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서 시민을 구하는 소방관들은 매일 현장에서 불안을 마주합니다.
대형 재난과 사고 현장 목격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 때문인데요.
김현지 앵커>
여전히 치료와 회복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강재이 기자의 보도입니다.
강재이 기자>
박영엘 구급대원은 십수 년 전 사고 현장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박영엘 / 전북 무주소방서 소방장
"4세 남아 아이 교통사고 현장에 갔을 때, 아이의 모습과 같이 손을 잡고 가다가 아이를 놓치면서 사고가 났던 그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 울면서 대화하던 대화 내용과 현장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소방관의 연 출동 건수는 약 530만 건입니다.
대형 참사, 교통사고, 화재 등 누군가는 평생 한 번도 겪지 않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이들은 매일 마주합니다.
인터뷰> 이창석 /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
"소방관들이 가는 현장은 매일 처참한 현장입니다. 그분들이 매일 보는 훼손된 시체나 다친 사람들, 그리고 그분들을 못 구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분들. 소방 공무원들 누구나 그런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강재이 기자 jae2e@korea.kr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소방관은 7.2%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자살률도 일반 국민보다 약 1.5배 높습니다."
소방관들은 대부분 '힘들다'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현장에서, 팀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영엘 / 전북 무주소방서 소방장
"내가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하게 됐을 때, 쟤는 약한 애다. 쟤는 이 일과 맞지 않다는 이런 주변 시선이 두렵습니다. 대부분 다 그럴 겁니다. 내가 마음이 아프다, 약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제도적 어려움도 있습니다.
상담 건수는 늘고 있지만, 치료와 사후관리를 위한 지원은 부족합니다.
진료비 지원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크고, 1인당 9천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예약과 대기 절차가 길어, 소방관들이 필요할 때 즉시 치료받기도 어렵습니다.
상담과 치료, 사후관리를 하나로 잇는 '장기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소방공무원은 직무상 심각한 트라우마 사건에 반복돼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도의 단계에 따라서 상담, 진료 그리고 이후에 꾸준한 사후 관리까지 생애 주기별로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15일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김 대행은 퇴직자 지원을 포함한 전 생애 주기 심리지원체계를 마련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제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이정윤 황신영 / 영상편집: 김세원 / 영상그래픽: 민혜정)
소방청은 이와 함께 내년도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 정신건강 센터를 설치해 치료와 회복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KTV 강재이입니다.
( KTV 국민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
< ⓒ 한국정책방송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