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부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위태로운 생활을 하던 김지환 씨.
아이는 주민번호와 의료보험이 없는 채로 살아오다 1년 4개월 만에 소송을 거쳐 출생신고가 됐습니다.
인터뷰> 김지환 / 미혼부 단체 '아빠의 품' 대표
"그냥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로 내 딸을 출생신고를 못 한다고 하니까 너무 아이에게 미안한 거예요. 아빠 잘못 만나서 국적도 없고 기본권도 없는 (상황이)"
현행법상 혼외 자녀는 어머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법적으로 다른 남편을 둔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정작 친부는 친권에서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친모가 아이만 남긴 채 종적을 감춰도 친부가 당장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미혼부가 직접 혼외 자녀를 신고하려면 친자 확인 과정, 즉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부 소송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그 사이 아이가 제도권 밖에 놓이게 되는 이른바 '유령 영아'가 되는 겁니다.
인터뷰> 김지환 / 미혼부 단체 '아빠의 품' 대표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일곱 살에 저를 만나서 여덟 살에 학교 입학해야 하는 3월에 출생신고가 됐어요. (7년 동안) 그냥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아빠가 자영업을 하니까 아빠 옆에서만 살아온 거죠."
결국 친모의 출생신고만 허용하는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혼외 자녀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제한한다고 보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부도 법 개정 의지를 밝힌 가운데 혼외 자녀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적극 행정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출생신고 전이라도 부모급여를 비롯한 각종 의료와 복지 혜택을 우선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다만 법 개정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미혼부의 출생신고 절차, 특히 유전자 검사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화 인터뷰> 정훈태 / 변호사
"(공공기관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극히 적단 말이에요. 유전자 검사를 하되 결과는 누구의 유전자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친부와) 일치만 한다면 출생등록 해주면 되지 않는가 하는 게 제 주장인 거죠."
헌재가 제시한 입법 시한은 2025년, 그 사이 여전히 많은 미혼부와 그의 자녀들은 출생신고 누락에 따른 고충을 겪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미혼부는 6천3백 명에 이릅니다.
(영상취재: 안은욱 / 영상편집: 신민정 / 영상그래픽: 강은희)
김경호 기자 rock3014@korea.kr
"미혼부들은 친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일이 결국 혼외 자녀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일과 맞닿아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비단 아버지의 친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혼외 자녀가 보다 온전한 환경에서 양육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KTV 김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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