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함께 하는 명절 연휴, 어떻게들 보내십니까.
네, 재미는 물론 협동심까지, 전통놀이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아이들과 같이 전통놀이를 즐기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미정 기자!
연날리기와 제기차기 등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네, 요즘 아이들, 명절 하면 제일 먼저 ‘오락기 선물’을 떠올린다고 하는데요.
설을 앞두고 마침 가족과 함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학습장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전통놀이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시죠.
동네 꼬마 서너 명이 열심히 굴렁쇠를 굴려봅니다.
처음에는 잘 굴러가는 듯 하더니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균형잡기가 그리 쉬워보이진 않습니다.
박선호 / 원통초등학교 2학년
“굴렁쇠가요 굴러가는게 참 신기하고요. 굴렁쇠를 굴리면 팔이 아프긴 한데요. 재밌고 신나고 굴렁쇠가요 컴퓨터 게임보다 재밌는 것 같아요.”
아이들 틈에서 굴렁쇠를 함께 굴려보는 어른들도, 어릴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정순철 / 인제군 냇강마을
“옛날에는 이런 철이 아니고 시골에서 쓰는 테같은 것으로 했던 것인데 지금은 한번 해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고 아주 재밌는데요. 애기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번엔 연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
할아버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살을 붙이고 연 꼬리도 이어봅니다.
박유진 / 원통초등학교 4학년
“연이 날아가는 것을 보기만 했는데 직접 만들어보니까 설명도 잘해주시고 재미있고 좋은 것 같아요.”
손수 만든 연을 날리는 뿌듯한 순간.
균형을 잡지 못해 이리 저리 넘어지지만, 마침내 하늘을 날 때는 소원을 이룬 것 마냥 즐겁습니다.
장운지 / 원통초등학교 4학년
“생각보다 잘 안날라갈때는 힘들었는데 좀 하다보면 재밌어요.”
심수영 / 원통초등학교 4학년
“잘 날라갈때는 신났는데 안날라가니까 속상해요.”
내린천을 중심으로 백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강원도 인제군 냇강마을.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를 보존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부 사람들에게도 전통놀이 체험 학습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소 컴퓨터 게임에 더 친숙했던 아이들이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활쏘기와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의 색다른 재미에 빠져듭니다.
이원희 / 인제군 냇강마을 이장
“활쏘기라든지 제기차기, 굴렁쇠굴리기, 찰떡치기, 명절 때 되면 널뛰기도 있고 여러 가지가 많은데 그런 것 전체적으로 저희들이 그러한 것들은 다 활용하고 있습니다.”
냇가 한 켠에 지펴진 장작불이 어스름 저녁때를 알려줍니다.
때마침 깡통을 든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장작을 모아 불을 붙여 돌리는 쥐불놀이 준비가 한창입니다.
마음이 급한 아이는 벌써부터 깡통을 들고 돌리기 시작합니다.
돌리다 보면 힘도 들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냥 신이 났습니다.
이예현 / 원통고등학교 1학년
“이제 설이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고 보람있고 그런 느낌이 들어요.”
현재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농촌 체험장은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전통놀이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농촌 체험장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어렸을 때 저런 놀이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요.
네, 그렇죠.
요즘엔 컴퓨터 게임과 서양놀이에 밀려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야 말로 세계에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지닌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근세까지 전해진 전통놀이만 무려 6천 가지가 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우리의 전통놀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주사위를 던지자 환호와 낙담이 교차합니다.
던진 숫자만큼 말을 움직여 먼저 나가는 편이 이기는, '쌍륙'이라는 놀입니다.
주사위의 우연성과 말을 움직이는 두뇌싸움이 결합돼 서양의 체스보다 더 풍성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김연욱 / 충북 옥천군
“윷놀이하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고 말 잡는 것도 비슷하고 거기다가 그리는 것도 어렵지 않으니까 바둑알 같은 것만 있으면 되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제 때 중국에서 전래 돼, 속화나 옛 문헌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추억의 놀이인 바위치기는 게임 방법만 다섯 가지가 넘습니다.
편을 나눠서 상대편의 바위를 쓰러뜨리는 놀이로, 무작정 던지고 가슴으로 넘어뜨리다 보면 어느새 이기는 팀도 진 팀도 하나가 됩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전래놀이 지도자 양성과정에선, 이렇게 30개가 넘는 전래놀이를 어른들이 직접 배워가며 아이들을 지도합니다.
