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졸업·입학철인 이맘때면 많이 찾게 되는 게 바로 꽃이죠.
물론 생화를 사서 축하하는 경우가 아직 대부분이지만 요즘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꽃을 살 수 있는 자판기가 등장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편리함에 힘입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는데요.
이지현 국민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사내용]
졸업식이 열린 서울의 한 중학교.
지난해만 해도 학교 앞이 꽃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꽃다발도 말린 꽃인 드라이플라워나 사탕다발 꾸러미가 먼저 눈에 뜁니다.
실속을 따지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비용 부담이 큰 생화를 사치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허아영 / 서울 동대문구
“동생 졸업식에 오게 됐는데 아무래도 생화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꽃 자판기를 이용해 드라이플라워를 선물하게 됐습니다.”
달라진 졸업식 풍경, 그 뒤에 꽃 자판기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리 곳곳에 등장하면서 신기한 듯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여기는 홍대에 위치한 꽃 자판기 앞입니다.
원하는 꽃의 번호를 고른 뒤 해당하는 금액을 결제하면 이렇게 손쉽게 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 등장한 꽃 자판기는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자판기 안에 있는 꽃은 제철 꽃으로 대략 10여 가지 정도, 일정한 약품 처리를 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색깔과 형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생화처럼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지 않아도 돼 보관이 쉽습니다.
만 원대 가격에 시간 제한 없이 꽃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차건우 / 경기도 의정부시
“여자 친구에게 꽃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꽃 이름도 잘 모르고 꽃 가게에 들어가는 게 사실 부끄러웠거든요 꽃 자판기가 있으니 편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 자판기 사업에 뛰어든 곳은 창업에 관심 있는 개인과 화훼농가를 도우려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전화 인터뷰> 현정혜 대리 /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기획부
“(꽃 자판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꽃 소비가 늘어나면 궁극적으로 소비가 늘 것이고 그러면 화훼를 생산하시는 농가들에게도 수요자 안정이라든가 출하 가격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기 침체에다 청탁금지법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바로 화훼 농가.
지난해 우리나라 꽃 소비는 국민 한 사람이 연간 만 3천 원 수준으로 화훼선진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16만 원, 스위스 15만 원과 비교하면 1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화훼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꽃 자판기는 번화가에 들어서 있어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훼농가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꽃 자판기가 갖는 약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풍성한 꽃다발을 줄 수 없다는 점, 또 여러 가지 꽃을 섞어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취향을 맞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윤숙영 / 서울 동대문구
“꽃 자판기 이용이 편리하긴 한데 제가 원하는 꽃다발 크기나 꽃의 종류를 직접 구성할 수 없는 점이 아쉽네요.”
화훼농가들의 어려움 속에 확산되고 있는 꽃 자판기, 과연 새로운 꽃 소비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민리포트 이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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