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고 말하는데요, 일부 정상급 예술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문화예술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술인 복지제도를 개선시키기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예술인들의 복지 실태와 복지 증진 방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강명연 기자, 문화예술인들 하면 화려한 조명과 무대와 함께하죠
따라서 많은 수입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제문화예술인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네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가하면 무대위의 화려한 모습을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화려함, 우아함, 동경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많은 이들이 예술가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요, 하지만 직접 들여다본 그들의 삶은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제 드러나는 겉모습과는 매우 다르다고까지 할 수 있는데요, 예술인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인 죽음과 소녀에 맞춰 세명의 무용수가 춤을 춥니다.
검은 무대 위에 무채색 의상의 군무 속에 붉은 의상의 소녀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음달 공연을 앞둔 연습실에서는 소녀와 죽음의 무용 연습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연습에 몰두하는 무용수들에게 한 여름의 무더위 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이나현씨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5년 이 무용단을 창립했습니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이나현 / 유빈댄스 대표, 안무가
"무용을 전공해서..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 정말 최고라고 인정을 받는 사람들 조차도 그걸로 생계 유지가 안되는거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르치는 일을 하죠. 그걸 통해서 돈을 벌고 공연이라는 진짜 직업은 하고 싶어서 놓지 못해서 하는 거에요. 저도 무용수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어요. 안무를 해서 안무비를 벌어서"
일년에 서너차례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근로자가 누리는 어떤 복지혜택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같은 4대 보험은 물론 무용단에 소속은 되어 있지만 월급의 개념마저도 없습니다.
이나현 / 유빈댄스 대표, 안무가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은 월급 자체가 주어지는 환경이 안되요. 처음에도 말씀 드렸듯이 현대 무용하는 단체에서 무용수들에게 최저임금을 계산해서 줄 수 있는 단체가 없어요. 의료보험까지는 생각도 못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이유는 춤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람 / 유빈댄스, 무용가
"무용이 아닌 다른 것을 했을 때 재미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힘든데도 불구하고 힘든데도 또 다시 해야지 하는 것이 무용이에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하고 그것이 작품으로 올려지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데서 오는 쾌감 때문에 무용하는 거 같아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39계단을 무대로 옮긴 연극 39계단의 연습현장입니다.
며칠 뒤 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계약직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안전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혜정 / 연극배우
"저희도 4대보험까지는 아니고 상해보험은 가입되어 있는데 그마저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봐야죠. 그마저도 안되는데가 많기 때문에"
한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그 뒤에는 많은 제작진의 땀과 노력이 있습니다.
연출가를 비롯해 음향과 무대미술, 조명과 분장, 의상 담당까지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꿈과 열정이 없이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임영조 / 연출가
"배우와 작품, 연출을 선택하는데 그 안에서 어디에 얼마의 돈을 쓸지 결정을 한단 말이죠. 그중에서 스탭들이 뒤로 밀리죠. 실제로 크루라고 하는 분들. 무대전환, 의상, 분장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관객들도 잘 모르다 보니까 금액이나 명성이나 만족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프로페셔널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만족도가 더 낮지 않을까"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문화예술인들의 소득은 연평균 150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평균 소득수준은 10만원 이하가 40%에 달하고 이를 포함해서 한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되는 예술인이 전체의 70%에 육박합니다.
또 4대보험도 건강보험은 대부분 가입되어 있지만 국민연급은 전체의 절반정도, 고용과 산재보험은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많지 않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실태는 상상 이상이엇습니다.
국공립이나 재단법인으로 등록된 단체에 소속된 예술가들 외에는 대부분이 다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프리랜서들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낮은 소득은 물론, 고용의 불규칙성, 그리고 단속성이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수준은 참 많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각종 공연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서 예술의 수준도 늘어나고 무대가 많아지는 만큼 문화예술인들도 늘어날텐데요, 이들을 위한 어떤 복지제도는 없습니까?
문화예술은 크게 문학, 미술, 사진, 건축, 음악 등 10개 장르를 말하는데요, 이들의 권익을 위한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있고요, 또 연극과 무용은 각기 특성에 따라 지원 재단이 있습니다.
그중에 전문무용수지원센터를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문 무용수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지난 2007년 탄생한 전문무용수 지원센터입니다.
무용은 특성상 부상이 많고 다른 장르에 비해 은퇴연령이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곳에서는 전문무용수들의 직업전환을 위한 재교육과 부상시 진료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상해진료지원, 그리고 전문무용단체 오디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잡마켓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성주 /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현재 활동하는 동안 90.2%가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개 치료를 하지 않고 시간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귀찮아서 치료를 하지 않고 급기야는 문제가 되서 몸이 망가져서 문제가 될 정도가 되야 병원에 가기 때문에 상해를 입으면 바로 신고를 해주시면 비급여 부분에 한해서 경력에 따라 차등 지원“
그동안 36명이 직업전환 재교육을 받았고 38명이 상해진료 혜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선진국이라고 하는 외국에 비해서는 나아갈 길이 아직도 먼 것이 현실입니다.
프랑스는 예술인이 계약에 의해 일정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엥떼르미땅 제도가 있고 독일은 예술인사회보장금고제도가 있습니다.
양한성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사업추진단
"저작권 사용자가 예술인의 성과물을 통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사용자가 부담하고 연방정부도 국고를 통해서 부담하고 예술인들은 우리의 국민연금처럼 전체의 50%만 부담해서 의료보험과 연금, 요양보험까지 기존의 사회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단계로 승화. 예술인 사회보험법이 모태가 되어 25년 가까이 되어 왔다."
이밖에도 네덜란드는 예술인 최저생활 보장제도가 있어 예술인의 소득이 법정소득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한 소득을 보장해주기도 합니다.
예술이라는 게 사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죠?
앞서 연극과 무용의 사례를 봤는데요, 이밖에도 음악이나 미술, 영화나 사진, 문학같은 분야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문화예술 전반에 복지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문화예술인 공제회 설립을 통한 창작기반 조성을 내걸었구요, 실제로 지난 10월 100대 국정과제 중에 하나로 예술인 공제회 설립검토가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서 예술인 공제회 설립을 위한 논의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7월 14일 /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지난 14일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는 예술인 복지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예술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예술인 공제회의 세부 설계방안과 복지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양한성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사업추진단
"공제회 상품이라는 게 근본적인 예술인 복지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구요 예술인 복지가 근본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근로자 지위를 획득하고 기존 사회 안전망에 편입되서 일반 근로자 안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
우선 그 첫단계로 자립형 예술인 공제사업이 제시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개인연금형 저축상품과 정부 출자금을 운영해 이자수익을 배당하는 보장형으로 나뉩니다.
예산은 2년간 정부출연금 400억원에 문예진흥기금에서 4.5% 지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추산하는 전체 순수문화예술 종사자는 10만~15만명 사이로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장기적으로는 7만명 정도의 회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양한성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사업추진단
"실제 가입할 수 있는 대상자 수는 맥시멈 7만 이내로 보고 있음. 초창기 공제사업이 시작됐을 때는 2만명정도 생각하고 있고 국고, 지방비 등의 수혜를 받고 있는 실연자 분들과 실제적인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음. 출범하면서 얼마나 더 많이 유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나아가 불규칙한 소득과 고용으로 대출이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수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비, 의료비, 자녀 양육비 융자 등 혜택을 늘려나가는 방법도 모색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해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다음달 중에 법개정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소득층의 복지 지원 정책은 여러 가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가려진 예술인들에 대해서는 돌아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요, 이번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서 예술인들이 마음놓고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강명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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