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의 유파[제(制)]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전승 계보에 따라 음악적 특성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
는데, 이를 제라고 한다. 제는 현존하는 실체라기보다는 다양한 판소리를
구 분하여 유형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관념적으로 구성되니 참조의 틀로 이
해해 야 할 것이다. 제에는 동편제(東便制),서편제(西便制),중고제(中高制)
가 있 다.
동편제(東便制)
송홍록.정춘풍.권삼득 등의 법제를 뼈대로 하여, 운봉.구례.순창.홍덕 등지
에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구분은 후대에 와서 동.서 양쪽
가 객들이 서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큰 의의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
가 일상 대화에 있어서 호령을 한다거나 호걸스럽게 의사를 표시할 때에는
어세(語勢)가 강렬해지고 활발해지는데 판소리에서 이와 같은 흐름 으로 노
래한 유파가 동편제이다.
동편제는 통성과 우조를 중심으로 하며 대마디대장단을 위주로 장단을 짜
며, 감정을 절제하는 창법을 구사하는 소리이다. 또 동편제는 소리가 웅장
하고 가맥마다 힘이 들어있다. 또한 발성의 시작이 신중하며, 귀절의 끝마
침이 쇠망치로 끊듯이 명확하고 상쾌하며, 소리는 자주 붙이지 않고 쭈욱
펴 며, 계면조 가락을 많이 장식하지 않는다.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서 동
편 제의 창법과 가장 잘 조화되는 것은 '적벽가'이다.
동편제의 근대명창으로는 권삼득,송홍록,박기홍,김세종,송만갑을 꼽을 수
있는데, 송만갑은 뒷날 서편제와 가까운 새로운 창법을 개척하여 족보에서
할명(割名)당했다. 이는 판소리 법통에서 유파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
기 때문이다.
서편제
철종 때의 명창인 박유전에 의해 창시된 판소리 양대 산맥의 하나로, 광 주.
나주.보성.강진.해남 등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는데, 이 지역이 전라도 서
쪽에 있다 하여 서편제라 일컬어지는 것이다.
서편제의 특징은 활달하고 우렁찬 동편제와 대조적으로 가창의 성색(聲色)
이 부드러우며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준다. 노래소리의 끝도 길게 이 어
져서 이른바 꼬리가 달렸으며, 부침새의 기교가 많고 계면조를 장식하여 정
교하게 부른다.
서편제의 창법과 잘 어울리는 창으로는 '심청가'를 꼽을 수 있다.
서편제의 명창으로는 박유전,김채만,이날치,정창업,김창환 등이 있다.
중고제
김성옥으로부터 시작되어 김정근.김창룡 등이 계승한 것으로 경기도 남부
와 충청도지역에 전승된 소리인데, 그 개념이 모호하여 '비동비서(非東非
西)'로 표현된다. 창법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절충형인 듯하나, 소리의 특징
으로 보아 동편제에 속한다. 반음(半音)을 많이 쓰며, 음정은 단계적으로 치
켜 올라가고 있으므로 소리 끝은 동편제 소리와 같이 매우 드높다. 중고 제
의 명창으로는 염계달,김성옥,모홍갑,고소관,김제철,한송학,김석창,김정근
등이 있다.
강산제
서편제의 수령 박유전이 만년에 전남 보성군 강산리에서 여생을 보내며 창
시한 유파로, 체계가 정연하고 범위가 넓다. 박유전은 젊었을 때 고운 목 소
리와 뛰어난 기량으로 대원군의 총애를 받아 그의 사랑에 자주 드나들었 는
데, 그곳에 묵고 있는 많은 유생들과 친밀하게 지내게 되었다. 유생 중에
는 판소리에 대한 높은 견식과 일가견을 가진 이들이 있어, 그들이 피력한
조언을 바탕으로 창시한 것이 바로 강산제이다.
이 제의 특색으로는 서편제가 일반적으로 너무 애절한 것을 지양하고, 될
수 있으면 점잖은 가풍(歌風)을 조성하였고,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대목은
삭제 또는 수정하였다. 강산제의 대표적 판소리는 '심청가'이며 , 명창으로
는 박유전.정응민.정재근 등이 있다.
http://www.pansori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