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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국민방송

신안 일대 섬 돌며 3년째 칼갈이 봉사

국민리포트 금요일 11시 40분

신안 일대 섬 돌며 3년째 칼갈이 봉사

등록일 : 2020.12.08

정희지 앵커>
골목길을 누비던 칼갈이 장수의 정겨운 목소리, 기억하시나요?
전남 신안의 한 섬마을엔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무뎌진 칼을 갈아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섬에 정착한 뒤 벌써 3년째 따뜻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김남순 국민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김남순 국민기자>
전남 신안군의 한 섬, 새우젓으로 유명한 전장포와 가까운 곳으로 젓갈 가게가 즐비한데요.
미니버스 차량 앰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현장음>
"우리 어머님들의 팔과 허리와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료로 갈아드리는 칼갈이 봉사..."

칼을 무료로 갈아준다는 사람은 박종덕 씨, 아예 차에서 내려 직접 목청 높여 외칩니다.
반갑게 뛰어나와 칼 두 자루를 맡기는 가게 주인,

현장음>
"이 칼 갈아주세요."

인터뷰> 성유식 / 전남 신안군
"이런 데에서는 칼 갈 데가 없잖아요. 돈 주고도 못 갈아요. 그런데 그냥 갈아주신다니까 저희들은 고맙죠."

현장음>
"칼 갈아요~"

박 씨가 동네 안으로 들어가 목청껏 외치는데요.
집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는 어르신,

현장음>
"칼 갈려는데 칼 어디서 갈아요?"

건너편 분식집 주인도 반갑다는 듯 뛰어나옵니다.

현장음>
"어디서 칼 갈아?"

박 씨가 부지런히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데요.
한 바퀴 마을을 돈 박 씨가 노인복지센터 앞에 진을 쳤는데요.
주민과 상인들이 맡긴 칼이 줄줄이 손볼 차례를 기다립니다.
연마석 위에 대고 칼을 갈기 시작합니다.
보고, 다시 갈고, 다시 보고 갈고 연신 되풀이하는데요.
이번에는 굵은 사포로 문지르고, 다시 가는 사포에 문지르기를 수십 차례, 10분 넘게 정성을 쏟으면 쓱쓱 잘 썰 수 있는 새 칼처럼 됩니다.

현장음>
"잘 갈려요. 집에서 거의 못 쓰는 칼이었는데..."

인터뷰> 최흥례 / 전남 신안군
"(칼을) 갈지도 모르고, 갈아 써도 안 들고 하는데 오셔서 해 주니까 감사하죠."

칼갈이 봉사를 하는 박종덕 씨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인근 비금도 섬을 찾은 뒤 정착했는데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칼 가는 기술을 배운 뒤 자신이 사는 섬은 물론 다른 신안 일대 섬을 돌아다니며 봉사를 하는 겁니다.

인터뷰> 박종덕 / 3년째 칼갈이 봉사
"섬에 계시는 할머니들의 칼이 대부분 다 누가 갈아주시는 분이 없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이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섬인 증도 주민까지 달려올 정도인데요.
손질이 끝난 칼로 종이를 잘라보며 고마워합니다.

현장음>
"잘 쓰세요~"
"감사합니다."

바쁘기만 한 박 씨를 돕는 것은 아내의 몫, 칼을 싸서 챙겨주고 칼 가는 차례를 정합니다.
한 어르신이 손질된 칼로 오이를 잘라 보자 싹둑 쉽게 잘립니다.

인터뷰> 최순임 / 전남 신안군
"칼을 잘 갈아주셔서 뭐든지 힘을 안 들여도 잘 될 것 같아요. 요리도 잘 될 것 같아요."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는 박 씨, 그동안 자신이 갈아준 수량을 외울 정도인데요.

현장음> 박종덕 / 3년째 칼갈이 봉사
"신안 섬에 와서는 지금까지 3만 2천 6백 자루 정도..."

칼 세 자루까지 돈을 받지 않고 갈아주는 박 씨, 평소 어려운 이웃의 머리를 깎아주는 등 여러 봉사활동에 앞장서 '박 산타'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터뷰> 박종덕 / 3년째 칼갈이 봉사
"섬은 제2의 고향입니다. 봉사는 제 삶의 전부이고..."

'칼 갈아요. 칼갈아~' 외치며 다니는 모습이 그 옛날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데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정겨운 풍경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국민리포트 김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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