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선조들은 죽어서 땅에 묻힐 때 어떤 옷으로 수의를 장만했을까 한번 생각해 보셨나요?
장례예법이 적힌 '국조오례의'나 출토된 복식을 분석해 보면 생전에 입었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으로 수의를 장만했다고 하는데요.
왕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전통수의를 고증을 통해 재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박세정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조선시대 우리조상들이 사용했던 수의를 고증을 통해 새로 만든 전통수의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선보이고 있는 100여 점의 이 전통수의들은 단국대 전통복식연구소가 국조오례의에 나온 조선시대 장례예법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출토복식을 토대로 만든 겁니다.
재현된 남성 수의는 면복, 곤룡포, 단령, 심의 철릭 등 25종과 여성 수의는 적의, 원삼, 당의 등 17종입니다.
재현된 전통수의들을 쭉 둘러보면 우리 조상들이 생전에입었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왕이 경사때 입었던 이 면복은 승하시 수의로도 사용됐는데 가슴, 등, 양 어깨에 해와 달을 둥근 모양으로 수놓은 것이 눈길을 끕니다.
왕비가 생전에 최고 예복으로 입었던 이 적의는 이화꽃과 꿩의 문양이 유물에선 직조로 새겨졌지만 재현 작품에선 수나 채색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선비들이 평소 입다가 죽어서 수의로 사용한 '심의'입니다
단과 도련에 둘러진 검은색, 색색으로 짠 조대, 그리고 머리에 복건과 신으로 사용한 운혜 등이 잘 재현돼 있습니다.
장정윤 연구원 / 단국대 정통복식연구소
"예전의 방법 그대로 수의를 제작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출토 복식은 색상이 없기 때문에 색상도 문헌에 나오는 것과 현재의 미의식에 맞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거치고 시간도 많이 들고…"
전시된 전통수의 작품들은 '국조오례의' 규정에 따라 선조들이 사용했던 비단과 무명을 소재로 만들어져 지금의 삼베수의와는 사뭇 다른 수의의 품격과 멋을 풍겨줍니다.
김순옥 (61세) / 서울 성북구 정릉로
"(수의는) 제가 갖고 있던 옷 중에서 좋아하는 걸로 입는 걸 원했지만 원했지만 여기와서 보니까 그렇게 안 하고도 이렇게 아름답고 괜찮은 것이 있구나…"
전통수의 재현작업에 깊이 관여한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현재 주류를 이루는 삼베수의는 일제 강점기 잔재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전통 수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연우 소장 / 단국대 전통복식연구소
"이 옷을 모든 사람들이 입어서 우리 전통문화가 바른 방향으로, 즉 원래 전통에 바탕한 합리적인 예법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실행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최 교수는 삼베수의 대신 무명이나 비단을 소재로 한 새로운 수의 개발이 필요하며 국화꽃 장식이나 조화보다는 병풍을 세우는 방식으로 장례문화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특별전은 재현된 전통수의를 통해 현재의 삼베수의 관행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전통수의의 멋과 품격을 보여주는 이번 특별전은 장소를 바꿔 경기도 용인 석주선 기념관에서도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집니다.
국민리포트 박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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