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앵커>
지난주 치러진 수능 시험에 눈길을 끄는 수험생이 있었습니다.
수능에 도전하는 60대에서 80대 만학도들인데요.
각자의 사정으로 늦게야 공부의 한을 푼 할머니 수능생을 만나봤습니다.
오옥순 국민기자>
(일성여자중고등학교 / 서울시 마포구)
머리가 희끗희끗한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합니다.
현장음>
"'짜이멍리'라는 가사 다들 기억하시나요?"
"네∼"
"노래에서 짜이멍리가 어느 부분에서 나오나요?"
"마지막 부분에서요∼"
"그렇죠, 짜이멍리 ~ 여기서 나오잖아요, 뜻이 뭘까요?"
"꿈속에서요∼"
"정답은 '꿈속에서'입니다, '꿈속에서' 잘 기억해두세요."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만학도 수험생.
예상 문제를 풀어보면서 수능을 치렀던 자녀 생각이 떠오릅니다
인터뷰> 김영숙 / 서울 일성여중고 고등 3학년
"내가 수능을 봐서 1등을 한다기보다도 얼마나 우리 아이들이 가서 떨었을까... 솔직히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수능을 보려고요."
4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힘든 시간을 보냈던 한명숙 씨.
배움으로 상실감을 극복하고 수능에 도전했습니다.
인터뷰> 한명숙 / 서울 일성여중고 고등 3학년
"남편이 돌아가시고 1년 동안 제가 상실감 때문에 누워서 지냈어요. 첫 번째로 버킷리스트 1번이 학교 가기였거든요. 학교를 와가지고 지금은 움츠렸던 어깨도 펴고요. 너무 당당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현장음>
"누구라고요?"
"정조요∼“
"그럼 1∼5번 중에서 이 정조의..."
팔순의 이주영 할머니도 이번 수능 수험생입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것은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자녀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이주용 / 서울 일성여중고 고등 3학년
"어려서 가난해서 (학교를) 못 다니고 그러다가 시집을 와서 아들 둘, 딸 둘 낳아가지고 지금은 부러운 게 없어요. 아이들이 도와주는 거예요. 엄마, 고등학교까지만 마치자고... 그래가지고 대학도 (공부) 못 해도 가는 거예요. 지금 그래서 원서도 쓰는 거고요."
이 학교는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평생 교육장인데요.
오옥순 국민기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된 만학도 여고생 71명이 멋진 대학생활을 꿈꾸며 수능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수능을 하루 앞둔 날.
현장음>
"시험 당일 수험표·신분증·도시락 챙기는 것 잊지 마시고요∼"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선생님과 후배는 구호를 외치고 합격 떡을 돌리며 잔뜩 긴장한 수험생들 응원합니다.
현장음>
"엄마도 대학 간다∼ 일성여고 파이팅! 떡하니 붙으세요∼ 일성여고 파이팅!"
인터뷰> 김화수 / 서울 일성여중고 고등 2학년
"이번에 수능 시험을 보는데 힘을 주고 저희도 내년에 수능을 보게 되잖아요. 우리도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 수능 시험을 잘 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팅!"
인터뷰> 김애자 / 서울 일성여중고 고등 2학년
"내년에 꼭 대학에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명품 일성여중고 파이팅!"
지난 1953년 문을 일성여중고에서 공부한 학생은 6천여 명.
지난 16년 동안 여고 졸업생 대부분이 평생학습자전형 등 만학도를 위한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이선재 / 서울 일성여중고 교장
"나이 든 학생들이 수능 시험에 응시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한이 돼서 온 분들입니다. '배운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복하다' 그러니까 행복해지려면 알아야 하거든요."
(취재: 오옥순 국민기자 / 촬영: 이홍우 국민기자)
배움에 나이가 없다는 마음으로 늦게 시작한 이들 만학도의 열정과 꿈을 응원합니다.
국민리포트 오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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