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어수업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첨단 기자재를 활용해 재미있게 배우는 영어교육이 공교육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어회화하면 으레 학원을 먼저 떠올렸던 학부모들도 학교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영어수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어교육을 공교육이 흡수할 수 있을까요.
그 대안은 무엇일까요.
오늘 현장포커스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현근 기자!
정부가 학교영어교육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하니까 온 나라에 영어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그만큼 사교육 시장도 커졌지요?
그렇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돌때부터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고, 월 백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는걸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애착, 교육열이 뜨거운데요.
이러다 보니까 전체 사교육시장 가운데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높습니다.
1인당 영어 사교육비로만 월 7만6천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양질의 실용영어를 배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지금 공교육 현장에선 쉽고 재미있게 실용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첨단 교육 기자재를 활용해 학생들을 재미있는 영어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는 수업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대전 관평중학교의 실용영어수업은 매우 특별합니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학생들은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알아듣고 반응합니다.
수업은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간단한 게임으로 시작됩니다.
곧이어 가상스튜디오를 이용한 역할극수업.
교사는 조별로 모인 학생들에게 상황과 역할을 설정해 줍니다.
이날의 주제는 식당에서 영어로 음식 주문하기.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내 역할극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고, 영어 대사를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드디어 역할극 수업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푸른색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영어로 대화를 나눕니다.
이탈리안 음식을 고르는 아윤이의 영어 솜씨가 중학교 1학년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바로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 대화 내용에 걸맞는 배경화면이 마술처럼 나타납니다.
이처럼 학생들은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고도 '가상체험 스튜디오'를 통해 전세계 어느 곳에도 갈 수 있습니다.
장오희 영어 교사 대전 관평중학교
"기존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한정된 표현들을 쓸 일이 없는데 실제생활과 똑같은 상황을 설정해 학생들의 회화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가 가상체험 스튜디오를 영어교육과 접목하게 된 것은 영어마을처럼 모든 상황별 장소를 꾸밀 수 없는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치라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용선 교감 대전 관평중학교
"그동안 영어전용교실 구축사업비로 5천만원 지원받았다.
영어전용교실을 꾸밀까 고민한 끝에 결정..종합적인 영어수업을 할 있는 공간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
학생들은 주 3시간인 영어수업 중 한시간을 이곳에서 실용영어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학생들도 게임과 체험실습 위주의 수업을 통해 자연스레 영어와 친해지고 있습니다."
박경영 2학년 대전 관평중학교
"입이 간지러울 정도로 영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자신감도 커진다. 또한 영어의 4가지 기능인 듣기·말하기·읽기·쓰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김아윤 1학년 대전 관평중학교
"평소 교과서 수업은 회화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 가상스튜디오를 이용한 수업을 통해 회화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사설 학원 못지않은 질 높은 영어 교육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영어수업이 좀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전성규 2학년 대전 관평중학교
"학원보다 여기서 하는것이 더 재미있다. 학원은 서로 대화만 하는데 여기선 서로 협동심을 키울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같은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선 교사들이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장오희 교사는 매일 방과후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교습법과 아이디어를 얻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장오희 영어 교사 대전 관평중학교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자료들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교사들이 아이디어들을 많이 줘 바로 활용한다. 회화 연습에 큰 도움.."
익살스러운 분장을 하고 극에 몰입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일선중학교의 영어교사들입니다.
이들은 교사가 아닌 학생의 입장으로 강사의 지시에 따라 수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민경희씨.
교직에 몸담은지 15년째,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민 교사는 요즘 자기계발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합니다.
민경희 영어교사 대전 태평중
"예전에 학교 다닐때 처음 교사가 됐을때 보다 아이들의 영어수준이 높다. 쉽게 대답해줄 수 없는 문제를 접할 때 자기개발의 필요성을 느낀다. 이처럼 요즘 선생님들 사이에선 영어공부 열풍이 거셉니다."
방학 중 연수는 기본이고, 학기 중 방과 후에 진행되는 지역별 교육연수원 영어연수나 어학원 자율연수 프로그램 등에도 최근 많은 선생님이 몰리고 있습니다.
