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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국민방송

이산가족 '마르지않는 눈물' [현장포커스]

정보와이드 6

이산가족 '마르지않는 눈물' [현장포커스]

등록일 : 2009.09.23

한국전쟁으로 생이별을 했던 이산가족이 2년 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하게 됩니다.

오는 26일부터 금강산에서 엿새동안 열리는 이산가족상봉 행사에는 남북한 상봉단이 각각 100명씩 200명 규모로 만나게 되는데요, 오늘 현장포커스에서는 상봉을 앞두고 있는 이산가족의 애환을 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용남 기자, 사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절절하게 느낀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추진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한 남한 내 생존자 수만 8만 7천여 명에 이른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렇다보니 이산가족상봉자 명단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른바 로또 당첨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네, 보다 많은 분들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제 이번 주말이면 상봉이 시작되는데요,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네, 대한적십자사가 현재 이산가족상봉단에 포함된 분들에게 안내장을 발송해서 북에 가기 전 준비할 사항을 알리고 있고요, 2007년 16차 상봉 이후 2년 만에 재개되는 상봉행사이다보니까 이번에 상봉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산가족분들이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문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7일 남북한이 이산가족상봉단의 최종 명단을 교환한 이후에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과로 방북을 앞둔 이산가족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었습니다.

수십년을 그리워하던 북한의 가족이 상봉행사장에 못나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하는 이산가족들이 있는가하면 방북을 앞둔 가족 대신 직접 대한적십자사를 찾아와 이것저것 꼼꼼히 확인하는 남한 가족들의 방문도 종일 이어졌습니다.

김성근 과장/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과

“그분들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안내문 보내놨지만 사실 안내문 보고 정확하게 알고 싶은 분들이 더 많다. 뭘 또 준비해야 하는지 안내문 몇 장 가지고는 다 해소되긴 어렵다 보고 준비해야 할 선물부터 챙겨야 할 것, 정확하게 도착하는 위치, 동반여부 이런 모든 것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전화 많이 오니까 두번, 세번 확인전화”

그런가하면 반대로 북측에서 남한의 가족을 찾아 처음으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지만 최종 방북 명단에서 제외돼 민간교류 여부를 확인하러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측이산가족상봉단에서 80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 2007년 10월 16차 상봉 당시보다 9명이 더 늘어난 63명에 달합니다.

96세 최고령자부터 70대 중반에 이르는 이산가족상봉단 가운데는 혼자서 거동조차 힘들어 휠체어에 의지해 방북하는 경우도 서른 건에 이릅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 상봉에 대한 이들의 집념은 오는 25일 속초에서 집결해 사전교육을 받은 후 26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 호텔에서 감격적인 만남으로 결실을 맺을 전망입니다.

이산가족분들을 보면 정말 한분 한분이 다 소설같지 않은 사연들이 없는 것 같던데요, 이번에 방북하시는 어르신 100분도 역시 예외는 아니죠?

네, 이번에 상봉단 명단에 포함된 한 가정을 다녀왔는데요, 피난 당시 북에 두고온 2살배기 어린 아들이 60여년 분단의 세월을 지나 환갑이 된 뒤 상봉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 살고 있는 석찬익, 최화순 부부의 아파트입니다.

올해 석찬익 할아버지는 만 89세, 최화순 할머니는 만 83세로 노부부 모두 북한에 가족을 두고 피난 온 이산가족입니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상봉 당첨의 행운은 할아버지 석찬익 씨에게만 돌아갔습니다.

수십년을 기다린 끝에 온 행운인지라 석찬익 할아버지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부인 최화순 할머니는 80년대부터 줄곧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려 온 남편에게 축하를 전하면서도 자신은 명단에 들지 못해 서운한 것도 사실입니다.

남한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할머니와 달리 석찬익 할아버지는 피난 당시 북한에서 결혼해 2살박이 아들을 둔 가장이었습니다.

북에 두고 온 아내가 피난민을 실어나르는 배를 놓치는 바람에 그대로 이렇게 수십년 세월을 남과 북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이번 이산가족상봉 때 환갑이 된 아들과 30대 중반의 손주를 보는 것도 기쁘지만 할아버지의 가장 큰 소원은

무엇보다 북에 두고 온 아내를 만나는 것입니다.

