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가지 통상현안 중 특히 우리의 약값 재조정 방안에 대해서 회의를 도중에 취소할 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18일 방송된 PD수첩은 우리가 미국측에 양보하기로 사전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그 주장은 맞는 것인지, 그리고 그같은 주장의 수혜자는 결국 누가 될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PD수첩의 의혹제기로 재차 불거진 이른바 `선결조건` 의혹.
의혹의 요지는 사전에 정부가 약값 재조정 방안 양보를 미국 측에 약속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기엔 풀리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미국측은 이른바 `협상의무`에 대한 양국간의 해석차이를 확인하는 정도 외에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사전 약속을 깬 것이라면 미국이 이를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 분명합니다.
다음으로는 미국이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통해 우리의 `선결조건` 논란을 미리 알고 있었단 점.
협상 시작 전부터 국내 언론에서는 `선결조건`의 양보 여부를 두고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과민반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하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는 약속이 없었더라도 자신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면 여론이 마치 사전약속이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일 거란 걸 계산했단 얘기입니다.
따라서 `선결조건`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미국의 전략에 말려 자충수를 두는 셈입니다.
협상 중에 보여준 정부의 대응도 PD수첩의 주장대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미국 측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협상 마지막 날 4개 분과의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만약 사전약속이 존재했다면 정부가 이처럼 강한 태도를 보인다는 건 협상의 상식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측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은 별다른 논평 없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약값 재조정 방안을 비롯한 `선결조건`의 양보 주장은 무리한 추측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3차 협상부터는 양측이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지금 소모적인 의혹제기와 논쟁보다 효과적인 전략수립에 고심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