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석 앵커>
'삼다도'라고 불리는 제주에는 돌이 많기로 유명한데요.
요즘 태풍과 장마로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는 보수 작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주 돌담 쌓는 현장을 박혜란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혜란 국민기자>
(제주시 도련길)
제주의 한 감귤 농장, 바비 태풍으로 무너져 내린 돌담에 주인은 억장이 함께 무너져내립니다.
인터뷰> 김혜정 / 제주시 도련길
"시어머니께서 과수원을 일구면서 밭에서 나오는 돌을 치우며 쌓으신 거예요.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돌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돌담 보수 작업, 제주에서 활동하는 돌담보전회에서 나섰는데요.
돌담 쌓는 기술이 있는 두 사람이 널려있는 돌을 추슬러 하나하나 신중하게 쌓아 올립니다.
길게 이어진 돌담 중 무너진 부분은 10m가량.
현장음>
"돌담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정성이 들어가야 안 무너져요."
한 주민이 돕겠다는 마음에 직접 돌담을 쌓아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고동주 / 제주시 도련길
"돌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돌리고. 또 재미있기보다는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됩니다."
돌담을 쌓은 지 10년이 훌쩍 넘는 돌담보전회 회장이 한마디 거듭니다.
현장음>
"밑에서부터 착착착. 여기도 하나 놓고. 살살 놔야 돼요. 저게 와르르 무너지니까."
정성을 들여 쌓는 사이에 돌담이 제모습을 조금씩 찾아갑니다.
인터뷰> 조환진 / 돌빛나 돌담보전회장
"여러 가지 형태의 모양의 돌들을 차곡차곡 쌓았을 때 거기에서 미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다 똑같은 담이 아니잖아요."
제주시의 또 다른 농가.
이곳은 긴 장마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돌담 5m가량이 무너져내렸습니다.
현장음> 강상범 / 제주시 월평동
"할아버지가 쌓아 올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소한 70년 이상으로..."
모양이 각기 다른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기 시작하는데요.
돌담 쌓기가 어려운 것은 돌마다 맞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현장음>
"어떤 돌은 앞쪽에 쌓아야 하고 어떤 돌은 뒤에 채우는 돌로 들어가야 되고..."
작은 돌 하나라도 잘못 놓으면 바로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돌을 이리저리 맞추면서 쌓아 올리는데요.
돌이 서로 잘 밀착되도록 망치나 돌로 두드려주거나 사이사이에 끼워주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전통 돌담, 보수 작업을 하는 돌담보전회 회장은 5년 전 돌빛나 예술학교를 세워 돌담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돌담보전회도 만들어 이 학교를 수료한 주민들과 함께 돌담 쌓는 일이나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원 / 돌빛나 돌담보전회원
"돌과 이렇게 있으면 그냥 좋아요. 편안하고, 느낌이..."
인터뷰> 조환진 / 돌빛나 돌담보전회장
"일반 농사짓는 분들이 와서 배우고 자신의 밭에 돌담을 쌓을 수 있게 하려고 저희가 학교를 운영하는 겁니다."
제주 돌담은 그 위치에 따라 매끈하게 쌓은 집담부터, 이웃집 밭과 경계 표시를 위한 밭담, 묘지로 동물이 넘어오지 못하게 만든 산담도 있는데요.
(영상촬영: 박성애 국민기자)
멀리 고려 시대부터 시작돼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전화인터뷰> 이창훈 / 제주동자석연구소장
"이런 돌담 문화들을 공공 자원화해서 경관자원으로 써도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전통 돌담들이 마냥 정겹기만 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리 문화유산의 멋을 맛보면서 코로나19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국민리포트 박혜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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