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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랏말을 지키기 위해 소송까지
KT는 한국통신으로 KB는 국민은행으로 되돌려라.
지난 11월 28일 나는 한글단체 동지들과 함께 KT로 이름을 바꾼 한국통신
과 KB란 영문 간판을 크게 단 국민은행을 상대로 '정신상 고통을 준 것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 지방법원에 냈다. 우리 말글을 사랑하고
지키고 살리기 위해 애쓰는 국민들로서 점점 늘어나는 미국말 상호와 간판
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
고 영어가 판치는 세상이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영어 숭배와 짝사랑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지나치고 잘못된 일이다. 그에 비해 제 나랏말은 헌
신짝 취급하고 있으니 나랏말을 지키고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송까
지 해야 하게 되니 가슴아프다.
올 한글날에 한글세계화운동본부에서 우리 나라의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
이름과 코스닥 시장의 회사이름을 살펴보았다. 주식 시장의 598개 회사 가
운데 한국어 이름으로 된 회사는 398개로서 66%인데 코스탁 시장은 831개
가운데 우리말 이름이 228개로서 27%였다. 주식시장은 옛날부터 우리말로
회사 이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말 이름이 많으나 해마다 영어로
바꾸는 회사가 늘고 있고, 새로 생긴 회사는 거의 영어였다. 코스탁 시장 회
사들은 외국말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러다간 머지 않아 외국말 회사이름이
90%나 10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였을 때 그들에 의해 강제로 창씨개명당한 것에 분노하
면서 가슴아파하고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스스로 아무 거리
낌없이 미국식으로 창씨개명하고 있다. 선배나 부모가 한 일은 부끄럽고 내
가 한 잘못은 옳다는 말인가? 일제가 우리에게 강제로 창씨개명하게 한 것
은 탓하면서 스스로 미제식으로 창씨개명하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거
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모순이고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오히려 세계화시대에 왜 탓하느냐며 우리를 국수주의자니 못난이로 몰아부
치고 비난하고 있다.
제 겨레 말을 버리면 얼빠진 겨레가 된다더니 많은 국민들이 얼빠진 얼간이
가 된 것인가?
아예 미국말을 우리 공용어로 하자는 얼간이들이 많고 정부까지 그런 정책
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도지사는 영어마을을 만들겠다고 하고 영어
만 쓰는 특구를 자기 지역에 만들기 바라고 있다. 그러니 일반국민들은 미
국말이 무슨 요술방망이로 아는 지 신용카드 빚까지 내서 어학연수 보내다
파산할 지경인 가정도 있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미국의 식민지나 미국의
한 주로 편입하자는 말이 나오고 그 말이 당연한 것으로 여길 지 모르겠다.
옛부터 우리는 성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함부로 바꾸지 않았다. 결백을 주장
할 때 " 거짓말이면 내 성명을 갈겠다. 믿어달라!"고 한다. 그런 쪽으로 봐
도 오늘날 미국식 창씨개명 바람은 우리 참모습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보통
일이 아니다. 아무리 우리가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꾼다고 미국인이 되는 것
도 아니고 미국이 우리를 그냥 먹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영어를 열
심히 배워도 미국인처럼 하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지나
친 영어 숭배와 열병은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일이고 자랑스런 일이 아니
다. 뻐빠지게 땀흘려 일해서 번 돈을 미국말 떠받들기에 쓸어 넣는 것은 바
보짓이다.
나는 일찍이 우리 말글 독립이 없으면 우리 겨레 정신도 독립할 수 없고 자
주 학문과 문학도 꽃필 수 없다고 깨닫고 대학생 때부터 35년 째 국어독립
운동을 해 온 사람이다. 국어 독립운동은 내 삶을 바칠만한 좋은 일로 보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일새을 바쳤다. 자나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우리 말글
조심이었다. 우리말,우리얼을 지키고 바로 서는 것이 그 무엇보다 먼저 해
야할 일이고, 그래야 경제나 정치가 바로 가고 튼튼한 나라가 된다고 믿었
다. 그래서 온갖 천대와 멸시도 참아내고 노력한 결과 한자와 한문으로부
터 우리 말글이 독립하는 것을 보는가 했더니 미국말의 노예가 되려한다.
눈앞이 캄캄한 절망감을 느낀다.
지난날 정부에 건의도 하고 국민들께 호소도 했다. 그러나 미국말 침투와
지배를 막을 수 없다. 내 나라 말을 지키고 되 찾기 위해 내 나라의 법정에
소송까지 하게 되니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되었는 지
답답하다. 이제 우리는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바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지
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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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8일에 한글확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국어문화운동본부 들 3
개 단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