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눈을 높이는 시간이죠.
독립영화를 만나볼 순서입니다.
함께 해주실 맹수진 영화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
Q1> 오늘 함께 볼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A1> 오늘 소개해 드릴 영화는 ‘날아라 펭귄’인데요.
2002년 만들어진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최근의 <시선 1318>까지.
단편 옴니버스 형태로 인권 영화를 제작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2008년 최고 흥행작 중의 하나였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 지원을 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만들어진 인권영화인 것은 맞지만. ‘인권영화’라는 다소 딱딱한 타이틀이 이 영화에 선입견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온 가족이 함께 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따스하고 재미있는 가족 영화입니다.
그럼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화 '날아라 펭귄'을 만나봤습니다.
Q2> 장편영화라고 하셨는데 약간 옴니버스 영화의 느낌이 나는데요?
A2> 영화는 느슨하게 연결된 네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상 옴니버스 영화라 할 수 있는데요. 옴니버스이긴 한데 에피소드마다 캐릭터들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예컨대 아이 영어 몰입교육에 ‘광분해’ 있는 엄마와 채식주의자인 신입사원, 그리고 기러기 아빠인 과장이 모두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식인데요. 이들을 통해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동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교육문제, 직장 내 조직 문제, 기러기 아빠, 노년의 황혼이혼을 다루는 이 에피소드들은 전체적으로 한국사회 평범한 가족의 출발부터 말년까지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는 이야기라 할 수도 있는데요. 아직 9살 밖에 안 된 아들을 둔 문소리 가족, 그 아이가 좀 더 크면 문소리의 남편은 아마 그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기러기 아빠 권 과장과 같은 처지가 될 것 같죠. 그렇게 살다보면 아마 그들은 권 과장의 부모님이 등장하는 마지막 에피소드처럼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마침내 황혼이혼까지 생각하는 관계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Q3>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니까 참 ‘임순례 감독님스럽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A3> 임순례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시선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느낌이죠. 이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앞선 에피소드에서 소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다수에 속했던 사람들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소수자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술을 못 마시는 부하 직원을 못 마땅해 하던 상사가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이와 아내에게 찬밥 신세를 당하는 기러기아빠인 것처럼 말이죠. 임순례 감독은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과연 누가 피해자이고 소수자인지 분명치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나올 즘엔 사실 우리 모두가 어떤 부분에서는 소수자이고 한편으로는 가해자임을 알게 하는 데요. 수많은 인권영화가 우리가 소수자인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했다면, 임 감독은 ‘우리도 소수자이니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살자’라고 소수자들을 보듬는 것이죠.
Q4> 네, 그럼 영화를 만든 임순례 감독의 인터뷰를 들어 보겠습니다.
Q5> '날아라 펭귄'은 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이니 만큼 일반상업영화와는 많이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A5> 이 영화의 제작비가 1억 8천 정도였다고 해요. 장편 영화라는 것, 그리고 출연한 배우의 면면을 보면 믿기지 않는 액수인데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영화인들이 좋은 취지의 일을 위해서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출연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영화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제작과 투자를 맡았던 고영재 프로듀서가 배급을 맡아 힘을 보탰는데요. 이번 작업을 함께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다녀왔는데요.
화면 함께 보시죠.
두 분 모두 ‘가족’ 영화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Q6> 누구라도 가족은 잘 되기를 바라잖아요.
그래서 인권영화를 이렇게 대중성 있는 작품으로 시도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A6> 네, 흔히 인권영화라고 하면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연상하기 쉬운데 이 영화는 최대한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한 작품입니다.
이런 의도가 결말에서도 보이는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가지 에피소드들은 일단 갈등의 요소들을 보여준 뒤에 비교적 정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마침내 동료들이 왕따 채식남을 포용하고, 말년에 황혼이혼까지 몰린 노부부는 딸의 중재로 마술같이 화해합니다. 감독도 이 노부부의 에피소드의 ‘행복한’ 후반부를 전체 극의 엔딩과 연결시킴으로써, 지금껏 얘기해 왔던 사회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인상을 주는 데요. 마치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죠. 물론 현실에서 이러한 귀엽고 즐거운 해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영화는 그렇게 화해의 결말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독립영화제죠. <서울독립영화제>가 진행 중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독립영화를 망라하고, 그 성과를 나누는 축제의 장이자, 경쟁의 장이기도 한데요.
지난 주 목요일에 시작해 이번 주 금요일까지 계속 됩니다.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요.
2009년에 빛나는 성과를 남겼던 독립영화를 다시 보면서, 2010년 독립영화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네, 맹수진 선생님, 오늘도 좋은 영화 이야기 감사합니다.
(KTV 한국정책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저작권자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