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출소를 앞둔 수형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취업 문제일겁니다.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일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은데다,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출소자도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도 수형자들의 취업지원 대책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오늘 현장포커스에서 자세한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이정연기자!
요즘 취업난이 심각한 만큼 출소 예정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 같은데요.
재소자들이 사회에 복귀하기 까지 어려움이 많죠.
그렇습니다.
죗값을 치루고 사회로 복귀하는 출소자들에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출소 한지 3년 안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만 해도 출소자의 20%를 넘어서는 실정입니다.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면 재범률도 크게 낮아질 텐데, 정부는 어떻게 지원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교정 정책의 초점을 수형자 통제와 관리가 아니라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 복귀 교육에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문적인 직업 훈련을 진행하는 교도소도 문을 열었는데요.
그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화성 직업훈련교도소의 한 강의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 도면을 그리는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필기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여느 대학 수업을 방불케 합니다.
수형복 차림의 수강생들은 지난 1년 간 컴퓨터 응용가공 수업을 들어온 재소자들.
익숙지 않았던 컴퓨터 기술을 배우면서 재활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최영수(가명)
“선생님이 지도를 잘해주시고, 학생들도 열성을 갖고 하니까 나름대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직업훈련 전문교정기관인 이곳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어, 현재 1천 1백여 명의 재소자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습니다.
자동차 정비부터 한식 조리까지 출소 후 취업과 직결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 교육이 이뤄집니다.
실제 기능사와 산업기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재소자의 80%가 자격증을 딸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합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철민씨도 이곳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14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며 취득한 자격증만 서너 개.
오랜 기간 사회와 단절돼 있다보니 막막함이나 두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배움의 길에 들어서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감자 열 명 중 세 명은 직업 훈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출소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재범률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3조원인 걸 감안하면 직업 훈련의 잠재적 효과가 적지 않은 셈입니다.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에 있어 전문적인 직업 훈련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무엇보다 기업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출소자들이 사회적응에 필요한 기술을 갖춰도 활용할 일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겠죠.
이런 이유에서 법무부는 정부 산하단체와 민간 취업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수형자 취업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취업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출소예정자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도 열었는데요.
취재화면 보시죠.
지난해 10월 26일.
천안개방교도소에서 색다른 취업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참여 업체가 마련한 60개 부스엔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모두 출소를 앞둔 수형자들입니다.
이날 상담을 받고, 현장 면접을 본 500여 명 중 131명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번듯한 일자리도 구했습니다.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면접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겁니다.
이 인테리어 업체는 취업박람회에서 출소예정자 세 명을 채용했습니다.
전과 기록이 있는 정해두 사장은 지인의 도움으로 사회에 적응하면서 죗값을 치른 출소자들을 끌어안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절반인 15명이 출소자.
주변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울고 웃은 적도 많았습니다.
정해두 / 사장
“처음엔 말 안하고 나중에 말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너무 열심히 해서”
공사 현장에서 만난 홍성호씨는 제2의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금융 사기에 연루돼 3년 간 교도소 복무를 한 홍씨는 출소를 앞두고 전과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홍성호
“처음엔 일이 없어서 취직했지만 매력도 느끼고, 힘들게 일한만큼 보람도 느끼고”
공사 현장에서 목공 기술을 익히면서 홍성호씨는 땀방울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갈 곳 없는 출소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습니다.
홍성호
“땀방울의 결실 이런게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법무부는 수형자나 출소자의 취업 지원을 한층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오는 4월 개최하는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에선 1천 2백여명 구직자 중 6백여 명의 취업을 이끌겠다는 목표입니다.
출소자 채용에 나서는 기업에겐 세금 감면이나 임금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주어집니다.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돌아온 출소자들.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못지 않게 기업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고 다시 교정시설에 들어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민, 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정부도 수형자 관리 보다는 출소자 재활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출소자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편견의 벽을 없애나가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정연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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