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순서는 생활과 문화를 심리로 읽어보는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심리 이야기를 해주실 이철우 박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Q1>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지만 사실 요즘엔 그것보다도 연인들의 날이라고 불리고 있잖아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데이트를 하는 건 연인들 사이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요, 하지만 정작 이렇게 좋은 날에 미녀는 더 외로울 수가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A1> 네, 맞습니다.
뛰어난 미녀일수록 고독한 법이죠. 접근할 엄두조차 내기 힘든 매력적인 여성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매력적인 여성들이 외로운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부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Q2> 부탁을 받지 않기 때문에 외롭다?
부탁을 받지 않아서 편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부탁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A2> 인간관계에서 부탁을 하고 또 그것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부탁을 통해 서로의 매력도를 높여서 보다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묘하게도 사람들은 매력적인 여성에 부탁을 잘 하지 못합니다. 서로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남녀 모두가 공통적입니다.
Q3> 남녀 모두가 미녀에게 부탁을 잘 하지 못한다.
정말 재밌는데요, 이것을 알 수 있는 실험이 있다고요?
A3> 네, 다음과 같은 실험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실험실에 안내된 남성은 실험자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습니다. 실험의 내용은 녹음된 추리소설을 듣고 범인을 추정하는 단순한 것이라고 하죠. 실험은 두 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단독작업으로 혼자서 힌트를 듣고 추정하고, 두 번째 단계는 공동 작업으로 첫 단계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공동작업자와 의논하여 해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전해주고 나서 실험자는 사진을 한 장 내미는데요.
공동 작업을 함께 할 여성의 사진인데, 엄청난 미인입니다.(실험에 참가한 남성은 사진 속 여성의 인상에 대하여 다양한 평가를 하도록 부탁받았죠. 실험에 참가한 남성이 여성의 외모를 어느 정도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절차였습니다.)
바로 실험이 시작되었는데요. 실험자는 간단한 과제라고 했지만 듣고 보니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였습니다. 세세한 묘사를 하면서 아주 빠른 어조로 말을 해서 알아듣기 어려웠고요. 듣고 나서 16가지 문제에 대해서 대답을 해야 했는데요, 확신할 수 있는 대답은 얼마 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바로 두 번째 단계인 공동 작업으로 넘어갔죠. 책상 앞에는 사진에서 보았던 매력적인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요. 첫 번째 단계에서 잘 몰랐던 부분을 여성에게 물어보면서 범인을 추정해보는 절차였습니다. 질문은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말이 아니라 종이에 기록해서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고요.
결과를 보면 남성들은 앞에 앉은 여성에게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꿍꿍거리며 해결하려고 노력했죠. 설사 질문을 하는 남성들이라고 해도 질문의 수는 몇 가지 되지 않았습니다.
Q4> 함께 의논할 상대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질문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아주 조금만 하거나.. 왜 남성들은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요?
A4> 네, 그것은 바로 남성들의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이 약해져있기는 하지만 남성은 여성을 도와주는 존재이지 여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남성들은 갖고 있거든요.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자기보다 수입이 더 좋은 여성과의 데이트에서도 남성이 밥값, 술값을 내곤 하죠. 이러한 고정관념은 마주한 여성이 매력적일수록 강해집니다. 또한 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프라이드가 한몫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여성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Q5> 오늘 주제가 미녀는 외롭다는 가설이니까요, 그럼 미녀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성의 경우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는데요?
A5> 네, 묘한 것은 이러한 현상은 마주한 여성이 매력적일 때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실험에서 공동작업자를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여성으로 바꾸었더니 결과는 앞서와 판이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미주알고주알 캐물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던 것이죠. 아무래도 외모가 떨어지는 여성에게 부탁하는 것이 만만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결과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부탁받은 여성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부탁을 받고 들어준 여성들은 앞에 앉은 남성이 자기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Q6> 그 남성이, 자신이 좋아서 특별히 부탁을 했다고 생각한 거군요.
부탁받은 쪽이 오히려 부탁한 쪽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거, 이런 게 일반적인 경우인가요?
A6>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상대에 대한 호의도는 부탁을 한 쪽보다 오히려 들어준 쪽이 더 높아진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 겁니다. 결국 부탁하기 쉽다는 만만함이 상대 여성의 착각과 오해를 부른 셈이 되지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담이 없어 부탁했을 뿐인데, 상대 여성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 하는 경우 말이지요.
Q7> 그런 착각까지 하게 된다면 더 마음이 쓰리겠네요.
그렇다면, 여성의 경우도 매력적인 남성을 만나면 부탁이나 질문을 잘 하지 못하나요?
A7> 아니요. 사실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과는 정반대입니다.
여성은, 앞에 앉은 공동 작업자 남성이 잘 생겼을 수록 보다 많이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용모가 떨어지는 남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이것 역시 여성들이 평소에 품고 있던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라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정관념 역시 앞에 앉은 남성이 매력적일수록 강해지지요.
Q8>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궁금해지네요.
동성끼리 실험을 하면 어떨까요? 그때도 미녀는 외로워질까요?
A8> 동성끼리의 사이에서도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실험자가 남성에 공동작업자가 남성, 실험자가 여성에 공동작업자가 여성인 경우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끼리의 경우, 공동 작업을 하는 여성이 매력적일수록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매력적일수록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경계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죠.
결국 매력적인 여성은 이성과 동성 양쪽으로부터 아무런 부탁을 받지 못한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뛰어난 미녀일수록 외로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미녀는 외롭다, 심리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녀에게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수줍은 남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요즘 사람들은 “인생 뭐 있나? 지르고 볼 일이지.” 라는 말을 흔히들 합니다.
사실 이 말이 우리의 인생살이에 얼마나 들어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녀관계에서는 타당한 구석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이 말은 상대여성이 매력적일수록 더더욱 들어맞게 되지요.
매력적인 여성을 연모하면서 나 홀로 끙끙 앓고 있는 미혼남성이라면 우선 지르고 볼 일입니다.
생각은 지르고 나서 해도 늦지 않거든요.
그러고 보면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쟁취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네요.
오늘 재미있는 주제로 심리 이야기를 풀어내 주신 이철우 박사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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