석찬익(89세) 할아버지/강원도 속초시

“고생했잖아. 젊은 청춘에 20대에 헤어져가지고 여든 두살 되도록 못 만나고 있다가 이제 만나는데 그간 얼마나 고생했냐 이거야. 남편 없는 시집살이 해가면서 자식 하나 위해 일생을 바쳤잖아, 얼마나 안됐어. 불쌍하지. 안쓰럽고..경위는 어찌됐건 미안해”

15년 전 북한을 탈출해 아르헨티나로 간 할아버지의 친척이 보내온 사진.

사진 속 북의 아내는 20대에 전쟁 속에서 헤어진 아내가 아닌 환갑잔치를 맞이한 할머니로 변해 있었습니다.

동봉한 편지를 통해 할아버지는 북한의 아들이 네자녀를 낳았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고관절 수술로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석찬익 할아버지는 남한에서 결혼해 낳은 자녀 한 명과 함께 방북을 하게 됩니다.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북한땅에 있는 가족들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할아버지의 꿈이 늙고 병든 몸을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옆에서 또다른 이산가족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온 최화순 할머니 역시 남북분단으로 볼 수 없는 북의 가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리곤 합니다.

최화순(83세) 할머니/강원도 속초시

“내가 생일 때는 꼭 달력에 동그라미 해놓고 그날을 기억하지. 아버지는 2월 초 나흗날, 어머니는 9일날, 여동생 하나는 보름날, 같은 달에 셋이 있어 가지고 오빠는 섣달 스무사흗날이고. 그런거 다기억하지 뭐.”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과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정기적으로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열리는 것도 아닌데다 수만 명 가운데 겨우 100명 정도만 공식 방북이 허용되는 이런 상황 아래서는 언제 행사가 열릴지 언제 당첨될지 여부가 뚜렷하지 않아 희망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까 이산가족 생존자 수가 8만7천명 정도라고 했었는데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분들이 모두 고령화되신 분들이라 사실 이번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도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장 큰 위험요인이 노화입니다.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수만 명의 노령화 된 이산가족들이 북의 가족들을 보다 탄력적으로 만나려면 책임있는 남북 당국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의 집성촌으로 유명한 강원도 아바이 마을.

얼마 전 이곳 주민들은 오는 26일 이뤄지는 금강산 이산가족상봉단 명단에 마을출신 이산가족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관할 시에 탄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추진하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확인 결과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김성근 과장/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과

“이산가족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등록이 된 분들을 대상으로 선정을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아바이마을 같은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신청을 안하신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청을 하고 기다리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등록 정보에 대한 인식부족이 이 같은 헤프닝을 낳기도 했지만 컴퓨터 추첨에 대한 이산가족 고령 노인들의 불신 또한 언제 상봉단에 당첨되려나하는 불안함과 겹치면서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석찬익 할아버지/강원도 속초시

“그거 잘못됐어. 컴퓨터로 한다고 하는데 자체가 잘못됐어. 나이순으로 컴퓨터로 하면 몰라도 내일 모레 죽을 사람들을 안 넣어 주면 되겠어? 더 이상 안되지, 아주 잘못됐어.”

이런 이산가족들의 항의를 이해하고 있다는 대한적십자사측은 그러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김성근 과장/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과

“남북간이 합의해서 대상자가 되시는 분들은 그야말로 100명 밖에 안되다 보니까 100명 외에 나머지 분들은 다 떨어지는 분들이죠. 누구는 보내고 누구는 보내지 않고 이렇게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공정한 인선 기준에 따라서 공개적이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 추첨이다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요. 실제로 이번 남북이산가족상봉에서 남한 방문단의 연령은 80대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고 70대 90대로 퍼져있는 반면 북한 방문단의 경우 100명 중 76명이 70대에 집중돼 있어 이산가족 컴퓨터 추첨에서 고령자 우선 고려가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고령 이산가족 자유왕래 위해 최선"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70세 이상 이산가족이 남북 자유 왕래를 할 수 있도록 최우선적인 노력을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인데다

남북관계 역시 교류협력 부분의 신뢰가 확실히 구축됐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북한에 금강산 면회소를 설치하고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시상봉에 대한 성과는 북한의 미온적 태도에 막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생존해 있어도 병환 중이거나 거동을 못해서 당첨이 된다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북쪽도 역시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돼 찾으려고 하는 가족은 사망하고 그 후손이나 친척만 있다든지 해서 상봉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열려서 참 다행이긴 하지만 이렇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꾸준하고 자유롭게 왕래해서 정말 돌아가시기 전에 전부 북의 가족들과 재회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집니다.

김용남 기자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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