최영옥 / 충북 옥천군
“아이들이 컴퓨터게임 등만 하다보니까 어울림이 적고 고독한 부분이 있잖아요. 하지만 전통놀이를 통해 함게 어울리다보니까 신체적인 온몸 운동도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요. 그래서 이게 너무 좋으니까 아이들에게도 지도해주고..”
20여 년 전부터 전래놀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전래놀이 학교는 물론 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는 고갑준씨.
전국을 돌아다니며 70여 종이 넘는 전래놀이를 발굴해 보급해 오고 있습니다.
고갑준 / 한국전래놀이협회 대표
“우리 문화가 건강해야되는데 건강한 문화는 어디서 올것인가 가만히 공부를 하다보니까 우리 전통 공동체에 문화의 근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문화 유산들을 우리가 계승하면 자연적으로 쉽게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된다 이렇게 본 것이거든요.”
얼마 전에는 전래놀이를 책으로도 묶어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준비물과 놀이방법, 규칙들을 꼼꼼히 정리했습니다.
고씨의 가장 큰 바람은 아이들 교육을 통해 전래 놀이가 전파되는 겁니다.
고갑준 / 한국전래놀이협회 대표
“유관단체라든가 특히 교육단체, 학교와 같은 곳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우리 놀이를 교양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등 방법으로 통해서 확산이 된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그렇지 못해 아쉽고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은주 씨 가족은 전래놀이를 배운 후 온 가족이 함께 모여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전래놀이를 꺼려했던 남편도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강영길 / 충북 옥천군
“새로운 느낌. 어렸을 때 다른 것은 해봤지만 이것은(산가지)는 안해봤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도 있고 괜찮은 것 같아요.”
최은주 / 충북 옥천군
“가족끼리 시간을 따로 낸다는 게 어려운데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가족이 모여서 한 공간에 모여서 할 수 있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엄마와 동생하고만 놀이를 했던 첫째 웅모도,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가 그 어떤 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습니다.
강웅모 / 죽향초등학교 5학년
“아빠가 맨날 시간이 안돼셔셔 우리 셋밖에 못했거든요. 그런데 전통놀이 배우고서 아빠도 많은 관심 가지고 참여해주시니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집에가서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해보고 싶은데요.
같이 노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가 있겠네요.
네, 그렇죠.
전통놀이의 가장 큰 장점은 혼자하는 놀이가 아닌 여러 명이서 같이 하는 놀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아이들의 사회성은 물론 협동심. 공동체 의식도 형성된다고 하는데요.
전문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김영화 / 소아정신과 의사
“유치원 시절 애들한테 필요한 것은 사회성이죠. 협동놀이인데 그것을 혼자서 집에서 만화를 본다든지 컴퓨터게임을 한다고해서 사회성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친구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놀고 나가서 뛰어서 놀고 같이 윷놀이를 한다든지 전통놀이를 보면 한결같이 사람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룰을 지키고 규칙이 있어요. 아주 훌륭한 놀이인데 그러한 것을 부활시켜서 애들이 잘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전통놀이를 보존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부 차원의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네, 현재 전통놀이는 각 지방에서 다양한 협회들을 통해 전수돼 오고 있고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및 행사를 통해 다양한 전통놀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함께 보시죠.
경복궁 내에 위치한 어린이민속박물관.
조상들이 즐겨 놀던 전통놀이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습니다.
‘청구람승도’는 오늘날로 치면 부루마불 같은 게임.
조선 팔도의 산과 마을을 주사위 수만큼 움직여 남대문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로, 한때는 백성들이 이 놀이에 심취해 일을 안한다고 해서 왕명으로 금지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밖에 투호와 활쏘기, 쌍륙 등 민화에서나 보던 전통놀이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장소를 옮기자 색색가지 연이 한 곳에 전시돼 있습니다.
노순 / 서울시 무형문화재4호 이수자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그 당시에는 연날리기가 백성들의 가장 큰 재미있는 놀이문화로 여겨졌는지 농사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연을 많이 날렸나봐요. 그러다보니까 나라에서 농사철에는 가급적이면 연날리기를 피하고 농사가 끝난 농한기에 연을 날리도록 장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설과 정월대보름 등 명절을 앞두고 전통놀이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각 지방의 전통놀이도 꼼꼼히 조사해, 지속적인 보존과 계승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장장식 / 국립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관
“아무래도 놀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되겠고 이것들이 갖고 있는 교육적인 의미, 문화적 의미 이러한 것들을 잘 파악한 다음에 이것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승시킬 수 있는가 교육방법을 찾아내고 계속 교육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네, 이번 설에는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즐겨보고, 박물관에도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죠.
전통놀이의 명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개인들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도 뒷받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김미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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