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리모콘을 돌리다 들여다본 티비화면에 어릴적 아버지가 스크랩하셨던 흑백 영화 포스터속의 주인공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릴적 보았던 아버지의 흑백 스크랩북안에는 어머니와 결혼전에 데이트 하면서 보셨다던 영화 포스터들이 신문지에서 오려진채 누렇게 붙여져 있었다

영화 주제가들을 흥얼거리며 슬며시 웃으시며 배우들 이름을 하나씩 읽어 주셨던 어릴적 기억이 내머리속에서 시작되서 내 몸 전체를 그시절 그 냄새 그 소리속으로 밀어 넣었다

로맨스 빠빠 신성일 엄앵란이라는 배우의 앳띤 모습에서 부터김승호라는 배우의 그 잔잔하면서도 짠한 가장의 연기는 내 아버지 모습과 너무나 겹쳐져 있었다

70 내 아버지의 나이다 칠순여행 보내드린다고 준비하다 암이라는 판정을 받으시고 온 가족이 넋이 나가 버린상황에도 씨익~ 웃으시는 아버지

흑백의 미학이었다 잔잔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색채가 간결하고 따뜻한 연기가 가족들의 모습 더불어 잃어 버리고 싶지 않은 어릴적 추억속에 그 냄새를 기억나게 하는 참 오랫만에 아름다움 이다

우리의 아버지는 흑백영화이고 잃어 버리고 싶지않은 추억의 냄새이다 누렇게 스크랩된 영화 포스터속에 로맨스 빠빠는 내 아버지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