"학교 영어가 살기 위해선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는 학교 안팎의 압력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영어로 강의할 수 있도록 연수 기회를 부여해 영어 강의 가능 교사를 양성하는 우수영어교사인증제를 전국 단위로 확대 실시한 것도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폴 원어민 영사강사
"교사는 항상 굉장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쳐나야 합니다. 이들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나은 영어교사가 되도록 동기부여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교사들은동료 교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환하고 새로운 교습법을 실험하고, 이를 교실에서 적용하게 됩니다."
민경희 영어교사 대전 태평중
"집중심화연수프로그램에 와서 여러나라 원어민교사의 발음을 들을 수 있고, 교수 스킬도 배우고, 이곳에선 정보교류, 발음교육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방학을 이용해 연수원이나 대학 등 90여개 기관에서 1-2개월의 단기코스인 직무연수를 받은 교사는 지난해 3만명에 이릅니다.
또 6개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심화연수를 받기 위해 수업을 포기하고 영어공부에 들어간 교사만 올 1학기 998명, 2학기는 1100명으로 약 2000명에 이릅니다.
신바람 나는 영어교실 만들기에서 영어교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영어교사들의 열공 분위기 참 고무적이네요.
그렇습니다.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교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높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결국 영어구사력과 영어수업능력을 갖춘 영어교사만이 우리 영어교실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정부도 현재 58% 수준에 머물고 있는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교사 비율을 2012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연수 프로그램도 지역,학교별 여건에 맞게 바꾸고, 인증교사에겐 장기 해외연수나 연구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어린이영어도서관 얘길 해볼까요.
아이들에게 영어 체험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어린이영어도서관이 지난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군요.
그렇습니다.
학원비가 없어서, 변변한 시설이 없어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어린이영어도서관이 영어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어 교육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좌 프로그램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부산 영도어린이영어도서관.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인 도서관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마치 동화나라에 온듯한 착각이 드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영어 단어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동화읽기 수업에 앞서 간단한 게임을 한 것인데 아이들 모두 신이 난 표정입니다.
유진산 3학년 부산 봉학초교
"예전엔 영어가 짜증나고 재미없었는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박동해 4학년 부산 봉삼초교
"처음엔 영어 못할것 같았는데 여기 다니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이 수준에 맞는 다양한 영어책을 맘껏 골라 읽을 수 있어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정희진 부산 영도구 청학동
"아이들이 전에는 공간이 편안하지 못했는데 여기선 바닥에 편안하게 앉을 수도 있고, 다양한 도구들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지난달 23일 문을 연 영도 어린이 영어도서관은 일회성 영어마을의 한계를 넘어 주민 가까운 곳에서 자연스러운 영어환경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이곳에선 '스토리텔링'에서부터 '영어동화책 읽기' '동요로 배우는 파닉스' 등 20개의 영어 강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영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사는 부산시에서 활동 중인 영어강사 경력이 있는 외국어 전문가들이 맡고 있습니다.
교재는 쉽고 재밌게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어영선 영어강사
"사교육을 받지 않은 보통아이들..우리 아이들이 가르쳤을때 흡수력이 빠르다.이해력도 빠르다."
수강료가 비싸 가정형편이 어려워 엄두도 못내는 저소득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영어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영도어린이영어도서관은 이같은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계획입니다.
전선미 계장 영도어린이영어도서관
"저희도서관은 지금 차량이 없기 때문에 소외계층 자녀들을 직접 찾아가 영어환경에 노출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강의를 해주고 있다."
교과부는 부산과 대전, 광주에서 운영중인 어린이영어도서관 시범운영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 교육 모델을 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학교 영어 수업과 평가에서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에 사교육비 절감의 성패가 달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학교 수업으로 영어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서 공교육만으로도 영어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사설학원 못지 않은 우수한 교수진과 수준높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공교육 영어 프로그램.
양질의 영어교육에 목말라하던 아이들에게희망이 되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현장포커스 김현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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