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화제의 현장을 소개하고, 의미도 찾아보는 ‘문화의 창’입니다.
올해는 한국 연극이 시작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연극의 시초하면 1908년 원각사에서 공연된 이인직의 은세계로 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국 연극 10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다양한 행사 알아보겠습니다.
문화팀 강명연>
Q1> 벌써 100주년이라니 놀라운데요. 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구요?
A1> 네 그렇습니다. 한국 연극 100주년을 맞아서 우리 연극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지난달에는 서울 연극제가 열렸구요, 이달에는 젊은 연극인들의 ‘고전 넘나들기’가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과 10월에는 전국의 소극장들이 함께 하는 전국 소극장 네트워크 페스티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소개해 드릴 작품은 40대 미만의 젊은 연출가들이 우리의 고전을 재해석한 고전 넘나들기 가운데 첫 작품.
바로 김우진의 1926년 작 산돼지입니다. 우선 함께 만나보시죠.
배경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서울 근교의 어느 읍내.
최주사댁 아들인 원봉과 친구 차혁이 대청마루에서 바둑을 두는 장면으로 연극이 시작됩니다.
청년회 상무 간사인 원봉은 바자회 수익금을 유용했다고 해 청년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하고 이를 덮어주려는 차혁과 말다툼을 하게 됩니다.
거칠고 저돌적인 성격의 원봉을 사람들은 ‘산돼지’라고 부르고 원봉도 스스로 산돼지라고 부르며 현실에 순응하기를 거부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원봉은 열병으로 앓아눕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몽환 증상을 겪게 됩니다.
원봉은 꿈을 통해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는데요, 동학 운동에 가담했던 원봉의 아버지는 관군에게 잡혀 죽고 어머니도 원봉을 낳자마자 숨을 거둡니다.
원봉 아버지의 동학군 동료였던 최주사는 이런 원봉을 어릴 때부터 데려다 키운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원봉은 친동생인줄 알았던 영순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되고 여기에 옛 애인 정숙에 대한 미련과 부친의 동학 이념을 실현하지 못한 좌절감 등에 억눌려 괴팍한 습성을 계속 드러냅니다.
주변 상황과의 갈등이 가장 고조되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배경이 봄날의 들녘으로 변하면서 원봉과 영순, 그리고 일본으로 떠났던 정숙이 돌아오면서 다시 만나 서로의 속내를 터놓게 되구요, 조명희의 시 ‘봄 잔디 위에서’를 함께 읊으며 연극은 끝납니다.
Q2> 네, 그런데 내용이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인가요?
A2> 네, 저도 이 연극을 보고 나서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전해드려야 하나 걱정이 앞섰는데요, 원작자인 김우진조차도 사실주의와 표현주의를 넘나드는 작품의 난해함때문에 실제로 공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연출가의 얘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 극은 주인공인 원봉의 정신 상태와 흐름을 같이 합니다.
현실과 꿈, 허구와 진실 사이를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데요, 무대가 한정된 공간이잖아요?
하지만 표현해 내야 하는 배경은 많이 있는데요, 조명으로 꿈과 현실 세계를 구별해서 표현해 냅니다.
이 작품은 김우진의 원작 내용보다도 자유로운 정신 세계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날카롭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당시 예술적 이상과 척박한 현실, 봉건적 인습과 근대사상 사이에서 고민했던 김우진의 모습은 주인공 최원봉과 요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산돼지는 14일까지 계속되구요, 이 작품 이후에는 29일까지 박승희의 고향과 유치진의 원술랑으로 고전 넘나들기는 계속됩니다.
이 연극은 보고난 뒤에도 계속해서 장면들이 머리에 남습니다.
보면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연극을 사랑하시는 분들, 그리고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가셔서 당시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함께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정책방송 KTV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저작권자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