, 해발 800미터 높다란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을 따라 부지런히 산을 오르내렸더니... 수술해야만 고칠 수 있다 했던 허리디스크가 다 나았다. 거기에 자연이 내어준 제철 산나물들을 먹으니 도시살이에 지친 마음도 치유됐다. 34살 늦은 나이에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산나물에 관해 공부하며 ‘부모님처럼 산에 기대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 도시살이하며 그간 아껴 모은 돈으로 아버지의 산을 샀다. 매년 조금씩 넓혀나가다 보니 마침내 10ha 산지(3만 평)에서 청정 산나물을 직접 재배해 채취하고, 나물을 활용해 다양한 음식, 가공품도 생산하는 여성 임업인이 되었다. (2022년 산림청 선정 우수 임업인 <이달의 임업인>으로 선정)
3. 야무진 손끝에서 피어나는 한 그릇 꽃. 산골 치유 밥상.
- 올해로 11년 차 산골 생활. 시간이 갈수록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과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정숙 씨. 그동안 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여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로는 어머니와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봄나물 향기처럼 은은히 번지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느끼고 있다. 계절마다 산이 내어주는 재료와 자연 음식에 대한 애정도 강해졌다.
-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청정 산나물을 이용한 저염식 나물 요리를 만든다. 산골을 찾아온 이들과 함께 숲 산책, 산나물 체험도 하고 농가민박도 운영하며 산골살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4. 에필로그
뒷산의 묵묵한 고목처럼 평생 산을 떠나지 않으셨던 아버지...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물려주신 가방을 메고 그녀는 오늘도 산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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